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공동합의문에 서명한 뒤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남과 북은 10.4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채택했다. 다시 그 내용을 상기하면, ①6·15 공동선언 고수, 적극 구현 ②남북관계, 상호존중·신뢰관계 확고 ③남북 국방장관회담 올 11월 평양 개최 ④3~4자 정상 한반도 종전 선언 추진 ⑤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⑥남북응원단 경의선 열차타고 북경 간다 ⑦이산가족 상봉 확대·영상편지 교환 ⑧해외동포 권익 위해 협력 강화 [별항] 정상회담 정례화, 내달 총리회담 등 모두 10개 항이다.
한반도 종전 선언 추진은 50년 넘게 이어온 전쟁의 공포를 걷어낼 수 있는 획기적인 내용이다. 아울러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는 경제협력을 통한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략적 전술이라고 경계했던 야당인 한나라 당조차 논평을 하면서 “남북 정상 간의 ‘10·4 선언’은 한반도 평화와 공영을 위한 노력과 상당한 진전을 담았다고 평가하지만”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국민들은‘10.4 선언’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10명 중 8명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상당수의 국민들은 선언의 이행을 위해 필요한 통일비용을 부담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내용은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5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MRCK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이다.(일반국민 100명 대상, 95% 신뢰수준, 허용오차 ±3.1%)
내일신문이 이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적 자세히 보도했는데, 국민의 84.3%가 정상회담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에 대해서는 ‘남북경제협력사업 구체화(21.2%)’에 비해 ‘통일지향적 남북관계(22.5%)’가 조금 높게 나왔다. ‘한반도 종전선언 추진(16.1%)’과 ‘이산가족 상봉확대(11.6%)’가 뒤를 이었다.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재정 부담에 대해 68.6%가 지불 의사를 밝혔다. 11.7%가 ‘기꺼이 지불 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밝혔으며 ‘되도록 지불 하겠다’는 응답도 56.9%에 달했다. 공동어로구역 지정에 대한 합의에 대해서도 ‘적절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는 78.2%에 달한 반면 ‘부적절했다’는 부정적 평가는 18.6%에 그쳤다. 남북정상회담이 6자회담에서의 북핵문제 해결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답변도 82.4%나 됐다. 정상회담 개회 전부터 논란이 일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아리랑 관람에 대해서는 ‘적절했다’는 평가가 73.6%, ‘부적절했다’는 평가는 22.4%였다.
여론조사를 의뢰한 민주평통은 통일비용을 기꺼이 부담하겠다는 의향이 높게 나타난 것은 경협비용 등 통일비용이 향후 더 큰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상당부분 작용한 것이며, 향후 비용문제에 있어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일정부분 조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 여론조사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차기정부가 계승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조사대상의 78.8%가 ‘공감 한다’는 의사를 표했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은 17.8%. 남북 간 화해협력 기조를 어떤 정부가 되었던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선언의 실천이 과제로 주어졌다. 이와 관련해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마다 예상되는 비용의 크기가 너무 달라 국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0조원 정도로 예상했다. 그런가하면 조선일보는 통일부와 한국토지공사 등의 자료를 토대로 50조원 이상이 들 것이라며, 국민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장병완 기획예산처장관은 8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북한의 인프라와 인도적 지원은 재정으로 담당하고 경협 등은 민간기업이나 공기업, 국제기구, 국제사회의 투자 등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10조원이건, 50조원이건 통일로 나아가는 비용이며, 이 비용이 남북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분명한 건 대치와 전쟁보다는 훨씬 싸게 먹힌다는 것이다. 이미 국민들은 경제협력 비용을 흔쾌히 지불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남북정상선언에 따른 경제협력 비용을 국민들에게 자세히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정성운 | 前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woon1654@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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