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다가온 불교와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10여 년 동안 고집스럽게 불교를 탐닉한 한 재가불자가 자신의 경험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자 포멀 에세이를 출간했다. 충남 아산 보문사 불교대학 지도법사로 활동하고 있는 양철곤 씨의 《자기계발과 선(禪)의 만남》이 그것이다.

절에 다니는 아내의 운전사 역할을 계기로 불교에 들어선 저자는 처음에는 방관자로서 남들 하는 대로 하다가 ‘제대로 알고 하자’는 발심을 내고 지금까지 11년 동안 불교공부에 집중하면서 재미와 즐거움과 기쁨을 누린다고 말한다. 이 책의 출간은 그러한 환희심의 연장선에 있다. 또 출가승려의 교육이나 불교관련 대학·대학원 정규과정을 밟지 않은 일반 재가불자의 순수한 경험이 녹아 있어 그 환희심은 일반인 누구나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크다.

저자는 이 책이 자기계발을 가능케 할 진정한 지혜로 이끌 것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자신과 타자의 상의상관성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지식을 얻어가는 책이 아닙니다. 지식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와 우리들의 삶에 작용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때, 우리는 그것을 ‘지혜’라고 합니다. 이 책의 내용 중에서 어느 것 하나만이라도 나의 진정한 지혜가 되어 실천할 수 있다면 그것이 자기계발의 시작인 동시에 완성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자기를 계발하려면 ‘나’라는 존재와 다른 것들의 존재에 대해서 알아야 하며, 다른 것들과 나는 어떤 상관관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관계를 어떻게 하여야 상생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보편적이고 타당한 진리를 ‘완성된 지혜’라는 방법으로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만족한 삶을 살게 한다.

사실 여기에는 내용상 중도(中道), 이(理)와 사(事), 유식(唯識) 등 불교의 난해한 술어들을 많이 포함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것들을 남김없이 해석해 우리들의 눈높이에 맞춰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불교의 본질이 자기 자신의 무명(無明)을 타파해 완전한 지혜[般若]를 증득하고 나아가 그것으로 모든 사람들을 이익되게 하는 것에 있지만 저자는 그것을 고상하게 형용하지는 않는다. 교학서에서 선어록까지 두루 섭렵해 ‘자기계발’이란 표현으로 은 그것을 쉽게 풀어내었다는 데에 큰 장점이 있다 하겠다.

《자기계발과 선(禪)의 만남》은 단편의 묶음형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목차를 보고 관심 있는 부분을 먼저 읽어도 괜찮고 처음부터 하나하나 정독해도 관계없다. 중요한 점은 그 많은 단편들을 일이관지(一以貫之)하고 있는 ‘그것’을 통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것을 ‘중도’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 책의 장황한 구절들을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서는 내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문구로 정리한다.

이 책은 분명 불교 전문서적은 아니다. 하지만 불교를 어려워하는 이들에겐 보다 친근하고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다리가 될 것이다. 불교를 미신을 믿는 종교로 치부하는 문외한이라 면 읽어볼 가치가 더욱 있을 것이다.

양철곤 글/도서출판 생각나눔/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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