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집’은 부처님이 머무는 집이다. 부처님이 계시는 이상세계, 부처님의 나라를 상징한다. 모든 사람을 서로 아끼며 사랑하는 행복한 공간이다. 사람들이 살기에 가장 적합한 이상향이 부처님의 나라와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온갖 아름다운 말과 글로 부처님의 나라를 표현한다. 글과 말뿐이 아니다. 조각이나 그림에서도 부처님 나라에 대한 찬탄의 수사는 온갖 장식을 동원한다.

부처님 나라의 축소판이 사찰이다. 사찰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부처님 나라를 이 땅에서 현실화하는 것과 같다. 사찰의 모든 장식은 결국 이상세계를 추구하는 인간의 염원과 불교사상을 총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를 우리는 ‘장엄(莊嚴)’한다고 말한다. 장엄은 부처님과 불국토의 위엄을 드러내고 중생으로 하여금 그 아름다움에 감회를 일으켜 부처님이 보여준 진리의 길을 따르도록 권하는 포교의 장치이다. 건물만이 아니라 내부의 장식, 불상이 놓인 불단 역이 종교적 장엄을 위한 노력이다. 닫집 역시 그렇다.

닫집은 부처님 나라를 법당 내부에 장엄한 것이다. 불상을 봉안한 건물, 즉 대웅전 등의 전각에 들어서면 불상 위에 집 모양의 작은 건축물이 달려있다. 집안의 집, 이것이 닫집이다. 닫집은 화려하며, 정교하고, 불상이 자리 잡은 공간을 다시 장엄하는 부속 장치로 활용된다. 불교사상의 상징물로 승화하고 부처님을 아름다운 집에 모시겠다는 세속적 바람이 닫집을 만들게 했다. 닫집의 모양은 사찰 목조건물의 양식을 빼닮았다. 불전(佛殿)의 구성과 장엄 기법이 닫집의 그것과 같다.

닫집의 어원은 다양하다. ‘닫’은 보통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의 닫힌 집을 의미한다. ’닫는 구조의 집이다. 은폐된 공간이지만 결국 안주처(安住處)의 의미를 지닌다. 또 다른 의미는 ‘당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당가는 당나라에서 수입한 집인데 당의 건축술을 계승·발전한 송대의 《영조법식》에는 여러 종류의 닫집을 만드는 방법을 해설하고, 이를 불도장, 소장, 벽장, 경장 등으로 부른다. 이외에도 두드러진 집이라고 해서 ‘돋집’, 위에 달아맨 집이라는 뜻의 ‘달집’이 닫집의 어원으로 보기도 한다.

닫집의 성격 역시 여러 가지이다. 보통 닫집은 천장 장식의 일부라고 하지만, 단순한 천장 장식으로 보기에는 장엄을 위한 독립적 구조물의 일종으로 볼 여지가 많다. 닫집은 건축적으로 중첩된 구조를 가지는 ‘집 속의 집(전각 속의 닫집)’이다. 궁궐이나 묘 사당 등 유교 건축물에서도 닫집이 등장하지만 그 수와 질에서 사찰의 닫집이 우리의 전통건축을 가장 충실히 표현하고 독창성을 가미해 우수한 형태의 조성물이 많다. 윤장대, 불감, 위패 역시 닫집의 범주에 포함된다.

대한불교진흥원이 펴내는 ‘불교문화총서’ 두 번째 이야기인 《닫집》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 전통사찰 닫집의 구조와 의미, 그 문화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다룬 책이다. 불교미술의 결정체로 평가받는 닫집에 대해 그 진정한 의미와 가치,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의 맥을 이을 바람까지 담은 종합 안내서이다.

한국전통건축연구원 대표 심대섭과 ‘활불교문화단’의 신대현이 1년 여 동안 전국 사찰의 닫집을 조사해 정리했다.
《닫집》은 Ⅰ장과 Ⅱ장, 그리고 Ⅳ장은 신대현이, Ⅲ장은 심대섭이 각각 담당했다. Ⅲ장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닫집중 현재 조사가 가능한 곳의 닫집을 선정해 수록했다. 현장을 방문해 비계를 설치하고 근접 정밀 촬영해 도면과 비교했다. 조사된 닫집은 동영상을 제작해 진흥원 홈페이지에 올려 닫집 보존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닫집》에 실린 도면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낸 《한국의 고건축》과 문화재청이 발간한 목조문화재 실측조사보고서에서 인용했다. 심대섭과 신대현은 이 과정에서 칠장사 대웅전 닫집, 신륵사 극락보전 닫집의 실측도면에는 출목수가 실문과 다르게 제도된 것을, 촬영한 사집과 비교해 도면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했다.

닫집의 제작과 수리 기술이 제대로 전수되지 못하고 일부 소수의 장인들만 전통 닫집의 명맥을 잇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천장에 높이 달려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바라보기도 어려워 관심 속에서 멀어졌다. 진흥원은 “오래된 닫집을 하나하나 찾아보고 현황을 제작하면서 닫집의 보존 현황에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고 말한다. 일반인은 물론 관계기관이나 전문가들조차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민병천 진흥원이사장은 “우리 전통과 공예가 한데 어울린 입체예술의 정수인 닫집을 주목하고, 이 방면의 무형문화재 등 전문 장인을 지정하고 육성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다.

심대섭, 신대현/대한불교진흥원/20,000원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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