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석 교수의 '다시 읽는 법화경'

《법화경》은 한국불교에서 가장 대중적인 경전이다. 조계종의 소의경전은 《금강경》이지만 신행현장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읽히고, 신앙생활에서 사상적 기본 텍스트를 제공하는 게 바로 《법화경》이다. 미술과 음악, 인쇄, 건축, 조각뿐만 아니라 사상과 풍속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법화경》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 대부분의 《법화경》 해설은 천태에 충실한 결과물로 이루어져, 어렵고 난해하며 경전 구절의 정확한 이해를 돕지 못했다.

《법화경》을 천착하는 차차석 교수가 《다시 읽는 법화경》을 통해 자신의 연구 성과를 선보였다. 천태에 충실한 《법화경》해석을 인도문화에 대한 전반적 이해와 문헌사학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해석한다.

차차석 교수의 《다시 읽는 법화경》은 우선 ‘인도’의 정치 사회 문화 등 전반적 이해를 바탕으로 《법화경》을 접근한다. 《법화경》이 인도에서 편집된 경전이 탓이다. 인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해석상의 오류가 크다는 것을 차차석은 알았다.

▲ 국보 제185호 상지은니묘법연화경 권1-7

《법화경》〈신유품〉의 “저희들은 오늘에야 부처님의 참된 자식이 되었습니다. 부처님의 입에서 태어났으며, 법의 교화에 따라 태어났으며, 부처님의 법이라는 유산을 얻은 줄을 알았습니다.”라는 구절에서 ‘중생이 부처님의 자식’이라는 가르침이 초기불교 이래 강조된 점과 ‘부처님의 입에서 태어난다’고 한 구절이 불교에 귀의하는 사람은 누구나 차별 없이 그 존엄성을 존중받아야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차차석은 해석한다.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는 최상의 계급인 바라문은 범천의 입에서 태어난다고 인식해 왔고, 부처님은 그것을 부정하기 위해 불자들은 범천보다 훨씬 존귀한 존재로 알려진 부처님의 입에서 태어난다고 가르쳤다는 것이다.

특히 ‘부처님의 입에서 태어난다’는 부분을 운허 스님의 역본에서는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문을 듣고 귀의하였으며’로 번역하는데, 이는 천태의 해석을 충실히 따른 것이라 지적한다. 천태 지의가 활동하던 당시의 중국인들은 인도의 풍소고가 문화에 대해 오늘날 같은 많은 정보를 지니지 않아 나온 결과로 차차석은 보았다. 차차석은 이 구절을 ‘가르침은 입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구생(口生)이라 이해했고, 그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드는 것이라 인식했다. 매우 신앙적이면서도 절묘한 해석이며, 계급 타파를 위해 설해진 것이라는 경전 본래 의미를 되살리는 해석이다.

《법화경》의 중요성은 ‘수기설법(隨機說法)’에 있다. 중생들을 열반으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중생들의 근기에 맞추어 다양한 설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은 《법화경》이 2천년 넘는 세월동안 수많은 불자들의 의지처가 될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하다.

▲ 우리나라의 대표적 관음성지 양양 낙산사의 해수관음.
《법화경》은 내용이 매우 신앙적이고, 문장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반야경》이나 《유마경》처럼 높고 깊은 깨달음의 세계를 설명하려는 교리도 별반 등장하지 않는다. 종교문헌이 지니는 관념적 내용도 그다지 없다. 오히려 보살도의 실천과 융합의 정신을 찬양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적이다.
차차석은 “혹자들이 《법화경》에는 교리가 없고 단지 찬양하는 내용만 존재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성급한 판단”이라고 지적한다. 차차석은 “2천여 년에 걸친 《법화경》의 전개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의 자양분을 얻기도 했으며, 숨 막히는 실존의 한계상황을 극복하는 묘약을 찾기도 했다.”면서 “그들의 기도와 공덕을 그렇듯 간단하게 형용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차차석은 《법화경》을 ‘진정한 믿음과 깨달음의 시작’이라고 보았다. 《법화경》에서 십대제자로 대표되는 성문승들에게 수기를 주는 것은 단순히 ‘깨달음의 세계를 예언한다는 차원을 넘어 인식의 전환과 적극적인 사회성’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특히 《법화경》의 수기는 ‘모든 중생은 불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상으로 발전하기 위한 전단계로보기도 했다. 《법화경》 수기의 형식은 누구나 보살행을 닦으면 성불할 수 잇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것은 5백생을 수행하지 않으면 성불할 수 없다고 주장한 부파불교의 가르침을 뒤엎는 것이어서 매우 중요하다.

