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因緣)으로 모든 것이 존재한다는 인연법은 불법(佛法) 가운데의 중요한 이론(理論)으로, 인연에 의하여 과보(果報)를 설명합니다. 즉 인(因)은 사물(事物)의 근본이며, 연(緣)은 일종의 조력(助力)이며, 과보는 다음에 오는 결과인 것입니다.

우리 삶의 과정도 인연과 과보입니다. 이 나라에 태어난 것도, 부모를 만나고 서로 부부가 되는 것도 모두 인연의 소치인 것입니다. 괴로움을 받는 것도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모두가 인연과 업의 결과입니다. 지금 영화를 누리거나 고통을 받는 것 모두는 과거에 심어놓았던 씨(因)가 바로 이 시간 전까지의 여러 가지 주변조건(緣)과 노력(業)에 의해 맺어진 결실(果)일 뿐입니다.
 
최고의 권력을 누리다가 권좌에서 물러난 후 비난을 받으며 불명예 속에 사는 사람, 처음에는 불같이 사랑하던 연인이나 부부가 나중에는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서로에게 남기고 갈라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모두가 인·연·업·과(因緣業果) 곧 인과의 법칙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눈길을 옮기고 귀를 기울이는 모든 것에서 우리는 수많은 인연들을 만나게 됩니다. 선연(善緣)도 만나고 악연(惡緣)도 만납니다. 하지만 그 많고 많은 인연들 중에는 절대적인 선연도 절대적인 악연도 없고, 절대적인 불행도 절대적인 행복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因)과 연(緣)이 잠시 합하여 모습을 나타내었기 때문입니다. 수행하는 사람은 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인연을 가꿉니다. 지금 우리들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환경, 곧 연(緣)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을지라도 마음가짐과 자세, 곧 굳건한 인(因)으로 열심히 노력하면(業) 또다시 좋은 결실(果)을 거둘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좋은 현실 속에서도 교만하지 않고 나쁜 현실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인연법을 따르는 참다운 불자입니다.

-법진 스님/본지 발행인. (재)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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