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미얀마) 스님들이 거리로 나섰다. 상좌부 불교국가인 버마, 이곳에서 스님들이 거리로 나서는 것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아침예불을 마친 스님들은 발우를 하나씩 들고 사원을 나와 줄지어 거리로 나선다. 재가불자들이 준비한 공양을 받기 위해서다. 불자들은 사원 앞거리에 앉아 스님들을 기다리다가 스님의 행렬이 지나가면 먹을거리를 스님의 발우에 말없이 넣고 합장 반배한다. 불자들이 보시한 공양물은 스님들의 수행에 약이 된다. 스님들은 그 공양물을 시주받고 수행한다.

그러던 버마 스님들이 이번에는 발우를 뒤집어 들고 거리로 나섰다. 복발(覆鉢). 발우를 뒤집는다는 것은 대중의 공양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2007년 9월, 버마 스님들은 탁발공양을 거부했다. 국민 대다수가 군부독재의 억압으로 먹고살기 힘든 마당에 승가라고 해서 편안히 공양물을 받을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2007년 9월 버마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그 시위대열의 선두는 가사를 수한 스님들이었다. 아니 스님들이 대규모 시위의 주축이었다. 그러나 버마 군정은 냉정했다. 메케한 최루탄 연기에 이어 총소리가 거리를 흔들었다. 시위대열은 흩어졌고 스님들은 무차별적인 매질을 당하며 어디론가 끌려갔다. 버마 스님들은 왜 맨몸으로 무자비한 군부정권에 맞섰을까.

▲버마인 생활 근간, 불교
버마에서 불교는 종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 국민의 90% 가까운 사람들이 불교신자일 뿐 만 아니라 남성 대부분은 1~2년간 출가해 승가에서 생활한다. 아이들의 대부분은 사원에서 설립한 학교에서 공부한다. 버마에서의 불교는 신앙형태 이전에 생활의 근간인 셈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버마에 전해진 것은 403년 인도의 부다고사(Buddhaghosa) 스님이 버마 남부의 따톤(Thaton)에 팔리어 경전을 전해주면서부터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불교가 버마 전역에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11세기 중엽 아노야타 왕조 때부터다.
버마족으로 최초로 통일국가를 이룬 아노야타(Anawrahta, 1044~1077) 왕은 버마 남부의 몬족 관할 하에 있던 따톤을 공격해 그곳에 있던 스님 500여 명을 팔리어 삼장(三藏)과 함께 북부 파간으로 데려왔다. 이후 아노야타 왕조는 스리랑카의 마하비하라(대승원)로 스님을 보내 상좌부 불교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였다. 아노야타 왕으로부터 시작된 파간 왕조는 1287년 몽고 황제 쿠빌라이 칸에 의해 멸망하기까지 300년 동안 5천여 개의 사원과 불탑을 건립하면서 불교를 전파했다.
버마족 왕조인 파간왕국의 멸망 후 200년이 지난 1427년 남부의 소수 민족인 몬족 출신의 딤마체디 왕이 버마 남부의 페구를 중심으로 페구왕조를 일으켰다. 딤마체디 왕은 혼란스러웠던 승단을 통일한 뒤 1476년 스리랑카로 스님 22명을 보내 상좌부 불교의 법맥을 다시 잇도록 돕기도 했다. 버마 불교는 이처럼 왕가의 절대적인 지지와 보호에 힘입어 순탄하게 발전해왔다. 달리 말하면 버마의 왕권은 불교의 지지 하에 권력을 유지해왔다.

▲탈식민지 선두에 선 버마불교
그러나 버마 불교는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으면서 시련을 겪게 된다. 영국 식민통치자들은 기독교 전파를 위해 여러 정책을 강행하는 한편, 불교사원에 신발을 신은 채 들어가는 등 불교를 폄훼하는 사건이 빈발하면서 스님들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1908년 영국의 식민통치에 반대하며 ‘청년불교도협회’가 창립되고 3년 후인 1911년에는 ‘일반불교도협회’가 조직됐다. 반식민지투쟁의 전면에 스님들이 나서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부터다. 반영식민투쟁을 이끌었던 우 오타마 스님은 납세거부운동과 불매운동을 주도하다가 1921년 식민정권에 체포되어 1년간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이후 1930년대에는 민족주의 운동가 사야산과 함께 보다 적극적인 반식민 투쟁을 벌었으며, 1938년에는 무력투쟁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한 와중에도 승단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식민통치의 영향으로 승단의 질서가 어지러워지고 승단이 쉐진, 드라와, 게트윈 등 여러 갈래 종파로 나눠지자 장자 종단인 투담마파의 주도로 계율을 정립하고 승가고시제도를 함께 적용하는 등 노력을 벌였다. 또 카렌족, 몬족, 샨족 등 소수민족의 불교와도 통합 노력을 벌여 민족에 상관없이 버마인이라면 불교로 하나가 되어 식민 통치에 저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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