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 크고 작은 전쟁과 테러 외에도 환경에 대한 전쟁이나 다름없는 팍스 이코노미카 등 세계는 점점 더 폭력으로 얼룩져가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폭력인지조차 제대로 분간하지 못한 채 둔감하게 살아가고 있다. 저자 아키 유키오는 우리 모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파괴와 폭력을 멈추기 위해서는 원인을 규명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관계를 진지하게 풀어가는 비폭력행동을 지금 당장 실천하라고 촉구한다.

우리나라 환경운동·비폭력평화운동의 원로인 김원식 선생이 번역한 이 책은 폭력과 비폭력의 정의부터 시도하고 있다. 어디까지가 폭력이고 어디에서부터 비폭력인지 경계선은 분명하지 않다. 가장 일반적인 의미의 폭력은 육체, 정신, 물질에 대한 강제력이나 침해를 말하는 ‘직접적 폭력’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구조적 폭력’이 있다. 이것은 사회 구조 자체가 만들어내는 사람에 대한 육체적·정신적 강제력이나 침해를 말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테러리즘, 핵, 미디어, 경제 개발을 뜻하는 ‘팍스 이코노미카’ 등도 모두 폭력이다. 그 중 가장 커다란 폭력은 권력에 의한 폭력이며, 남녀 성의 역할에 대한 차별을 사회적으로 용인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남성의 지배가 통하는 체제 즉, 폭력적인 남성우위 사회 역시 폭력이다.
직접적인 폭력 혹은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 전쟁 등의 거대한 폭력에는 민감하면서도 흔히 일상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성차별, 장애차별 등에는 둔감하기 쉬운 보통사람들에게 따끔한 일침이 될 만하다.
이 책이 제시한 폭력과 비폭력에 대한 정의를 접하고 나면 비폭력운동에 대해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던 몇 가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첫째, 비폭력은 소극적인 행동인가? 아니다. 비폭력은 결코 겁쟁이가 하는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희생과 헌신을 전제로 하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다. 다만 더 큰 폭력을 부르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자기자신과 남의 생명을 존중하며, 그에 걸맞는 수단과 방법을 택할 뿐이다.
둘째, 비폭력은 합법적인 방식인가? 아니다. 때론, 아니 자주 비합법적인 방식을 사용한다. 다만, 비합법행동을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할 경우 충분한 준비와 내부의 토론을 거듭하고 구성원이나 동료들의 찬성과 지지를 얻어야 한다. 다른 구성원이나 주위사람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비폭력은 성공하기 힘든가? 아니다. 스나가와 기지 투쟁, 미나마타 투쟁, 미국의 반원전운동 등 역사적으로 성공한 비폭력운동은 얼마든지 있다. 권력의 쟁탈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비폭력은 분명 성공하기 힘든 운동방식으로 보인다. 하지만 “폭력에서는 강한 장비를 가진 자가 이기고 약한 자가 진다. 혁명의 역사는 이러한 악순환이 폭력에 의해 단절되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약자에게, 자기가 지지한 강자의 승리가 과연 자기의 승리가 될 수 있을까?(38쪽)”         
넷째, 비폭력운동은 자연발생적인 형태라 특별한 원칙과 규율이 필요없는가? 그렇지 않다. 폭력을 위해 기동대원이나 경찰관이 맹훈련을 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비폭력을 유지하고 관철하기 위해 비폭력 트레이닝이 중요하다. 비폭력운동이 큰 조직이나 강력한 지도자가 있는 운동이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되는 운동이기 때문에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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