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구 반대편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칠레 광부 33명이 매몰 69일 만에 전원 무사히 구조된 것이다. 1주 넘은 구조 작업에 성과가 없자 칠레 정부는 사망으로 판단해 서류상 실종처리하기도 했지만 생존을 확인하면서 전폭적인 구조작업으로 무사귀환의 해피엔딩드라마를 만들었다. 생사가 확인되기 전 외부와 연락이 완전히 단절된 17일간 암흑의 세계에서 이들이 보여준 것은 희망과 의지 그리고 노력만 있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이었다.

한편 한 일간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월수입 200만 원 이하의 19~65세 남녀 631명을 대상으로 10년 뒤 한국사회가 어떻게 달라질지 묻자, 응답자 10명 중 7명이 ‘해도 안된다’는 좌절과 포기, 현실안주 경향이 나타났다고 한다. 갈수록 신분상승이 힘든 ‘사다리의 붕괴’가 뚜렷해지면서 무언가 해보려는 생각마저 포기해버리는 ‘의욕붕괴’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희망과 의지, 노력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다. 오늘의 성실한 삶에는 내일의 희망찬 모습이 그려진다. 희망의 씨를 지금 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선근(善根)이 끊어져 도저히 깨달음에 이를 수 없다는 일천제(一闡提)까지도 성불이 가능하다고 강조하셨다. 《열반경》에서 강조하듯 일체 중생은 모두 불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一切衆生 悉有佛性). 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든 중생들은 갖추고 있기에, 어떤 악인이라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이 믿는다면 성불할 인연이 생기는 것이다.

하나의 마음가짐은 미래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는 씨앗이 된다. 갈림길의 연속인 삶에서 우리는 매순간 부정 또는 긍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것이 희망의 씨앗이 되기 위해서는 긍정을 바탕으로 희망을 갖고 노력해야할 것이다. 또한 부처님이 중생들에게 성불할 수 있다는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었던 것처럼, 의욕을 상실한 국민들에게 희망의 씨앗이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지도자의 의무일 것이다.

법진 스님/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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