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윌리스의 신비한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 <식스센스>(미국, 1999)는 반전을 즐기는 게 관람 포인트입니다. 이 영화만큼 정말 기가 막히게 결과를 비튼 영화도 드물지요.

자신을 사람이라 믿었던 영혼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인데, 보는 사람도 영혼을 사람으로 착각하게끔 감독은 트릭을 섰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결과를 알게 됐을 때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많이 놀라게 되고 당황하게 되지요.

<식스 센스>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연기한 말콤 박사는 아동심리학자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를 치유하는 일을 합니다. 그가 맡은 애들 중 한 명은 영혼을 보는 애였습니다. 입증할 수 있는 현상만을 믿는 말콤은 이 아이의 말을 믿을 수 없었고, 그래서 이 애를 정신분열증으로 분류합니다.

정신병자가 된 이 아이는 나중에 자라서 말콤에게 총을 겨눕니다. 총을 맞은 말콤이 화면에 잠깐 비춰지고 다음해 가을로 시간이 흘러버립니다.

여기서 보이는 감독의 트릭은 참 신선했습니다. 눈 밝은 사람이라면 금방 알아챌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속아 넘어가지요. 이제부터 나타나는 말콤은 영혼이었던 것입니다. 허나 여전히 그는 자신이 살던 집에 살고 그전에 했던 일을 하고 있기에 보는 사람 누구도 의심을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영화가 진행되는 곳곳에서 의심할만한 상황이 있지만 이전과 너무나 똑같은 삶의 모습이기에 말콤 자신이 자기가 영혼인 걸 모르는 것처럼 관객도 전혀 의심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영혼을 믿지 못했던 말콤이 나중에 자기 자신이 영혼인 것을 확인하고 꽤 당황하게 되는 과정이 참 드라마틱하게 전개됩니다.

이 영화는 영혼을 위한 영혼에 의한 영혼의 영화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영혼이 등장하는 영화들은 꽤 있었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데미무어가 출연했던 <사랑과 영혼>은 대중적으로 성공한 영혼영화고, 최근의 호러영화에 나오는 것도 영혼이지요.

허나 이들 영화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기 위해 영혼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이용했다면 <식스센스>하고는 차별됩니다. <식스센스>는 영혼을 위한 변명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정도로 영혼은 실재한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만든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만든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고스트에 대한 확신에 차서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실종일관 그의 태도는 영혼이 분명 존재한다는 걸 확인 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감독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말 영혼은 있을까요? 나도 이게 늘 궁금했습니다. 그렇다면 불교에서는 영혼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할까요? 예전의 말콤이 그랬던 것처럼 귀신을 망상이라고 볼까요, 아니면 영혼이 된 말콤처럼 귀신 세계를 인정하는 쪽일까요?

물론 불교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귀신을 완강하게 부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한국 불교사에서 가장 위대한 고승으로 추앙받는 원효스님의 견해를 일반적인 불교의 입장으로 하고자 합니다.

원효스님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인 해골에 담긴 물 마시기 이야기와 유사한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한 이야기가 다르게 변형 유통된 것 같습니다.

어느 때 원효스님은 의상스님과 함께 당나라도 유학가기 위해 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가다보니 날은 어두워지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몸을 피할 곳을 찾다가 꽤 아늑한 곳을 발견하고 들어가 그날 밤을 거기서 잘 보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까 그곳은 시체의 뼈가 굴러다니는 오래된 봉분 속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도 비가 마구 쏟아지고 천둥 번개도 치고 해서 도저히 길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또 그곳에서 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밤은 전날 밤과 달리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밤새 귀신들이 나타나 원효를 놀라게 하고 괴롭혔습니다.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원효스님은 아침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스님은 무덤 속을 나오다가 한 소식 얻었습니다. 그래서 밖으로 뛰쳐나가 소리쳤습니다. ‘일체유심조’ 라고.

무덤 속이라는 걸 모르고 잔 날은 달게 잘 잤는데, 무덤이라는 걸 알게 되자 갑자기 귀신이 나타난 것은, 바로 우리 마음이 귀신을 만들어냈다는 뜻이지요. 귀신이라는 게 원래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의 조화에 의해 생성된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원효스님의 깨달음을 정리해서 보면, 귀신이란 원래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마음속에 귀신과 관련한 생각이나 두려움, 불안 이런 게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게 싹을 틔우고 귀신이라는 세계를 창조해낸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불교에서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동조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식스센스>를 만든 샤말란 감독은 귀신이라는 고유한 영역이 있다고 봤습니다. 우리와 분별되는 세계지요.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지구가 둥글다고 하는 진리를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고, 하늘에 떠있는 달을 탐사함으로써 실재함을 입증한 것처럼 영화를 통해 봐 이러니까 사실이지, 하는 어조로 증거를 나열하면서 실재함을 입증하려고 애썼습니다.

반면에 불교는 마음에서 만들어낸 허망한 세계라는 입장이지요. 정신병자가 체험하는 세계가 우리 눈에는 안 보이지만 그들에게는 분명 보이니까 실재한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그러나 다른 사람 눈에는 안 보이는 혼자만 경험하는 세계입니다. 그래서 망상이라고 부릅니다. 귀신 세계 또한 이것과 같다는 게 불교의 입장입니다.

-김은주(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