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염원하며 108일째 오체투지로 달려온 순례단이 5월 21일 오후 5시 서울 조계사에 도착해 시국법회를 봉행했다.

▲ 오체투지순례단은 5월 21일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1500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시국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된 시국법회는 소통이 사라져버린 대한민국의 실정을 비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날 법회는 "생명 경시와 민주주의 후퇴, 환경파괴,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mb정부'와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고 참회와 성찰 변화를 통해 생명평화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취지"로 개최됐다.

청화 스님(前 조계종 교육원장)은 세 성직자의 오체투지는 "어떤 사람의 주머니를 만나 왜 강들은 모두 돈이 되어야 하고, 새소리 끊어진 숲에는 왜 머루 넝쿨이 시들고, 고기가 사라진 그 강에는 왜 검은 안개가 자욱하냐고 묻는 것"이라며, "징그러운 탐욕들에 의해 풀도 나무도 흙도 바위도 다 무엇이 된다면, 그 다음 사람은 무엇이 되겠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국발언에 나선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은 "타인의 불행에 자신의 행복을 찾지 말라"고 한 부처님의 말씀을 상기시키며 "작은 이익에 연연해 산을 뚫고 강을 파헤치려는 정책은 무모하다"고 비판했다. 법륜 스님은 또 "종교를 넘어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서 이 세 분의 성직자들이 가는 길을 우리가 적극적으로 후원하자"고 말했다.

백승현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는 "이 세 분의 성직자는 우리 사회가 권력과 부(富)가 생명과 평화의 길을 막고 있음을, 물질적 부가 우리의 행복과 우리의 생명과 생태를 파괴하고 있음을 실존적으로 느끼는 기회를 주었다"며, "우리의 정성과 뜻이 모인다면 어떠한 난관이 막더라도 반드시 성취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호소문을 통해 지금 사회를 사람의 길에서 너무 벗어나 있고, 생명의 길에서 너무 멀어져 있고, 평화의 길을 잃어버렸다고 규정했으며, 국민들에게는 '부자신화'의 미망에서 깨어나기를, 정치권과 기득권층에게는 약자에 대한 배려의 실천을, 이명박대통령에게는 국민을 항상 염두하는 정치하기를, 그리고 불교계 어른스님들에게는 힘있는 자들의 허물은 꾸짖어주고 국민들의 우매함은 경책해 주기를 호소했다.

이날 법회에는 일면 스님(조계종 군종교구장), 법안 스님(실천불교승가회), 현각 스님(불교환경연대집행위원장), 진오 스님(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 회장), 정상덕 교무(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최문순 국회의원, 정토회 회원, 조계종 원우회원 등 1500여 명이 동참했다.

이에 앞서 오체투지순례단은 오후 2시께 서울광장에서 출발해 조계사까지 오체투지로 도착했다. 처음 500여명으로 출발한 순례단에는 불교환경연대, 정토회, 대불련, 중앙승가대 학인, 화계사 등 단체와 개인동참자들 1000여명이 합류해 생명 존엄의 가치가 회복되고 소통되는 사회가 되기를 염원했다.

▲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전종훈 신부를 비롯한 오체투지순례단이 굵은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광장을 출발해 조계사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세 걸음 전진에 오체투지, 한 걸음으로 사람의 길을, 한 걸음으로 생명의 길을, 한 걸음으로 평화의 길을 염원하고, 오체투지로 자신을 낮추어 참회했다.

오체투지순례단은 "단순 도보로도 어려운 대장정을 3보1배의 오체투지라는 극한의 길을 택한 것은, 없는 자들이 외치는 절규를 틀어막아 그들의 저항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통제하려는 이땅의 현실을 같이 아파하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표현"이라고 했다.

▲ 순례단은 조계사에 입성해서도 대웅전을 한 바퀴 더 오체투지로 순례했다.
오체투지순례단은 22일 조계사를 출발해 서울 구파발,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 문산시를 거쳐 6월 6일 임진각 망배단까지 순례 후, 북한 묘향산 순례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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