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의 큰 바다는 믿음으로써 들어갈 수 있으며 지혜로써 건널 수 있다.” 이는 불자들에게 잘 알려진 <대지도론(大智度論)>의 가르침이다. 그렇다. 불교는 결국 마음의 종교요, 믿음의 종교다. 그러나 무언가 허전하고 찜찜하다. 믿음이 중요한 것은 맞겠지만, 스님들이 내리시는 법어(法語)에는 늘 어려운 불교용어와 개념, 고승과 선사들의 이야기가 그득하게 실려 있기 때문이다. 어렵고 복잡한 불교 지식을 정확하게 꿰뚫고 싶은 마음, 불교 신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보지 않았을까?

동국대학교 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현각 스님의 <선문선답禪問禪答>은 이러한 불자들의 아쉬운 마음을 쉽고 친절하게 풀어낸 불교 입문서이다. 이 책은 스님이 불교 방송 프로그램의 ‘신행상담’ 코너를 진행하며 준비한 원고를 모아서 출간됐다. <선문선답>에는 불교 신도들이 불교교리와 경전에 대해 정확히 알고 나면 신심이 깊어지고 신앙생활도 한결 더 즐거워질 것이라는 스님의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럼에도 스님은 책머리에서 “매번 방송을 진행할 때마다 느꼈던 점은, 신도님들이 평소 갈증을 느끼고 있던 문제들의 핵심을 묻는 예지가 있다는 것”이었다고 겸손해한다.

현각 스님은 속리산 법주사로 출가해 수행정진하면서 동국대학교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스님은 이후 하버드대학교 초청교수,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장, 정각원장 등을 두루 역임했는데, 말하자면 최고의 ‘불교 엘리트 지성’이라고 할 만하다. 10여 권이 넘는 저서와 역서를 내면서 일반 불교 신자들과의 소통에도 열심을 내어온 현각 스님. 그러한 스님의 편안한 안내와 설명들을 읽는 일은 즐겁고 쏠쏠하다. 스님의 말을 들어보자.

“인절미에 덜 뭉개진 채 섞여 있는 찹쌀 알을 옴쌀이라고 한다. 씹는 맛이 밥알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고소한 그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선문선답>과 인연이 된 불제자들이 옴쌀의 진미를 느끼듯이 불교교리를 정확하게 익히고 고소하게 음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선문선답>은 상편 ‘수행과 공부’, 하편 ‘고승과 경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편에서는 교리와 선 수행, 기도와 생활, 그리고 여러 불교 상식들을 다루고 있으며, 하편에서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고승들을 소개하면서 아울러 경전에 대한 궁금증까지 풀어주고 있다. “유한한 삶으로 무한한 진리의 세계를 항해하는 진리의 벗이여, 이 책이 그대의 항해에 작은 나침반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현각 스님의 말 그대로, 이 책은 좋은 ‘나침반’인 것이 분명하다. ‘불법의 큰 바다’로 들어가기 위해 꼭 챙겨둘 만한.  

- 박성열 기자

현각 스님 저 / 한글음 더 / 상편 12,000원 하편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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