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사찰화재현황을 살펴보면 전기로 인한 화재가 38.3%로 가장 높으며, 그 원인 가운데 합선이 가장 높은 67.8%를 차지한다. 대부분 목재로 이루어진 사찰 문화재의 특성 상 화재에 취약한 면이 많고 전통가옥 구조상 화재 진화가 쉽지 않다. 이에 ‘사후’가 아닌 ‘사전’에 화재의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9일 조계종 문화부 주최로 열린 ‘전통사찰 방재예측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도 예측 시스템이 반드시 도입돼야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사후 방어 시스템으론 역부족, 사전 방지 예방시스템 필요”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방재시스템은 대부분 피해가 발생했을 때 방어하는 사후처리 시스템위주로 구축되어 있어 사람에 의해 자행되는 인재나 전기화재의 대책으로는 역부족하다. 따라서 재난 징후를 예측해 사전에 피해를 방지하는 예방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조계종 문화부장 효탄 스님은 이날 토론회에서 ‘전통사찰 방재 예측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란 기조발제를 통해 화재로부터 사찰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재난이 발생하기 전의 예방이 중요하다고 이같이 강조했다.

효탄 스님은 “사찰에서 일어나는 지난 10년간 재난상황을 보면 600여 건이 넘는 화재가 발생했고, 올해에도 3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며 “화재 및 도난 발생 시 사후 처리 방재 시스템에 편중된 현재 시스템은 무용지물에 가깝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효탄 스님은 “전통사찰은 보존상태가 열악하고 사회적 병리현상의 하나로 문화·예술 및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경향이 등장하고 있어 항상 훼손 또는 멸실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이제 무엇을 어떻게 시정해 나가야 할 것인가라는 실천적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그 필요성을 밝혔다.

그 대안으로 효탄 스님은 “전통사찰 방재는 재난에 대한 예방·예측 중심의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라며 “이는 재난에 대한 예방·예측 시스템 기준을 마련하고자 하는 종단의 방향과 일치하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효탄 스님은 예측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제안으로 △종단의 방재 인식 강화 △정관계의 지속적 관심 필요 △방재 전문인력 양성 △방재 예측시스템 연구 개발 △방재 예측 시스템 지침 마련 등 5가지를 제시했다.

효탄 스님은 또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시설을 구비해도 사람의 지속적인 관심과 훈련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전통사찰을 관리하는 주지스님을 비롯한 관리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방재의 중요성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춤형 안전계획 수립해야”

이어 엄승용 문화재청 문화재정책국장은 ‘사찰문화재 재난 방지 성과와 향후 방향’이란 주제를 통해 문화재별 맞춤형 안전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 국장은 “과학적인 문화재 방재를 위해서는 시기별·지역별·유형별 문화재 안전관리에서 이제는 문화재별로 산사태나 산불, 지진 등 분야별로 취약한 사안을 중점 보호해주는 맞춤형 안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일괄적인 방재 대책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엄 국장은 이에 앞서 “2005년 낙산사 화재는 문화재 방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2008년 숭례문 화재로 그 시급성을 인식하게 됐다”며 “낙산사 화재 이후 정부는 문화재 안전과 시설 점검 및 첨단 방재시설 설치사업을 착수했지만 스님들의 협조와 인식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엄 국장은 사찰 문화재 방재 여건으로 △지형·자연적 요인 △문화재 특성 요인 △인적·사회적 요인 등의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화재 시 소방관 접근이 지연되고 목조문화재 특성상 화재에 취약한 문제도 심각하지만 종교적 적대감이 잠재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엄 국장은 또 “정부에서는 다양한 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을 구축해 전통사찰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라며 “지난 2007년부터 사찰 방재시설 지원책으로 방재시스템구축, 안전경비인력, 방화관리자배치, 도난감시시설, 전기시설, 방충·방염제 도포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 국장은 “문화재 훼손방지는 우리의 의무이며,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문화재 방재 대책으로 6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안전감시시스템 확보다. 인적 감시와 첨단장비에 의한 경비 사각지대를 없애고 보안업체, 경찰, 소방차가 동시에 출동할 수 있는 통합방식운영으로 상시보안관리가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둘째는 문화재 소방시설 관련 규정 필요이다. 문화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금은 소방법은 문화재 화재예방을 위한 시설기준으로 미흡하기에 문화재별 특성에 맞게 차별화해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이 유기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셋째는 문화재시설물 안전점검 체계 구축이다. 정기적으로 화재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소방, 전기, 가스, 산불 등과 관련된 시설물을 관리하고 점검해주는 협회 또는 단체를 조직해 분야별 안전점검을 체계화하자는 것이다.
넷째는 방재시설 유지 관리 전문성 확보다.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방재시설에 대한 이해 및 운용능력을 향상시켜 이상 발생시 즉각 조치해 상시 감시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섯째는 초기대응능력 향상이다.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초기대응능력을 향상시키고 각 개인별 임무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는 문화재 경관에 조화되는 방재시설 구축이다. 방재시설의 기능 고려는 물론 나무나 석축 등으로 은폐해 경관훼손을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엄 국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방재시스템 구축을 위해 △문화재 방재 관련 R/D사업 적극 추진 △방재분야 전문 인력 양성 △문화재 방재 관련 국제공조 추진 △문화재 방재 관련 국민적 홍보 강화 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현장서 감당 가능한 실질적 시스템 필요”

