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의 배경인 불교문화유산. 그러나 그 유산은 시대의 굴곡에 따라 방치되고 때로는 훼손되기도 했고, 지금은 박물관의 진열대에서 단순한 골동품으로 대접받고 있다. 불교계가 성보(聖寶) 관리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고,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 최응천<사진> 부장과 같은 관련 전문가들이 돋보이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최응천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신설 부서인 '아시아부' 부장을 맡고서 한 가지 바람이 생겼다. 아시아 문화를 회통시키는 키(key)로 '불교'를 삼겠다는 것이다.


최응천 부장은 미술사학을 전공한 후 학예연구관, 박물관장, 전시팀장 등 문화(재) 관련 공직을 두루 역임한 ‘문화(재) 행정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에게는 국립춘천박물관 초대관장,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팀 초대팀장,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 초대부장 등 ‘초대’라는 타이틀을 유독 많다.
비록 ‘초대’라지만, 그곳에서의 성과는 만만하지 않다. 국립춘천박물관에서는 ‘불교 메카 강원도’에 어울리게 불교 유물을 다량 수장한 박물관으로서의 기초를 다졌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사경展’ ‘사리展’ ‘루브르展’ 등 굵직한 기획전을 모두 아홉 차례나 개최하며 일반인에게 가장 친숙한 박물관으로서의 입지를 넓혔다.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가 유물관리부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그곳에서 일하기를 꺼려합니다. 국정조사 대상이 되는 부서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저는 그 부서에서 일하기를 자원해, 4년 동안 ‘핵심 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런 적극성이 저에게 ‘초대’ 타이틀을 갖게 한 것 같습니다.”
물론 그는 ‘문화(재) 행정 전문가’에 앞서 ‘학자’로서의 포부도 적지 않다. 1980년대 당시 불모지와 다름없는 불교공예를 자신의 평생 연구 분야로 선택한 것이며, 특히 공예품 가운데 거의 다루어지지 않고 있던 금고·운판· 범종 등을 연구 주제로 삼고 학자로서의 열정을 쏟은 것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 열정은 1998년 ‘18세기 범종의 양상과 주종장 김성원’이라는 논문으로 제 14회 동원학술논문상을 수상하게 했고, 동국대·홍익대를 거쳐 큐슈대에서 수학하며 일본 내에 있는 한국범종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일본 소재 한국범종의 중요성과 의의를 새롭게 부각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최근에서야 큐슈대 미술사학으로 ‘한국의 법음구’라는 주제의 박사논문을 제출했습니다. 문화(재) 관련 공직에서 활동하다보니, 논문에 전력을 다할 수 없었고, 박사과정을 밟은지 8년이 지나서야 가능했습니다. 이 논문은 제가 주목하고 있는 연구 주제인 우리나라 금고, 운판, 종 등을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불교공예품에 쏟은 관심만큼, 그는 불심도 돈독하다. 동국대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할 때부터 다잡은 초발심이기도 하고, 일산 여래사와 파주 보광사에서 닦은 신심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사찰이나 스님의 성보 관련 문의는 환희심을 절로 나게 한다.

 
불교문화를 비롯해 각종 예술서적으로 가득 찬 최응천 부장 집무실. 이곳에서 그는 불심을 간직한 채 예심을 사르고 있다.

“상당수 성보박물관 건립에도 자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신명나는 일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신명만큼이나 지금에서는 걱정도 있습니다. 어렵게 개원한 성보박물관이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불교중앙박물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 모두 불교유물의 보전 및 전시 중심지가 되어야 합니다.”
그에게 박물관은 유물 관련 학술적 공간이자 대중적 공간이다. 그래서 박물관에서는 끊임없이 학자들의 요구도 충족하고 대중들의 관심도 부응해야 한다. 즉 학문성, 사회성, 시상성이 답보되어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사찰도 수행도량과 관람도량으로 이원화 해, 불교의 저변을 확대해야 하는 한편 관람도량의 스님들이 문화재 보호의 중심적 역할을 하며 관람객들에게 다체로운 불교문화를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들이 문화재 관련 학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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