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은 곳곳에 토끼와 거북이가 숨어 있다. 전설의 용도 사찰에선 흔한 동물이다. 호랑이 원숭이, 물고기까지 말 그대로 ‘동물의 왕국’이다. 하지만 사찰에서 동물 찾기는 숨은그림찾기와 닮았다. 볼 줄 아는 이에게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만, 일반 사람들에겐 도통 모습을 허락하지 않는다. 설사 동물을 찾았다 해도 ‘왜 갖가지 동물들이 사찰에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이럴 때 ‘전문포교사’가 필요하다. 사찰의 곳곳에 담긴 이야기를 제대로 재미있게 전달하는 이들이 조계종 전문포교사들의 역할이다.

조계종 전문포교사 중 왕고참인 권중서 포교사가 사찰 구석구석을 헤집어 놓았다. 전문가들이 알 듯 모를 듯 설명하던 불교미술을 샅샅이 찾아내 불교미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이들에게 웃음으로 전달한다. 권중서가 쓴 《사찰의 구석구석 불교미술의 해학》은 교리를 바탕으로 그 위에 재가 전문포교사만이 가능한 입담으로 회화, 건축, 조각 등 사찰 내 다양한 불교미술품의 속사정을 드러낸다.

권중서가 찾은 불교미술은 엄숙함과는 거리가 멀다. 무겁고 장중한, 고요하고 적막한 사찰의 모습은 찾아지지 않는다. 부처님에 대한 예경과 간절한 기도가 이루어지고 스님 네들의 수행이 이루어지는 곳이지만, 권중서는 웃음으로 절집 곳곳의 찾기 힘든 해학과 익살을 드러내 보인다.

법당 닷집 위에는 용과 족제비가 숨바꼭질을 하는가 하면, 불화 속의 부처님 제자들은 설법 와중에도 자기들끼리 장난을 치느라 법문은 안중에도 없다. 벽화에는 겁먹은 토끼가 산신령 호랑이에게 벌벌 떨며 담뱃불을 붙여 바친다. 통도사 명부전에는 토끼가 거북이 등을 타고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가 하면 김천 직지사 수미단에는 잠자리보다도 작은 용이 행여 잡아먹힐까 몸을 비틀며 도망간다.

상주 남장사 극락보전 포벽에는 중국 시인 이태백이 술병을 옆에 낀채 고래를 타고 파도를 가른다. 권중서는 전등사 대웅전 추녀 밑의 원숭이를 두고 “벌거벗은 술집 작부가 벌을 받고 있다”는 속설을 “불교를 모르고 떠드는 터무니없는 소리이다. ”라고 지적한다.

권중서는 “양식사가 아닌 ‘신앙’을 중심으로 기술했다. 부처님 말씀과 조형이 제대로 보이도록 스토리텔링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한다. 불자와 일반인들이 불교교리를 이해 통해 소통하길 권중서는 바랐다.

사찰에 그려진 그림과 조각들은 모두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절간 구석구석 어느 것 하나 의미 없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때로는 민중의 염원을 담아 민초들과 하나가 되기도 했다. 용주사 효행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젖 먹이는 부처님'은 영락 없는 우리의 어머니다. 사도세자를 기리는 효행 본찰 용주사다운 독특한 불상이다.

이 책에는 모두 260여장의 사진이 실려 있다. 모두 권중서가 직접 사찰을 찾아 구석구석 방문하고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불교미술학자도 아니었으니 사진 촬영 허락을 받는 일도 쉽지 않았고, 문화재 보존을 위해 유리액자에 모셔 사진 찍기가 더 어려웠다고 그는 말한다. 사찰과 미술, 특히 불교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책이다. 전문가들이 설명하지 않는 부분을 신심으로 파헤치고, 전문가들이 놓친 불교 신앙을 바탕으로 새롭게 해석한 노력이 돋보인다.

강우방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엄숙한 법당에 우리 민족의 순수한 익살이 그토록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것은 불교사찰이 권위적이 아니고 일반 서민과 가까웠으며, 동시에 일반 서민이 법당 건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을 알려준다”고 이 책의 의의를 평했다.

글쓴이 권중서 씨는 조계종 전문포교사이자 법무부 교정위원으로 용주사 등지에서 문화재 해설 활동을 하고 있으며, 1993년도 답사모임 ‘문화사랑 걸망 메고’를 운영하며 우리문화 알리기에 힘쓰는 팔방미인이다. 
권중서/불광출판사/18,000원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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