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부처님 비추면 부처님 보고
마음에 중생 비추면 삼독심 물들고
거울에 비친상 실체없어 ‘제행무상’

‘제법(諸法)은 환(幻)과 같고 염(焰)과 같고 수중월(水中月)과 같고 경중상(鏡中像)과 같다.’ 대승십유(大乘十喩)의 하나이다. 불교에서는 제행무상도 제법무아도 모두 거울에 비친 상과 같다고 비유한다. 『화엄경』에도 ‘시방(十方)에는 모든 변화가 있으니 일체는 거울 속의 상(像)과 같다’라는 경구를 통해 제법이 실체가 없음을 거울에 비친 상으로 비유하고 있다.
또 마음을 거울에 비유해 거울이 삼라만상을 비추어내듯이 마음에 부처님을 비추면 부처님의 모습을 보고 배워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마음에 중생만을 비추면 탐욕 성냄 어리석음에 물들어 버린다고도 했다. 많은 선사들 역시 마음을 거울에 비유해 부지런히 닦아야 티끌이 묻지 않는다며 수행을 독려하기도 했다. 
 

업경대
저승에는 인간이 이승에서 지은 죄를 그대로 비춰 보여주는 거울 업경대가 있다. 업경대에 나타난 죄의 경중을 따져 어떤 지옥에 갈 것인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업경대는 업경륜(業鏡輪) 업경(業鏡)이라고도 한다. 저승에서 죽은이들의 죄를 심판하는 시왕 중에 염라대왕이 업경대를 사용한다. 업경대는 지장전이나 시왕전에 설치되는데 간혹 대웅전 등 다른 전각에 설치되는 경우도 있다. 보통 나무로 제작하는 거울 주변에는 불꽃문양을 사실적으로 나타내 저승의 분위기를 나타낸다. 법당 안에 있는 업경대는 악행을 짓지말고 선행을 쌓으라는 경책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경상(鏡像) 
거울에 수월관음도 등 성보를 새긴 경상은 거울을 법신의 현현으로 보고자 했던 고려인들의 마음의 표현이다. 중국이나 일본에 많이 남아있는 경상은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발견되지 않았다. 현존 경상은 거울면에 직접 도상(圖像)을 새긴 동경선각경상(銅鏡線刻鏡償)과 동경의 형태로 주물(鑄物)한 동판 표면에 도상을 새긴 주동판도석선각경상(鑄銅板鍍錫線刻鏡像)의 두 종류가 있다. 동경선각경상은 3점이 있는데 두점은 송에서 전래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고려경인 무문병경(無文柄鏡)이다. 무문병경은 고려 경상 가운데 유일하게 출토지가 알려진 거울로 1918년 경남 하동군 화개면 부춘리사지에서 출토되었다는 기록이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圖譜)』에 남아있다. 병경의 앞면에는 비로자나삼존불이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9층목탑이 새겨져 있다. 13점이 발견된 주동판도석선각경은 관음도 거울의 유행기에 대량생산된 것인데 양식적으로 모두 고려 후기 것으로 추정되는 것들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는 준제관음, 쇄수관음, 해수관음, 양류관음 등이 비사문천, 공작명왕 등과 함께 새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선사들과 거울 
- 육조 혜능 : 오조 홍인대사(594∼674)는 법통을 물려줄 제자를 찾기위해 제자들에게 게송을 지으라고 분부한다. 가장 뛰어난 제자로 인정받던 신수(606∼706)대사는 ‘몸은 보리의 나무요/마음은 밝은 거울이니/때때로 부지런히 닦아서/티끌이 끼지 않도록 하라’는 게송을 쓴다. 이 게송을 들은 육조 혜능대사(638∼713)는 “보리는 본래 나무가 아니요/명경도 본래 경대가 아니다/본래 한 물건도 없거늘/어찌 먼지를 떨 필요가 있으랴”는 게송을 신수대사의 게송 바로 옆에 써 놓는다. 혜능대사는 이 게송 덕에 홍인대사로부터 인가를 받고 법맥을 잇게 된다.
- 마조 도일 : 스승인 회양선사(677∼744)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의 일이다. 회양선사는 마조(709∼788)가 오로지 좌선에만 집착하는 태도를 보이자 그 앞에서 벽돌 하나를 바위에 갈기 시작했다. 거울을 만들기 위해 벽돌을 간다는 회양선사에게 마조는 벽돌은 거울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한다. 이에 회양선사는 “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 수 없을진데 하물며 좌선만을 한다고 어찌 성불할 수 있겠냐”고 물음을 던지고 그 순간 마조는 깨달음을 얻는다.
- 진각국사 : 스승 지눌선사 밑을 떠나 있다 돌아온 진각국사 혜심스님(1178∼1234)은 제자의 기량을 시험하고자 하는 스승에게 거울에 먼지가 끼면 아무것도 비출 수가 없기에 거울을 닦았다고 말한다.
이렇듯 혜심스님은 평생의 화두를 거울로 삼고 있다. 스님은 오도송으로 “거울 속에서 뉘 모습 보았나 / 골짜기에서 내 소리 들리네/보고 듣는 것이 미혹되지 않으면 / 어느 곳인들 트인 길 아니리”를 남기고 있다.
- 백운화상 : 고려 때 유명한 선사 백운화상(1299∼1375)은 “밝은 해도 밤은 비추지 못하고/밝은 거울도 뒷모습은 못 비추어라/어찌 내 마음 원융 명백하여/항시 고요하게 비출 수 있으랴”는 게송을 남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