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흘러야 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강도 물이다. 큰 강도 고이면 썩고 악취가난다. 생명체가 숨 쉬고 살 수 없는 공간이 된다. 막히면 그렇다.

평생을 강과 산 사람이, ‘4대강 살리는 이야기’를 썼다. 미들하우스에서 나온 김상화의 《강은 흘러야 한다》가 그 이야기다. 종교계가 나서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지적해도 듣지 않은 현실에서, ‘4대강’ 문제로 20년 만에 가톨릭계가 시국법회를 여는 현실에서, 신륵사 인근에 여강선원을 열고 4대강 살리기의 허구에 대해 알리는 불교계의 목소리가 공허한 마당에 김상화는 ‘강은 흘러야 한다’고 소리친다.

김상화는 강 사나이이다. 음악도의 꿈을 접고 1,370회의 낙동강 답사, 787회의 사랑방 좌담회를 통해 낙동강과 그 유역 주민들의 환경과제를 개발하고 이를 각 지역단체에 제시하면서 대안마련에 모색한 강 전문가이다. 사단법인 낙동강공동체 대표, 한강 살리기 너트워크 공동대표, 낙동강 네트워크 대표, 운하백지화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김상화의 직함만 봐도 알 수 있듯 그는 강을 사랑하다 못해 강에 미쳐 있는 강 사람이다. 그가 강은 흘러야 한다고 말한다. 막히면 터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중국설화에 홍수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진다. 토목기술자인 ‘곤’이라는 사람은 홍수를 막으려다 둑을 쌓았다. 하지만 물의 양이 너무 많아 둑은 터져버렸고, 곤은 홍수를 막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곤’이라는 이 말고 ‘우’라는 이도 있었다. ‘우’는 곤과 달리 둑을 쌓지 않고 강의 굽이마다 물길을 팠다. 홍수가 빠져나갈 통로을 열어 주었다. 우는 홍수를 막는 데 성공했다.
막힌 것은 터지고야 만다. 그러므로 강은 계속 흘러야 한다. 김상화의 주장의 기본은 막히면 터진 다는 것이다.

2009년 하반기부터 정부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을 정비한다고 나섰다. 유행처럼 ‘녹색’타이틀이 걸리고, 죽은 강을 살리겠다고 한다. 홍수방지, 수자원 확보,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은 덤이란다. 심지어 4대강 살리기 공사현장에서는 인부들이 과로로 죽는 일마저 벌어진다. 인부들이 화장실이라도 가려고 포크레인 멈추면 감독관은 물론 관리자들이 나서 막는다는 기사마저 전해지는 상황이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잘 시간도 먹을 시간도 쉴 시간마저도 허락받아야 한다는 소식에는 1960년대 독재정권의 그것마저 연상된다.

4대강 건설의 기본은 댐을 만들어 물을 가두고, 강바닥을 파내 유속과 유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방법이 수질을 개선하고 홍수를 방지하며,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하지만 김상화는 이에 반대한다.
김상화는 보로 물의 흐름을 막고 땅을 파내는 것은 수질과 홍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이것은 물의 속성이다. 속성을 거스르는 보나 댐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호우 때 보의 물이 미처 빠지지 않았는 데 상류의 댐에서 급류를 내보내면 하류는 감당할 수 없다. 보가 감당하지 못한 물은 결국 넘쳐 계통 없이 흐를 게 뻔하다. 보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익사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하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정부는 죽은 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4대강’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강은 죽지 않았다. 오폐수 등만 정화해도 강은 살아난다. 울산 태화강은 물고기 한 마리 살지 못하던 죽은 강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현재 물고기가 돌아온 2급수 이상의 물이 흐르는 강으로 변했다. 댐을 쌓지도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둬두지 않았다. 태화강으로 들어오는 지류에서 오폐수를 걸러낸 탓이다. 또 강이 흘러 숨 쉴 수 있도록 하구 쪽의 쌓인 토사를 제거해준 탓이다. 강이 흐르도록 뚫어준 게 강을 살렸다. 6미터 깊이의 준설작업이 필요할까? 전국 강을 연결해 뱃놀이 코스로 개발할 게 아니라면 그 깊은 준설작업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강은 우리의 젓줄이다. 강은 여성성의 대표이다. 그래서 우리는 강을 어머니라 한다. 강은 생명의 근원이자 문명의 발상지이다. 이 강을 정부가 나서서 파내고 막고 배를 띄우려는 것이다. 찬성하기 어렵다. 김상화의 《강은 흘러야 한다》는 강 사람이 지은 강 살리기 이야기 이지만,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다. ‘4대강’ 무조건 반대할 일이 아니지만, 제대로 반대해야 한다. 이 책에 그 답이 담겼다.

김상화/미들하우스/12,000원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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