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온 진각대학원 교수(왼쪽 사진)의 《돈오대승정리결》이 재단법인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이사장 자승 스님)이 주관하는 은정학술총서의 네 번째 주인공이 됐다. 지난 2007년부터 진행된 은정학술상 성과로 지금까지 《균여화엄사상연구》(김천학), 《보조지눌 연구》(이덕진), 《여성주의 불교수행론》(조승미)이 간행된 바 있다.

《돈오대승정리결》은 인도불교와 중국불교 등 불교사상사 상 다중불교 양상을 보인 8세기 무렵 티벳불교의 대전환점이 된 ‘삼예사 논쟁’을 그 내용으로 한다. 당시 논쟁의 양대 축은 불사불관(不思不觀)을 기치로 돈오적 측면을 강조한 중국 선승 마하연과 점수적 측면을 바탕으로 한 인도 인명논사 까말라쉴라였다. 보통 이 논쟁의 결과로 인도불교가 승리하고 중국불교가 패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학설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연구는 유가행중관학파인 까말라쉴라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료 일색이었지만, 《돈오대승정리결》은 그 대척점에 있던 마하연 선사 혹은 중국 선종 측의 입장에서 기록된 거의 유일한 한문자료이다. 《돈오대승정리결》역주가 은정학술상에 선정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은정학술상 심사위원회는 “《돈오대승정리결》은 8세기경 티벳에서 일어난 인도불교논사인 까말라쉴라와 중국 선사인 마하연 간의 돈점(頓漸)논쟁을 기록한 중국 선종측의 유일한 한문자료”라며 “김치온 박사가 역주성과를 통해서 중국측의 입장을 학계는 물론 우리 불교계에서도 재인식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이 이번 학술총서의 주된 선정 계기가 되었다”고 선정배경을 밝혔다.

역주자 김치온 박사는 “《돈오대승정리결》에 따른다면 당시 삼예사 논쟁에서 중국불교가 티베트불교에 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하며 “삼예사 논쟁에서 중국불교의 입장을 알 수 있는 《돈오대승정리결》 역주 작업으로 편중된 삼예사 논쟁의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역서 부록에는 〈마하연의 선법 연구〉와 〈광석보리심론 역주〉를 함께 실어 《돈오대승정리결》 연구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한편 은정학술상심사위원회는 2011년도 학술상 수상자로 ‘서역불교 교류사 연구’를 제출한 한지연 동국대 강사를 선정했다. 그동안 불교미술분야에 치중된 서역불교연구에서 벗어나 교류사 및 사상사적 측면에 대한 연구라는 점이 큰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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