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300조에 이르는 가운데, 밀어붙이기식 4대강사업으로 야기된 국론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원효 스님의 화쟁(和諍)에 입각해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 주최로 9월 1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 열린 ‘4대강화쟁토론회’다. 하지만 이날 여야, 정부, NGO를 대표해 참석한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 박진섭 4대강사업저지범대위 집행위원장은 기존의 입장을 벗어나지 못한 채 별다른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특히 화쟁위가 모색 대안으로 제안한 ‘국민적 논의기구’ 구성에 대해서도 찬성과 반대의 입장만 뚜렷했다. 이날 토론 내용을 정리한다.


‘국민적 논의기구’ 구성 합의 안 돼

이날 토론회의 핵심은 화쟁위가 국론통합과 사회통합을 위해 야심차게 제시한 ‘국민적 논의기구’ 구성에 있었다. 각자의 입장만 견지한 채 토론이 지지부진해지자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4대강 문제와 관련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논의기구 수용을 촉구했고, 화쟁위원 성태용 교수도 “국민들과 전문가 의견이 상이한 만큼 여기서 선을 긋지 말고 열린 자세로 논의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지 않냐”고 재차 촉구했다. 하지만 토론자들은 총체적으론 기꺼이 찬성하면서도 각론에선 각자의 입장만 앞세웠다.

이날 원희룡 사무총장은 “사업 착수 단계라면 선택의 폭이 넓을 것이다. 국민적 합의기구라는 것이 공사중단을 전제로 하는 것은 곤란하다. 올 12월 경 공사가 거의 끝나는 금강 쪽을 둘러보면 4대강 사업의 실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몇 달을 기다려 합의를 이루자는 것은 난감한 제안이다”며 “공사 중단을 전제하지 않으면 4대강사업 중단까지를 포함해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고 논의기구 구성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정종환 장관은 “논의기구를 통해 잘 해결될 수만 있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간의 사례를 보면 논의기구를 통해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소극적 입장을 비추었다. 심명필 본부장도 “공사가 40% 가까이 진행된 현 시점에서 적절치 않다”며 “지금은 어떻게 하면 이 사업을 잘 마칠 수 있고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경 사무총장은 4대강 문제와 관련 공론조사 방식을 채택하자는 안을 제안했다. 이 사무총장은“사업이 50% 이상 진척됐다는 이유로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갈등만 축적시킬 뿐이다. 찬반 양측이 모여 2, 3일이라도 국민들이 보는 가운데 집중토론하고, 이를 통해 여론조사를 해 공사진행 여부를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박진섭 위원장은 “손을 놓고 대화해야 하는데 공사를 진행하면서 대화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잠정보류하고 대화해야 한다”며 “공사에 문제가 없다면 대화를 하면서 이를 입증해야 하는데 계속 진행하는 것은 대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사업 꼭 해야 하나

이에 앞서 4대강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입장부터 찬반 양측의 의견은 분명하게 엇갈렸다.
정종환 장관은 “지난 반세기 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 강은 훼손돼 생명이 살기 어렵게 됐다”며 “4대강 사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홍수피해 차단, 물부족 문제 해결, 수량 확보, 생태계 복원 등을 통해 녹색성장과 지역발전을 이룰 것”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경 사무총장은 “현 정부가 느닷없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들고 나와 죽지 않은 4대강을 죽은 강이라며 살려야 한다고 하는데, 결국 4대강 사업은 준설과 대형 보를 통해 물을 가두는 인공호수, 수질악화 토목사업”이라며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과 마찬가지로 강 유역 개발 성격이 짙다. 강 유역을 개발해 리조트 등 관광업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이런 숨겨진 계산이 있으면서 강 살리기, 수질개선이라는 포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론했다.

박집섭 위원장은 “4대강 사업은 분명 절차적 타당성을 생략했다.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없이 30조 원에 육박하는 국민세금을 집행하는 것은 안된다”며 “4대강 사업이 잘못되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 공사비 22조원 돌려주고 강을 원상회복시키겠느냐”고 따졌다.

원희룡 사무총장은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는 문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내년 6월이면 보 공사가 끝나 검증이 가능하다. 잘못되면 저부터 물러나겠고 정권도 내놓겠다”고 말했다.

생태계는 안전하나

생태계 교란 문제를 놓고도 찬반 양측의 시각차는 여전했다.
원희룡 사무총장은 “준설 기간 동안 강에 사는 물고기들이 일시적으로 지천으로 피난 간 상태”라며 “빨리 공사를 끝내야 피신한 물고기들이 사계절 물이 가득 찬 본류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진섭 위원장은 “정부가 성공사례로 자주 말하는 울산 태화강은 주변 오염물질을 막아서 깨끗해진 것이지 준설 효과 때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패널로 참석한 부산대 이병인 교수도 “4대강에 보를 쌓으면 부영양화로 녹조 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심명필 본부장은 “녹조 문제는 이미 대비책을 세워놓았으며 지천과 소하천 오염방지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논의기구를 통한 논의 기간 동안 공사의 중단 여부에 대해서도 양측의 시각차는 여전했다. 민주당과 범대위는 “논의가 벌어지는 동안 정부가 공사를 잠정 중단한다면 반대운동도 중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최대한 조속히 사업을 해야 한다. 논의를 위해 공사를 중단할 경우 사업비 증가 등 각종 피해 등을 감안할 때 중단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도법 스님 “명분 없이 반대한다면 종단 명운 걸고 강력 행동할 것”

이날 같은 사안마다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양 진영에 대해 도법 스님은 “4대강문제는 사회통합을 위해하고 있다. 이 사업의 본질은 민주주의라 생각한다”며 “4대강사업이 시작부터 민주주의에 충실했다면 갈등과 증오 등이 확대 재생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어 “지금부터라도 민주주의 방식을 제대로 지켜야한다”며 “4대강 문제와 관련 이웃종교들과 함께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명분없이 반대한다면 정부든 시민사회든 종단의 명운을 걸고 강력하게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화쟁위는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종단 차원에서 국민적 논의기구 설치와 범국민적인 참여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화쟁위는 “앞으로 소통과 중재를 위한 국민적 논의기구 출범에 종단이 적극 나설 것”이라며 “종정 법전 스님, 총무원장 자승 스님 등을 비롯해 종단 내에 갈등 해소를 위한 의견은 하나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여당이든 시민사회계든 공정하고 중립적인 논의기구 구성에 반대하는 측에 대해선 종단 차원에서 대응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여당도 전향적으로 나서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화쟁위는 법안 스님을 실무위원장으로 한 대안마련 실무위원회도 구성, 4대강 사업 찬반 양측 모두가 수용할 만한 대안을 9월 이내에 마련키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화쟁위 차원의 공식적 안으로 채택 후 10월 초쯤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편집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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