경주 사천왕사 목탑터 탑 기단부에 있었던 녹유전(綠釉塼, 녹색 유약을 입힌 벽돌판) 사천왕상이 부분적으로 복원돼 공개된다. 국립경주박물관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5월 26일부터 8월 23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사천왕사 특별전’을 마련해, 일제강점기부터 지난해까지 사천왕사에서 나온 녹유사천왕사전의 파편을 모아 복원한 12점을 비롯해 사천왕사에서 나온 기와, 토기, 금속제품 등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12점의 녹유사천왕상들은 3종의 수호신 4점씩으로 구성되어 있다.

▲ 경주 사천왕사터에서 1936년 출토된 하반신과 2006년에 출토된 상반신을 결합한 ‘녹유사천왕상’. 사진=문화재청

이 사천왕상들은 칼과 화살을 들고 갑옷을 입은 수호신들이 악귀를 짓밟고 있는 모습을 정교하게 새긴 걸작으로, 1,300년여 전 목탑 기단부의 4면에 붙어 있었다. 하지만 녹유전이 조각난 채 출토된 데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등 5곳에 분산 소장하고 있어 그동안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녹유사천왕상들은 머리에 보관을 쓰고 악귀 위에 앉아 있는 수호신(A형), 투구를 쓰고 화살을 든 수호신(B형), 한쪽 다리를 다른 쪽 허벅다리 위에 올려 앉은 반가부좌 자세로 칼을 들고 있는 수호신(C형) 등 세 형태가 있다. 특히 A형 조각상은 1916년과 1936년 출토된 하반신과 2006년 발견된 상반신이 각각 90년, 70년 만에 결합돼 완형에 가깝게 복원됐다.

▲ 2008년 사천왕사 목탑지 녹유사천왕상 출토 모습. 사진=문화재청

7세기 고찰인 사천왕사의 터에서 출토된 사천왕상은 고대 조각품 가운데 첫손에 꼽는 걸작품이다. 신라 조각승 양지가 호국 발원을 담아 녹색 유약 입힌 벽돌판(녹유전) 위에 만든 사천왕상은 세밀하고 생생한 조형미를 자랑한다.

현재 '녹유사천왕상'으로 불리는 이 수호신 조각은 일부 학자들에 의해 사천왕상이 아닌 신중상(神衆像) 또는 신왕상(神王像)으로 보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최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006년 일제강점기에 녹유전이 출토됐던 절터 동서 목탑터를 재발굴한 결과 사천왕상이 아닐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이들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 경주 사천왕사터.

연구소 측이 서탑터에 이어 동탑터를 조사한 결과, 목탑의 기단부 및 하부구조, 녹유사천왕상전의 배치상태를 밝혔다. 결과에 따르면 그동안 ‘녹유사천왕상’으로 알려진 녹유전은 사천왕상과 같은 네 가지 상이 아니었고, 사천왕과 비슷한 옷차림을 한 세 가지 상으로만 되어 있다는 것. 또 머리에 우아한 보관을 쓴 A상, 화려한 투구를 쓴 채 화살을 든 정면의 B상, 옆이 말린 투구를 쓴 채 칼 들고 반가부좌 자세로 앉은 C상이 차례로 탑 기단부 한 면마다 2번씩 되풀이해 붙인 형태였다.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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