《법화경》의 대중성은 ‘관음신앙’으로도 증명된다. 관음신앙은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을 일심(一心)으로 염불(念佛)하여 그 원력(願力)으로 현세(現世)의 고난에서 벗어날수 있는 영험(靈驗)을 얻고자 하는 신앙이다. 관세음보살은 대자대비(大慈大悲)의 보살로서 대승불교(大乘佛敎)의 경전(經典)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법화경》에 따르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마음에 간직하고 염불하면 화재나 홍수의 위험에서도 이를 벗어나며, 칼과 몽둥이는 부서져 없어지고, 또한 중생의 마음속에 있는 불안과 두려움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실천을 통한 믿음과 깨달음을 강조한 《법화경》의 관음신앙은 불교를 신봉한 모든 나라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 중국 보타낙가산의 해수관음.

관음신앙은 중국의 낭낭신앙과 결합하여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가거나 아니면 바다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에게 해신신앙으로 자리 잡았다. 모든 중생으로 화현하여 나타나는 32응신 관음, 중국에서 나타난 관음들을 합하여 만든 33관음, 티벳에서 분노명왕으로도 나타나는 8관음 등등 다양하게 변화한다. 우리나라의 관음신앙은 대부분이 실천을 중심으로 한 《법화경》의 내용에서 비롯되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차차석은 《법화경》연구에 매진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법화경》은 대중적이고, 권위적이지 않다. 수행에서도 출가와 재가를 구분하지 않는다. 출가가 위주의 수행 관념을 타파하고 있다. 《법화경》은 보살도 실천을 하면 수기를 받는다고 말한다. 또한 《법화경》은 상대주의를 중시한다. ‘차이’ 때문에 배척하거나 폄하하는 것을 거부한다. 차별성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법화경》은 중생의 내면에는 누구나 본질가치(일승)가 있는 데, 차별이 없다. ‘일승’ 이기에 평등하다.”

차차석은 특히 《법화경》이 21세기 현대사회에서 가장 강한 메시지를 주는 경전이라고 말한다. 그는 “《법화경》이 다종교, 다문화, 지역과 이념 갈등, 분열된 사회의 ‘차별’을 강하게 거부하고 누구나 차이를 인정하고 분열 없이 하나가 돼야 함을 강조하고 있고, 특히 불교적 가치관을 잘 대변한다”고 강조한다.

일승(一乘)이란 삼승은 모두 방편이고 모두가 부처님이 되는 것을 궁극적 목적으로 삼는 것만이 참된 진실이라는 의미이다. 성문승, 연각승, 보살승은 모두 일승(一乘)을 지향하는 방편(方便)일 뿐이며 궁극적으로는 모두 일불승(一佛乘)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 《법화경》의 가르침이다. 이것이 법화경의 핵심 ‘회삼귀일(會三歸一)’이기도 하다. 차별적 방편을 버리고 진실의 세계로 돌아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차차석은 또 《법화경》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한다.
“어떤 교리를 통해서든 열반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며, 그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중요하게 여겼던 포용과 융합의 실천적 표현이라고 본 것이다. 일체의 선행이 성불의 원인이 된다고 가르쳐 출가자와 재가자의 장벽을 허물고자 한 《법화경》, 형식이 아닌 본질을 추구하여 현실을 이상적인 세상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것이 법화 행자들이 추구했던 대승보살사상이다.”

▲ 차차석/동방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
지은이 차차석은 《법화경》연구로는 대단한 내공을 쌓은 연구자이다. 종립대학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법화경의 본서사상연구-사회적 실천이념을 중심으로>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차차석은 《법화경》 연구에 집중했다. 《법화사상론》을 출간했고,《법화사상》을 번역했다. 이밖에 《중국의 불교문화》《대각국사 의천》등의 저작에서도 법화사상을 통해 수업한 안목을 대중들과 나누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불교상식백과》, 《조계종사 고중세편》, 《불교사의 이해》, 《생태위기와 종교문화》, 《구도자의 나라》 등 공저를 통해서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왔다. 교계언론을 통한 불교의 대중화와 어려운 불교를 실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힘쓴 《여든은 어려워도 세살은 쉬운 참살이》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현실적 공감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차차석은 현재 동방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보조사상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불교학연구에 천착중이다.

차차석의 《다시 읽는 법화경》은 기존의 《법화경》입문서나 전체적인 내용을 개략적으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 품에 ‘사족’을 달았다. 경전의 원문과 번역을 제시하지 않고, 강의하듯 해설한다. 해설이 딱딱하지도, 어렵지 않도록 애쓴 점이 눈에 띤다. 법화 사상의 어려운 용어들을 쉬운 말로, 현대적 언어로 풀었다.

차차석은 “《법화경》은 인도의 전반적인 문화를 이해하고, 중국의 기라성 같은 법화사상가들의 해설을 듣게 되면 경전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법화경》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또 많은 대중들에게 신앙적으로 도움이 되리라 본다.”고 권했다.

차차석/조계종 출판사/16,000원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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