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 화두 하는데 화두도 오래하면 망상이 돼. 화두 자체가 진리는 아니야. 화두 자체도 없어져야 해. 밖으로는 거리낌 없고 안으로는 경계가 없는 그 경지를 무심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주저앉으면 ‘귀신 굴속에 빠지는 꼴’이 되는데 여기서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하는 마음으로 한 발짝 더 나가야 한다. 거기서 뛰면 부처자리라고 하는데 사실은 그 말도 비유에 불과해.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 없다 하는 경계를 초월하는데 마음으로 마음을 어떻게 찾겠어. ‘수불세수’(水不洗水)라 물은 적실뿐이지 물을 못 씻잖아.
그래서 자기 존재를 먼저 확인해야 해. 그래야 사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남의 삶일 뿐이지. 사업이나 정치는 목숨 걸 일이 아니야. ‘이것이다’ 하며 단정되는 것은 없어. 사실은 부처님 말씀도 방편이지. 모두 스스로 배우고 깨쳐야 해. 올바른 삶도 마찬가지지. 다만 불교의 핵심을 알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해서 한번 찾아 나서 볼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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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스님 | 선·교·율(禪·敎·律) 삼학을 두루 겸수(兼修)한 스님은 1933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금오 스님을 은사로 1953년 득도했다. 참선을 강조하는 은사 스님의 뜻과 달리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해 밤을 새워 경전을 읽기도 했다. 그 뒤 은사스님의 뜻을 헤아리고 참선수행에 매진했다. 법주사 주지, 총무원장 소임까지 지냈지만 해인사, 봉암사, 불국사 등 제방 선원에서 대중과 더불어 용맹정진, 울력, 발우공양, 포살을 여법하게 한 참수행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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