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불교사회복지’라는 용어가 학문 차원에서 논의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정작 불교사회복지만의 정체성에 대한 정립은 찾기 힘들다.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불교사상과 사회복지학의 접점을 찾아 오랫동안 연구해 온 박광준 교수(일본 불교대학)가 그 결과물인 《붓다의 삶과 사회복지》를 출간해 많은 불교사회복지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붓다의 삶과 사회복지》는 불교사회복지의 원리를 불교의 사상이 아닌 2,500년 전의 역사적 인물이었던 ‘인간붓다’의 가르침과 실천에서 발견하여 재조명한다. 현대 사회복지학자의 시각에서 인간붓다의 생애와 사상을 고찰하여 사회과학으로서의 사회복지와 불교사상의 접목 가능성을 시험하고, 불교사회복지의 연구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의미는 ‘사회복지학자인 필자는 붓다의 가르침을 이러이러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에 대한 여러분 생각을 들려주십시오’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사회과학자의 입장에서 붓다의 사상, 특히 인간평등사상을 검토하고, 제2부에서는 불교사회복지의 의미와 필요성을 논하며, 제3부는 불교사회복지의 분야를 소개한다.

인간붓다는 민주적 사회, 협동적 사회, 전통과 법이 중시되는 사회, 노인이 공경받는 사회, 여성이 존중되며 차별이 없는 사회, 종교적 성지가 존중받는 사회, 종교가의 육성과 보호가 이루어지는 사회를 꿈꿨다. 이를 통해 우리는 붓다가 인간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꿈꾸었으며 인간을 사회적인 존재로 파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장에서는 그런 붓다의 이상향과 사회과학으로서 사회복지의 접목가능성을 살펴본다. 또한 붓다의 가르침과 실천적 삶에서 현대적 사회복지의 원리를 추출해내어 사회복지 실천에 적용함으로써, 사회복지 측면에서는 그 실천 능력과 효과를 높이고, 불교 측면에서는 불교의 사회적 실천의 사상적 기반을 확인하고 실천가능성을 높인다.

모든 종교가 그러하듯이 불교 역시 현실적인 사회복지 활동을 자신의 1차적인 목적으로 삼지는 않지만, 붓다의 가장 큰 관심이 고통받는 중생의 구제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불교사회복지의 중요성에 대해 의심할 여지는 없다. 이러한 붓다의 사상을 기반으로 사회과학으로서 사회복지의 학문적ㆍ실천적 원리를 불교의 가르침과 사상에 근거하여 조망하고 연구하고 불교사상과 불교적 실천방법에 근거하여 행하는 사회복지의 실천방법에 대해 논의한다.

그 가운데 저자는 기존 사회복지의 틀을 불교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을 강조하며 ‘자립’이란 개념을 제시한다. “모든 생명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는 것을 인식하느 것이 자립의 출발점이다. 자립의 인식에서 실천이 더해지면 그것이 완전한 자립이다. 도움받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가치없는 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자신과 생명을 나누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실천에 옮기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립이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과연 사회복지의 원리를 불교의 가르침에서 추출하는 것이 가능할까. 《붓다의 삶과 사회복지》는 그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야말로 사회복지의 원리를 가장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가득하다. 즉, 불교와 사회과학으로서의 사회복지는 서로 모순되지 않고 융합이 가능하며, 나아가 불교적인 세계관과 불교가 바라보는 사회문제의 인식방법이야말로 사회복지의 원리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 수 있고 사회복지의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눈을 준다는 것이다.

1958년 통영에서 출생한 저자는 부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불교대학(佛敎大學)대학원에서 영국복지국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페비안협회가 형성되는 과정과 그 구빈법 철폐운동을 고찰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일본 불교대학 사회복지학부 교수로 재임 중이다. 저서로는 《사회복지의 사상과 역사》,《고령사회의 노인복지정책》 등이 있으며, 일본에서는 《社會社會福祉の思想と歷史》, 《国際福祉論》, 《高齢者福祉の地域間格差に關する國際比較硏究: 日本․中國․韓國を中心に》를 펴냈다.

박광준/국판/양장/500쪽/25,000원

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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