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이종찬은 옛 시를 통해 현대인들의 사는 모습을 돌아본다. 또 작자 스스로 시를 통해 자신의 현실적 삶과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한 걸음 물러나 사물을 관조보고 세상을 바라보며 소통을 그린다.

이종찬의 수필 《옛 시에 취하다》는 ‘슬로북’이다. 급한 세상에서 재촉이는 호흡을 가다듬게 하는 힘을 옛 시를 읽으면서 조우한 느리게 보는 법과 느리게 사는 법을 담담히 적었다.

이종찬은 한걸음 물러나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탐구해 독자들에게 권한다. 사물, 세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법을 전하면서 이종찬은 전진하는 삶을 강조하는 현실에서 뒤딤이 될 지 모르지만 앞선 사물을 바라보기에는 한걸음 더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꼴찌로 사는 이의 판단이 가장 정확할 수 잇다는 그의 말이 왠지 가슴에 깊이 다가온다.

이종찬은 일산의 사건, 사물들을 뒤처져 보는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이종찬은 뒤처져 볼 수 있는 텍스트를 고전에서 찾았다. 선시(禪詩), 게송, 유교 경전, 한문 시(詩), 현대시를 읽으면서 풀어낸 내공이 녹록치 않다. 수많은 사연과 감성을 지닌 인간들의 삶 속에서 보다 선명한 이야기를 길어올린다.

이종찬은 《옛 시에 취하다》를 통해 옛 시를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억지로 설명하지도 않는다. 너그러운 문체는 우리 네 삶의 언저리를 더듬고 훑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종찬이 읽은 옛 시의 속살을 만져갈 수 있다. 시가 지닌 조용함과 느린 이야기에 바쁜 삶을 살아온 내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는 시간을 제공하고, 이 시간이 명상과 수행의 시간인양 느껴지도록 인도한다.

이종찬은 ‘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관조하는, 느리게 가는 시간임을 전하면서 개개인이 찾을 행복한 시간을 그린다.

이종찬은 책머리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세월을 따라 걸을 것인가, 세월이 나를 따라 지나간 것인가. 허둥대는 삶 속에서는 그 삶에 휘말려 나 자신이나 주변을 되돌아볼 여유가 없었기는 하지만, 사물이란 것이 그 당체 안에 있을 때에는 그 당체가 보이지 않는다. 나 자신이든 주변의 사실이든 여기서 벗어나 한 발 물러서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이종찬의 《옛 시에 취하다》는 한 걸음 물러선 이후에 나를 비롯한 주변의 사건, 사물들을 좀 더 냉정한 시선으로 객관화하려 노력한 흔적의 집합이다.

이종찬의 《옛 시에 취하다》는 출판사 ‘한걸음 더’가 기획한 ‘마음의 발견’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출판사는 “이 책을 통해 사회에 속해 있는 구성원으로서 자신을 잠시 잊고 참 나, 즉 마음의 실체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종찬/한걸음 더/12,000원

서현욱 기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