“사찰문화재 보호를 위해 전기 방재를 우선적으로 정한 것은 잘한 일이며 시스템 구축을 하는 데 있어 무조건 고가의 시설보다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감당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날 윤명오 서울시립대 교수(한국화재소방학회장)는 ‘전통사찰 방재 예측시스템 구축 방안’이란 주제로 문화재 화재사례 및 방재특성, 방호수단 등에 대해 발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윤 교수는 먼저 “지난 5년간 사찰화재현황을 살펴보면 전기로 인한 화재가 38.3%로 가장 높으며, 그 원인 가운데 합선이 가장 높은 67.8%를 차지한다”며 “대부분 목재로 이루어진 사찰 문화재의 특성 상 화재에 취약한 면이 많다”고 현재 문제점을 진단했다.

윤 교수는 문화재의 방재 특성을 물리적·관리적·대응적·사회적 4가지 측면에서 제시했다.
먼저 물리적 측면에서는 물적 가치가 매우 크고 개방성이 큰 목조구조가 주를 이루며 장기간의 라이프싸이클(life cycle)를 갖는다고 보았다. 관리적 측면에서는 발화요인이 다양하고 관리능력에 한계가 있으며 사(私)공간이나 성역의 존재로 개방적 관리가 곤란하다는 점을 들었다. 대응적 측면에서는 자위적 능력의 편차가 크고 접근성 및 소방력 활용에 곤란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사고에 이목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피해유발책임을 국가에 전가하는 경향 등도 있다고 보았다.

이에 윤 교수는 종합적으로 4가지 단계별 방호수단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첫째는 ‘징후감지’다. 아크감지기나 누전차단기를 통해 노후화로 인한 취약화 현황을 감지하는 것이다. 이는 소방법보다 강화된 수준을 대비하는 것으로, 물적 가치가 크거나 대응력이 취약한 경우에 효과가 높다.
둘째는 화재시 발생 열온도 감지기, 연기농도감지기, 불꽃광도감지기 등을 통한 ‘현상감지’다. 이는 일반 소방법 수준의 초기대처용으로, 개방형 공간에서 작동성이 저하되고 소규모 화재원인 감지가 곤란하며 감지에 따른 확인 필요하다는 특성이 있다.
셋째는 S.P 또는 가스계 설비와 옥내소화설비 등 열·연기감지 자동화시스템을 통한 ‘초기소화’다. 이는 반응성이 빨라 화재조기진압 또는 화세 제어에 효과적이지만 살수에 제약이 있고 수손(水損) 피해가 우려되며 소화전 작동에 체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넷째는 옥외소화전과 소방 장비 등을 통한 소방관이 출동해 진압하는 ‘본격소방’이다. 외부 확산 방지와 전이 억제 등이 탁월하지만 접근성과 비상수원확보 등 진압 성공 전제조건이 중요하다.

윤 교수는 특히 “화재 발현기에서 연소 지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방염처리’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제시하면서 “또 화재 예방 시스템은 확산기가 아닌 잠복기와 발현기 이내에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집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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