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시린 눈바람과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오감을 뚫고 들어와 깊은 영감으로 뜰을 적십니다. 가을 단풍이나 새봄 갓 피어난 꽃도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에 못지않게 앙상한 가지 위로 피어난 눈꽃의 침묵도 우리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 풍경 속에서 깨침의 종소리가 들립니다. ‘그 텅 빈 무소유의 가지처럼, 우리 마음 속 마지막 티끌마저도 벗어 던지라’고, 그래서 ‘티끌 세상에 잠시 침묵과 비움의 순수를 선물해 온 세상을 껴안아라.’고. 대자연이 모두 함께 침묵하는데 여전히 시끄러운 소음으로 마음을 꽉 채우고 있는 우리가 떠오릅니다. 자연의 조화로운 변화에 맞춰 우리 생명의 에너지도 조화로운 법계의 순환에 동참해, 추운 계절에도 선화(禪花)를 피우길 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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