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불교가 선불교(禪佛敎)라는 데에 이견은 없다. 남북국 시대 이후 9산선문이 개창되면서부터 선(禪)은 출가자들의 수행방편으로 요지부동한 위치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선은 문자나 언어를 거부하는 특징이 있다. 인간의 생각이나 표상을 남에게 전하려면 적어도 문자나 언어의 일정한 약속과 논리로써 표현하기 마련인데, 선에 있어서는 그러한 형식적 방법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어적 생활에 친근한 사람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

최근 동국대 선학과 교수 현각 스님이 출간한 개정증보판 《선학의 이해》는 이 점을 다소 해결해준다. 불립문자의 선을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해 문자로 문자를 떠난 선을 실상을 전달해주고 있다.

선에 있어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하는 형식이나 방법이 문자나 논리적 설명을 떠나 실행됐던 것만은 아니다. 그 선어록들은 서술과 방법에 있어서 분명히 문자를 쓰고 있으며, 그 설명 역시 일상적 논리체계와는 다른 논리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자나 언어를 쓰되 그 메시지는 문자나 언어를 떠난 실상(實相)을 전달하는 것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선의 경우 그것이 선학으로 성립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기도 했다. 선은 종교로서 인간의 생활에서 우러나온 지극히 인간적이고 깨침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당연히 선에 대한 체계적이고 분류적인 해석의 작업과 더불어 선의 의의와 그 본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그 필요성을 강조한다.

《선학의 이해》는 지난 2003년에 출판한 적이 있다. 선학에 대한 본격적인 입문서나 개론서가 미미한 상황에서 그 책은 출판된 후 선학전공자의 필독서로 뿐만 아니라 선학을 갈구하는 많은 일반인들로부터 익혀졌다. 하지만 한자가 많이 사용된 초판본은 일반인들에게 하나의 장애가 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그래서 개정증보판에서는 한글세대를 배려해 한글음 병기는 물론 한문 문장을 친절하게 풀어놓았다. 또 2. 3부에서 ‘선과 깨달음’이라는 새로운 논제를 추가해 궁극적으로 선과 깨달음의 관계와 의의에 대해 회통하고 있다.

개정증보판 《선학의 이해》는 교육 현장에서 실제적인 고민을 해온 저자의 오랜 학문적 성과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선학의 방향제시와 역사와 사상, 수행과 선전(禪典)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입문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온 저자가 선학에 대한 강의를 담당하고부터 틈틈이 준비해 둔 강의안과 단편적인 이론서 등을 참조하고 각 주제를 통섭해 세 가지 방향으로 정했다.

제1부 선사상의 역사는 선의 사상사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다. 인도에서 발생한 선의 근원으로부터 인도에서의 선의 전개에 대하여 개설적으로 피력하였다. 즉 선경(禪經)의 전래와 더불어 보리달마에 의하여 선법이 중국에 들어오면서 중국적인 선종의 흥기와 함께 각종 종파의 출현에 대하여 시대적으로 개관하였다. 아울러 한국에서 전개된 선법에 대해서도 간략하게나마 개관하였다.
제2부는 선에 대하여 각 분야별로 나누어 보았다. 우선 크게 선전(禪典)과 수행으로 분류하였다. 선전에서는 선경(禪經)과 선어록(禪語錄)에 대하여 개괄적인 조망을 하였다. 수행에서는 수행의 방식에 대한 분류와 함께 선문답과 청규를 통하여 선의 본질과 그 특성에 대하여 조명하였다.
제3부에는 그 동안 저자가 주장하고 제기해 온 문제를 중심으로 선사상의 전개에 대하여 나름대로 정리해 부분이다. 먼저 마음의 구조와 그 작용에 대하여 서술하였고, 다음으로 간화선의 성립배경에 대하여 기술하였으며, 나아가서 선과 깨달음의 관계에 대하여 설명을 곁들였다.

최현각 지음/동국대학교출판부/22,000원

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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