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이전과 이후 파장은 미국내 문제가 아니었다. 미국은 9·11 이후 2개의 전쟁에 뛰어 들었고, 그 전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미국은 국내테러 방지를 앞세운 ‘페트리엇법’을 만들고, 애국주의의 깃발 앞에 일렬종대했지만, 그 결과는 원하는 것을 얻는 쪽으로 흐르지 않았다.

천안함 사건 결과 발표 이후 우리나라의 모습은 9·11테러 이후 미국의 모습과 참 닮았다. 위기 상황에서 강경론은 화려하고 온건론은 초라하다. 안보의식 부재를 비판하고 적의 책동에 강경 대응하자는 목소리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 ‘서울 불바다’ 발언 이후 가장 강경해 보인다. 천암함 사건은 9·11 테러가 그랬듯 우리나라의 경제 국방 등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좌우, 보수진보의 이념적 입장차이의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고 강경일변도의 대책만 주장하며, 마치 다른 의견 제시를 ‘안보의식 결여’니 ‘국론 분열 책동’이니 하며 의견이 다른 이를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 인양 몰아붙인다. 천암함 조사결과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면 좌파 빨갱이처럼 인식하는 것 역시 천안함 사건보다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합조단의 발표에 의하면 한미군사작전 중에 우리 초계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을 받아 침몰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햇볕정책이 중단되고 남북경색이 언제 풀릴지 모를 상황에서 발생한 우리 해군 함정의 침몰은 대북정책의 수정까지 가져오는 모양새다. 마치 전쟁이라도 일어날 듯하다. ‘자위권’ 발동 가능성을 표명하는 상황에서 마치 남북의 충돌은 예정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불기2554년 부처님오신날, 온 누리에 부처님의 자비가 충만하기를 발원하는 그날, 이명박 대통령과 국가 각료들은 ‘군사적인 대북제제’를 준비하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몇 시간 뒤 북쪽에서는 ‘전투태세’라는 예고된 답변이 울렸다. 크리스마스날에는 하던 전쟁도 멈추거늘, 부처님오신날에 전쟁운운하는 작태는 어디에 기인한단 말인가.

석가모니부처님은 당신이 태어난 나라가 정복 위기에 처했을 때 최소한 2번은 몸소 막아냈다. 코살라국 비두다바왕이 당신의 고향 카필라국을 쳐들어가는 길목의 바싹 마른 나무 밑에서 그들을 응대하며 “내 마음은 저 타들어가는 나무와 같다”고 하며 두 번이나 군대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비록 세 번째 침입에는 그 자리에 없어 카필라국이 멸망됐지만, 부처님은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지 맞서 싸우려고 하지 않았다. 《법구경》의 말씀처럼 “원한을 원한으로써 갚지 않고 참음으로써 원한을 해결하려 한 것(不可怨以怨 終以得休息 行忍得息怨 此名如來法)”이다.

서현욱/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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