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어렵다. 일부는 불교가 왜 어렵냐고 반문하지만, 불교는 어렵다. 사성제 팔정도만 해도 초보자들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성재헌이 쓴 《붓다를 만난 사람들》은 어려운 불교에 대한 도전장이다. 성재헌은 20여 년 간 불교 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을 초보자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붓다를 만난 사람들》에 담았다.

성재헌은 이렇게 말한다.
“20여 년 동안 불교 경전과 논저를 보고 번역하면서 느낀 것은 어렵더라. 하지만 부처님은 어려운 분이 아니었다. 많은 경전에는 ‘부처님께 누가 찾아왔고, 어떻게 법문했는지, 법문을 통해 기쁘게 하고 이롭게’ 하는 대목들이 나온다. 부처님은 즐겁고 사람들에게 이익된 분이었다. 하지만 현대불교는 어떤가? ‘불교는 어렵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성재헌은 또 “불교인들은 더 노력해야 한다. 불교는 유익한 것이다. 기분 좋고 유쾌하며 행복을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하신 일이다.”라고 말한다. 성재헌이 《붓다를 만난 사람들》을 쓴 출발점이자 ‘부처님은 어떤 분이셨을까?’에 대한 답이다.

《붓다를 만난 사람들》은 쉽다. 옛 설화를 읽는 즐거움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성재헌은 《붓다를 만난 사람들》를 쓰며 시점에 주목했다. 《붓다를 만난 사람들》에 등장하는 붓다를 만난 사람들은 회상과 고백, 부처님과의 인연, 부처님께 받은 감동 등을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 ‘그것(It)’이 아닌 ‘나(I)’, 1인칭 관점에서 서술해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로 다가온다.
성재헌은 “‘현재의 나’와 결코 다르지 않은 ‘당시 제자들’의 눈을 통해 부처님의 모습을 그려보았다”고 말한다.

《붓다를 만난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제자이긴 하지만 ‘십대제자’가 아니다. 깨달음의 깊이가 출중한 부처님의 애제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와 닮은 이들이다. 살귀(殺鬼)인 앙굴리말라, 남편과 자식을 모두 잃은 빠따짜라, 교만했던 꼿띠따, 죽음을 앞둔 왁깔리, 바보 쭐라빤타까 등등. 《붓다를 만난 사람들》에 나오는 열여섯 명의 인물들은 우리들의 마음을 그대로 닮은 슬픈 영혼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붓다를 만나 인생 최악의 진흙탕에서 벗어나 빛을 길을 걸어간다.
성재헌은 “잘 알려진 제자, 친숙한 제자들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나와 동떨어진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통해 그들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어떤 유익함을 얻었는지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붓다를 만난 사람들》은 붓다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과거의 인물들이지만 현 시대에도 유효한 이들이다. 지금 나와 내 이웃을 닮은 이들은 왜 붓다를 사랑하게 됐을까? 왜 붓다를 만나 자신의 과거를 버리고 빛의 세계로 다가섰을까? 그들 앞에 던져졌던 한계상황 역시 내 앞에 던져진 많은 과제들과 난관을 그대로 닮았다. 겪었던 것들, 겪어야 할 것들, 《붓다를 만난 사람들》의 등장인물들은 붓다를 사랑하면서 붓다로부터 해답을 찾았다.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성재헌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현재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인류의 문제’ 역시 붓다가 제시한 ‘해답과 지침’이 여전히 유용하다”고 말한다.

《붓다를 만난 사람들》의 주인공들은 붓다의 가르침에 감동해 사랑에 빠졌다. 붓다의 미소를 느끼고, 따스한 음성을 느끼고, 부드러운 발걸음을 느끼면서, 그분의 가르침으로 사랑에 빠졌다.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무거운 경전과 어려운 해설서는 다가오지 않는다. 《붓다를 만난 사람들》열여섯 명의 인물들이 붓다와 사랑에 빠진 것은 과거의 일로 치주할 수 없다. 현대에서도 붓다와 사람에 빠진 이들은 많다. 《붓다를 만난 사람들》을 쓴 성재헌도 붓다와 사랑에 빠진 사람 중 한 명으로 보인다.
수많은 사람들이 붓다와 사랑에 빠진다. 수많은 인류가 붓다를 찬탄한다. 시대와 지역, 인종과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긴 역사 속에서 방대한 지역의 인류가 붓다라는 성인을 흠모하고 추앙한다. 붓다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분의 행동과 말씀이 우리에게 봉착된 다양한 문제에 해답을 주거나 지침이 되기 때문이다. 에로스의 사랑이 아니다. 붓다의 가르침에 빠진 것이 진실된 사랑이다. 붓다와 사랑에 빠진 이들은 수천 년 동안 있어왔다.

“아들에게 불교를 어떻게 전해줄까 고민했다. 가르침을 일화로 얘기하자 아들이 귀기울여 들었고 변화했다”는 성재헌은 “이 책을 통해 부처님의 따스한 온기를 느낀다면 더없는 보람이라 여기겠다”고 말한다. 자 이제 우리가 나설 차례다. 부처님과의 사랑에 빠져보자. 우리보다 먼저 부처님과 사랑한 그들의 입을 통해 ‘붓다의 사랑’을 느껴보자.

■ 성재헌은?
김천 사람이다. 김천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다. 불교경전을 번역하며 여전히 김천에서 산다. 동국대 불교학과를 나와 동국대 역경원에서 일했다. 불교를 보다 쉽게 전하기 위한 강의와 글쓰기에 몰두한다. 조계종 포교원이 발행해 온 <법회와 설법> 집필위원이자, 최근 발간한 종단본 《부처님의 생애》의 초고를 집필할 정도로 내공이 깊다.
성재헌/아름다운 인연/9,800원

서현욱 기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