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안팎이 어수선합니다. 권력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시시비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불교가 위기를 맞은 듯합니다. 승단의 위기 때마다 참회와 화합을 강조하셨던 부처님께서는 사문(沙門)이란 “스스로 반성하여 부끄러워할 줄 알고, 남을 대해서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사분률』)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는 지금의 사부대중이 수지해야 할 도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자(大慈)의 불도(佛道)에 마음을 담아야할 ‘사부대중’이 지금 세간의 의혹에 묶여 ‘시비의 굴레’ ‘개탄의 허울’에 빠져있습니다. 이제라도 사문의 도리를 좇아야 합니다. 참회와 화합으로 자자드는 정법의 불꽃을 되살려야 합니다. 『육화경』에는 “화합되기 위해서는 이해(理解)를 같이 해야 한다(見和同解)”라는 부처님께서 일러주신 화합하는 길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시비 속에서는 누구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입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하나하나 따져 시시비비를 논해서는 화합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참회하는 마음과 용서하는 마음만이 필요할 뿐이다. 원한은 원한을 쉼으로써 마침내 종식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 내 생각 내 행동만 옳고 남의 생각과 행동은 그르다는 망상 집착에 얽매인 아집에서 깨어나, 진정한 신심에서 새로운 불교를 열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정법은 상대와의 시비 속에서 구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용서하고 우리 스스로 먼저 화합의 손을 내미는 데서 구해집니다.
“한 중생도 여래의 지혜를 갖추어 소유하지 않은 중생이 없지만, 다만 망상 전도 집착 때문에 증득하지 못하였을 뿐이니, 만약 망상 집착을 떠난다면 일체지(一切智)와 자연지(自然智)와 무애지(無碍智)가 곧 현전할 것”(『화엄경』)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현현(顯顯)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법진 스님 |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dharmaj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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