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포교원이 15일 ‘자살! 이대로 좋은가-불교적 성찰과 과제’를 주제로 제42차 포교종책연찬회를 개최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자살예방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조계종이 자살에 대한 불교적 성찰에 나섰다.

조계종 포교원(포교원장 혜총 스님)이 15일 오후 2시 30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 ‘자살! 이대로 좋은가-불교적 성찰과 과제’를 주제로 제42차 포교종책연찬회를 개최했다.

부처님 말씀과 불교의 관점으로 자살에 대해 성찰해보고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자살 예방 활동을 제시해 사회병리 치유에 기여하는 종교의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다.

▲ 이날 백도수 박사는 “불교적 예방시스템을 개발하고 교육자를 양성하며 자살예방을 위해 불교내에 불교적 관점에서 자살문제를 해결하려는 지속적인 논의기구가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백도수 박사(동국대 강사)는 ‘자살에 대한 불교적 관점’을 주제로, 불교경전에 의거해 자살의 정의와 그 원인 및 불교적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백 박사는 “불교에서의 자살은 살인 바라이죄에 속하며, 자살 의사가 없는 자에게 자살을 결심하게 하거나 결심하고 있는 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모두 자살에 의한 살인죄의 범주에 속한다”며 “자살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는 작(作), 상해탈(想解脫), 불선법(不善法), 고수(苦受), 신업(身業)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백 박사는 불교적 관점에서의 자살 원인은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으로 구별하고, 내적 요인을 중시하는 것이 불교적 해석이라고 말했다.

백 박사는 “자살의 원인은 외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며, 내적으론 그릇된 견해 때문에, 무명과 갈애에 의한 속박 또는 나와 세계의 연기관계, 존재의 모습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 박사는 또 “일반적 세간에서의 자살은 선악 윤리에 의해 반드시 금해야 할 것으로, 악도에 다시 태어나고 자신과 타인에게 모두 유익하지 못하며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며 “자살은 수행윤리에 따라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과 열반을 이르게 되는 수행단계에서 더욱더 멀어지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과보에 대해서도 “살생의 과보와 같이 악한 과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불교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백 박사는 “신자윤리적 측면에서도 자살은 악한 일은 하지 말고 선한 일을 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오계를 파하는 것에 해당한다”며 “이는 불교에서 자살은 타인을 죽이는 것과 같이 취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 박사는 “자살에 대한 강력한 예방책은 부처님의 말씀에서 찾을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적은 것으로도 만족하고 욕망을 줄이고 바르게 세상을 이해한다면 자살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근거하여 자살시도를 줄여주기 위해 출가수행의 문을 열어두고 태국의 에이즈 사원의 활동처럼 승가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 설 필요가 있다”면서 “불교적 예방시스템을 개발하고 교육자를 양성하며 자살예방을 위해 불교내에 불교적 관점에서 자살문제를 해결하려는 지속적인 논의기구가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논평자로 나선 이혜숙 박사(금강대 초빙교수)는 “어떤 사람이 자살을 했는지 안했는지의 결과적인 사실보다 이웃의 불자로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자기 성찰이 절실하다”며 “당사자 개인만의 잘못으로 해석하지 말고 주위로부터 조성된 원인적 요소는 무엇인지, 주위에서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를 포함해 대안을 논의하는 것이 불교적 조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날 연찬회에는 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반영한 듯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메우며 발표를 경청했다.


한편 이외에도 황수경 박사(동국대 강사)는 ‘한국인의 자살과 불교적 대처 방안’이란 주제를 통해 한국인의 사회적 자살 요인으로 실적위주의 치열한 경쟁과 신자유주의의 표방에 대한 빈익빈·부익부의 양극화, 대화의 단절로 인한 극단적인 고립화 현상으로 손꼽았다.

황 박사는 불교적 자살 예방 실천 운동으로 △인성-심성교육 강화 △마음보시실천 운동 전개 △불교 명상을 활용한 오픈퍼블리싱, 모바일 어플 개발 △자기 주체성을 인지시키는 캠페인 △출가 재가자들의 불교 상담 서비스 확대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어 ‘자살예방 실천 활동 사례’를 주제로 발표에서 나선 이범수 박사(웰다잉운동본부 교육위원장)는 노인자살예방프로그램인 ‘내생애 봄날’강사 양성 프로그램의 결과물을 토대로  프로그램에 대한 전략과 방안에 대하여 정리 발표했다.

이 박사는 “‘내생애 봄날’ 실시 결과, 사찰에서는 노인들이 건강과 의사소통, 존재와 죽음에 관한 접근에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노숙자들은 자존감 회복, 사회와의 의사소통 회복, 희망적인 미래 접근, 노인복지관에서는 건강 유지기술과 자아표현 등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을 재충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살 예방교육 프로그램 향후 방향성에 대해 △노인 죽음에 대한 관점 파악과 프로그램 구성 △계층별 대상에 대한 자살예방프로그램의 세밀한 연구 필요 △자살예방프로그램 실시 대상자와 기관별 지지단체의 자원 연계 등을 제시했다.

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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