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젠도환수위'는 발대식에 앞서 안중근 순국 100주년을 맞아 안의사를 추도하는 묵념을 올리고 있다.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년을 맞아 을미사변 당시 명성황후를 절명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히젠도’ 폐기주장이 제기됐다.

문화재제자리찾기(사무총장 혜문 스님)와 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김의정) 등은 ‘히젠도 환수위(위원장 최봉태 변호사, 혜문 스님)를 출범하고, 3월 26일 조계종 중앙신도회관 지하 교육관에서 연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후쿠오카의 쿠시다 신사가 소장한 국치의 상징인 히젠도를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히젠도 환수위’는 “히젠도는 1895년 을미사변으로 ‘피로써 피를 씻은 한일관계’의 시작을 알리고 한일 간에 지난 100여 년간 발생했던 비극적인 업보를 상징하는 물건이며, 우호적 한일관계를 열어 가야할 새로운 시대를 저해하는 물건”이라고 주장하고 “히젠도의 즉각 폐기나 사건 현장이었던 한국으로 인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히젠도는 1895년 을미사변 당시 범행에 쓰였던 살인도구로 경복국에 난입해 명성황후를 살해한 토오 가츠아키가 1908년 쿠시다 신사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젠도는 16세기 에도시대 다다요시(忠吉)이라는 장인이 만든 칼로 전체길이 12cm, 칼날 90cm의 일본도로 칼집에는 을미사변 ‘여우사냥’ 성공을 기념해 ‘단칼에 늙은 여우를 찌르다(一瞬電光刺老狐)’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일본 문필가 츠노다 후사코는 자신의 책 《민비암살》에 토오 가츠아키가 명성황후의 가슴을 찌른 3명의 자객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또 히젠도를 보관한 신사의 보관 문서에는 “왕비를 이 칼로 베었다”는 기록이 남겨져 있다.

환수위는 “히젠도가 신사에 보관되어 있는 점이 우연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환수위는 “야스쿠니 신사에는 침략전쟁으로 희생된 2만 명의 조선 희생자들이 전범과 합사되어 있어 완전한 해방을 맞지 못하고 있고, 환수위원회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도 있다”며 “일본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위안부 피해자들이 살아 있는 동안 사죄하고 배상해야 하며, 일제 피해자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히젠도를 빼는 궁사 모습.
환수위는 “한일간의 원한을 촉발시킨 사건에 직접적으로 사용된 범행도구가 일본신사에 지금까지 보관되어 있다는 것은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쿠시다 신사와 일본 정부, 일본의 양심세력 등은 범죄도구이자 한국인의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흉기를 올바르게 처분해 줄 것”을 촉구했다. 환수위는 “히젠도 폐기 내지 처분이 한일관계를 한 단계 진전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수위는 또 “히젠도는 범행도구로 쓰인 흉기이므로 당시 조선정부에 압수되어야 할 물건”이라며 “일본에 있어도 번인이 ‘이 칼로 명성황후를 살해했음을 자백한 이상 일본 검찰이 압수해야 하며, 신사에 기증돼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환수위는 “일본이 명성황후 살해사건에 대해 참회하는 입장에서 한국으로 인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히젠도 환수위' 발대식 및 기자회견.

환수위는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히젠도 환수위를 출범하고 칼의 폐기내지 환수를 촉구하는 것은 하얼빈에서 이토오 히로부미를 저격 후 재판에서 안중근 의사가 지목한 15개의 죄목 중 첫 번째가 ‘남의 나라 왕비를 살해한 죄’를 거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히젠도 환수위원회’는 발대식 이후 쿠시다 신사 측에 히젠도 처분 요청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환수위원회는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 최봉태 초대 사무국장,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 혜문 스님, 강보향 불교여성개발원 이사, 이종우 문화재제자리찾기 실행위원, 권오칠 희망신협 전 이사장, 백승규 MBC 기자, 송영한 구리넷 대표기자, 김윤길 동국대 출판부장, 김창희 조선왕실의궤환수위 실행위원, 시민운동가 오유진 씨, 이희선 문화재제자리찾기 후원회장, 이상근 중앙신도회 사무총장, 안영삼 조선왕실의궤환수위 간사, 이소라 문화재제자리찾기 간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또 명성황후의 유체를 안장한 홍릉이 소재한 남양주의 시의회도 환수위에 동참하고 있다.

한편, 환수위는 “‘낭인배들에 의해 명성황후가 시해되었다’는 통념은 ‘일본의 계획에 의해 일본인이 명성황후를 살해했다’로 수정돼야 한다”고 말한다. 환수위는 “‘시해’는 신하가 임금을 죽이는 것이라며 일본인에 의해 국모가 살해된 사건이므로 시해라는 정의는 잘못된 것이며, ‘살해’ 또는 ‘암살’이라고 명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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