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도에 들어가는 보살이 행해야 할 것

일불승으로 들어가는 안락행으로 보살이 행해야 할 것과 행하지 않을 것이 있다. 행해야할 것[菩薩行處)이란 보살이 이치[理]에 나아가 행해야할 일로 여래의(如來衣)를 말하고, 행하지 않아야할 행위란 친히 실제적인 행위[事]에서 행하고 행하지 않을 것으로 여래좌를 가리킨다.
먼저 보살이 행해야할 것이란 경에서 “보살마하살이 인욕의 경지에 머물러서, 부드럽고 온화하며 착하고 순하며, 조급하고 성질내지 아니하며, 대상에 집착하지 아니하며, 사물의 여실상을 관하되, 집착하지도 분별하지 않을 지니라”라 한 것을 말한다.

중생인·법성인·신통인, 불도의 공덕 내는 경지

“인욕의 경지에 머무름”이란 일체불도의 공덕을 내는 경지이다. 첫째는 중생들의 욕설 경멸 등을 듣고 인욕하여 참고 나아가서 그러한 중생을 조복 받으며 선심(善心)으로 돌리게 함을 말한다. 세 가지 인욕행 중에 ‘중생인(衆生忍)’이라 한다. 둘째는 인욕의 경지에 머물러 일체법을 마음의 움직임이 없다고 잘 닦아 자재하게 중생을 조복하는 것까지를 가리킨다. 이를 ‘법성인(法性忍)’이라 한다. 셋째는 인욕의 경지에서 제불의 색신을 보게 되는 삼매에 들어감을 말한다. 이를 ‘신통인(神通忍)’이라 한다.

범부와 부처는 분별할 수 없다

“부드럽고 온화하며 착하고 순하며”란 중생들에 대할 때 항상 부드러운 마음으로 이해하고 동사섭(同事攝)으로 중생을 조복하는 행이다. 또한 온화함은 중생들을 대함에 있어 마음에 움직임이 없고, 착하고 순하여 삼매의 신통을 얻게 됨을 말한다.
“조급하고 성질내지 아니하며”란 공한 법을 알아서 어떠한 나쁜 상황에서도 놀라고 조급하게 성질내지 않으니 중생을 교화할 때 이와 같이 한다는 것이다.
“대상에 집착하지 아니하며”란 오온 십팔계 십이인연 등 모든 번뇌의 법이 결국 공하므로 마음도 처소도 없으며 선정 해탈법 가운데서도 마음도 행할 바도 없다는 것이다.
“사물의 여실상을 관하되”란 오음 십팔계 십이인연법이 모두 진여의 진실한 성품이어서 근본과 현상의 나고 멸함이 없으며, 번뇌도 해탈도 없다고 관한다.
“집착하지도 분별하지 않을지니”란 생사와 열반은 하나도 아니고 다르지도 않으며, 범부와 부처는 두 법계가 아니므로 분별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일법·이법·삼제, 천태대사의 보살 행처 해석

천태대사는 보살 행처를 한 법(一法)의 실상에서 해석하고, 이법(二法)에 입각해 해석하며, 삼제(三諦)의 입장에서 해석했다.
첫째, 한 법에서 행처를 해석하면 온갖 차별상의 모습이 평등한 하나의 실상으로 돌아감이, 마음의 작용을 그치는 것은 여래의(如來衣)이고, 공덕을 일으키는 것은 여래실(如來室)이며, 두루 분별하지 않는 것은 여래좌(如來座)이다.
둘째, 이법에 입각해 보면 아공과 법공의 도리를 가지고 제법을 참으니 곧 여래의 옷을 입음이고, 이공의 도리에 안주함은 여래의 자리에 앉음이며,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므로 여래의 방에 드는 일이다.
셋째, 세 가지 법에 입각해 해석한다는 것은 부사의삼제(不思議三諦)이다. “인욕의 경지에 머무름”은 삼제를 논한 것이다. “부드럽고 온화하며”란 진제를 따르는 것으로 거짓된 견애(見愛: 견혹과 사혹) 한열(추위와 더위 곧 법인) 등을 참음이다. “조급하고 성질내지 아니하고”란 속제(俗諦)에 안주하여 여려 근기와 환경에 따라 알맞게 들어 맞음을 말한다. “마음에 공포가 없음”은 어긋나고 따름을 달관해서 마음이 놀라지 않음이다. “대상에 집착하지 않음”이란 중제(中諦)에 머물러 이 변을 참음이다. “여실상을 관함”이란 중도(中道)를 관함이다. “분별하지 않음”이란 중도라는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님을 말한다. 삼제의 경지에 의거함을 처(處)라 하고, 오주의 욕을 참는 것을 행(行)이라 한다. 행을 셋으로 나눌 수 있으니 지행은 행불행(行不行)이고, 관행은 비행비불행(非行非不行)이며, 자비행은 행불행(行不行)임을 이른다.

2. 멀리해야 할 10가지
계율과 선정에 근본이 되는 행위

보살이 가까이 할 것(친근처)를 설한다. 계율과 선정에 근본이 되는 행위를 밝힌 것으로, 위와 같은 나쁜 행위를 행하는 자는 악습에 물들어 있어서 올바른 수행(淨行)을 막으니, 이와 같은 보살의 청정한 계율의 행에서 선정이 생기고 선정에서 지혜가 나오기 때문이다.

① 보살마하살은 권세를 멀리하라는 것이다. 권세는 바른 생각(正念)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② 모든 외도 등 삿된 사람들과 멀리하라는 것이다. 삿된 소견으로 바른 견해(正見)가 막히기 때문이다. 또한 세속의 삿된 법과 가까이 하지 말하는 것이다. 삿된 말로 바른 사유(正思惟)가 훼방받기 때문이다. ③ 모든 흉측한 놀이를 가까이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적정(寂靜)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④ 동물을 해하는 사람들과 가까이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들과 가까이하여 자비심을 해칠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⑤ 성문을 구하는 이 등 방편에 머무는 자들을 가까이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들을 가까이하여 보리를 구하는 뜻이 훼손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⑥ 애욕을 일으키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들과 가까이하여 애욕이 생기면 보리심을 해치기 때문이다. ⑦ 다섯 가지 완전치 않은 사람과 친하여 집착하지 말라. 신체 불구로 인하여 비정상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면 구도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⑧ 혼자서 남의 집에 들어가지 말고, 부득이하면 항상 부처님을 생각하라고 한다. 이는 나쁜 습기에 오염되거나 위해 입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⑨ 단정치 못한 행위로 법을 설하지 말라고 한다. 이는 남에게 악한 마음을 일게 하니 음란한 기운을 막아 계율을 깨뜨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⑩ 어린 제자 사람을 기르는데 집착하여 수행에 방해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안락행에 방해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살은 항상 한적한 곳에서 좌선을 좋아하여 선정의 마음(정심)을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3. 안락행은 불도로 들어가는 일불승도

이와 같이 보살행처와 친근처 그리고 사안락행을 실천하여 일불승도에 나아가는 사람은 마치 전륜성왕이 전쟁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에게만 상투 속의 구슬을 내어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곧 여래는 일불승 비밀장을 함부로 내주지 않다가 법화경에 이르러 일불승의 부처님 본 마음을 털어놓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계중명주유髻中明珠喩]

이기운/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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