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험한 기도도량으로 가는 길은 항상 힘들다. 대부분의 도량이 가파르게 굽이치는 산길을 좌고로 삼아 앉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간절한 서원을 품은 불자라도 이마, 콧등,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땀방울과 가슴을 턱턱 조이는 숨결을 막지 못한다. 그래서 서원은 더욱 절실해지고, 신심은 더욱 깊어진다.

가파르게 굽이치는 산길을 굽어보며, 해발 800여 미터의 천주봉을 병풍 삼아 앉아 있는 천주사(주지 중홍 스님)는 서원을 이고 진 중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기도도량이다. 80년대 말 ‘천주산 토굴’로 출발해 지금은 발심·신행·회향의 도량으로서 불자들을 반기고 있다.
무릇 이름은 모양과 둘이 아니라고 하였으니, ‘하늘을 받치고, 하늘을 열어 준다’라고 하는 절 이름이 말해주듯이, 분명 천주사는 중생의 막힌 삶의 모든 부분을 부처님의 지혜와 관음보살의 대자비로서 밝고 훤하게 열어주는 도량이다.
‘천주사’라는 절 이름은 신라 진평왕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스로를 정반왕으로, 왕비를 마야부인으로 칭할 정도로 신심이 깊었던 진평왕은 장차 ‘전륜성왕’이 됨직한 왕자를 낳고자 하는 일념에서 천주사를 창건했다.
진평왕의 염원이 담긴 천주사는 한일합방 때까지 그 명맥을 잇다가, 항일의병이 유숙한 일이 일본 헌병대에게 발각되어 전소되는 비운을 맞았다. 옛 터는 천주봉 아랫마을에 남아 있지만, 개인 소유의 묘지와 함께 정자가 있고 주변은 모두 과수밭으로 변했다.
지금의 천주사는 중홍 스님이 1985년 토굴 수행을 위하여 이 산에 들어와 관음보살의 현시(現示)를 받고, 천주사의 재건을 발원하며 세워졌다. 당시 중홍 스님은 옛 천주사 터는 아니지만 천주봉 아래 인근 주민들의 기도처로 널리 알려진 ‘길상지(吉祥地)’를 천주사 터로 삼았다.
길을 내고 산을 깎고 바위를 갈라서 샘을 만들고 장대한 석축을 쌓아 올려서 1997년에 삼성각을 신축했다. 대웅전에 앞서 삼성각을 지은 것은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인근 주민들의 기도처를 사찰 부지로 삼은 터라, 촛불을 켜고 찾아드는 인근 주민들로 인해 행여 산불이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삼성각을 먼저 지었다.
대웅전은 2004년에 건립했다. 부처님을 모셔놓은 수미단(須彌壇)은 마치 천년고찰과 같은 향기를 느끼게 한다. 가릉빈가와 공작 등 부처님을 외호하며 신봉하는 문양을 나무로 이중 조각해 놓아 입체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미술과 조각에 대한 식견이 없는 이라도 정성과 ‘뛰어남’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마치 부처님을 모신 반야용선을 연상케 한다.
뒤이어 반야실 등 여러 요사를 지어 기도객들이 정진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했다. 또한 관음보살의 영험이 항상 일어나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어, 대웅전 뒤편의 천연 암벽에 관세음보살의 입상을 조성했다. 보다 많은 중생에게 관세음보살의 영험이 고루 미쳤으면 하는 뜻에서다.
부도 형식으로 이루어진 영탑공원도 조성했다. 천주사가 많은 불자들에게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 원융의 도리를 알리는 도량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한 방편인 셈이다. 천주사 대중들이 중창(重創)을 염원하며 밤을 새워 정진한 지 10여년의 세월이 지나자, 천주사는 점차 새로운 모습을 갖추어 나갔다.
이후 천주사는 시민과 불자들이 편히 와서 기도하고 정진할 수 있는 도량으로 자리매김 하기 시작했다. 스님은 신도들에게 나눠줄 ‘법회 소식지’며 ‘천주사 홈페이지’를 만들고 운영하기 위해 타자와 컴퓨터를 배울 정도로 부처님 가르침을 쉽게 펴고자 노력했다.
천주사에도 어김없이 봄이 문을 두드린다. 한 낮 공기를 뚫고 들리는 천주사의 사시예불은 사바세계의 ‘어둠’을 몰아내며, 무명으로 가득 찬 중생심까지 환희심의 불심(佛心)으로 바뀌게 한다. 여법하게 장엄된 도량은 이제 부처님을 친견하고, 천주산의 삼라만상을 바라보면 세속에서 달려온 번뇌를 내려놓기에 충분한 ‘부처님 도량’임을 단박에 느끼게 한다.

천주사 | 경북 문경시 동로면 간송리(경천호 부근) | (054)533-0336

 

편집실 | iseonwon@iseonwon.com

 

인터뷰_중홍 스님

몸과 마음의 병 치유하길

“지난 85년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신도들의 정성어린 관심과 동참으로 이제는 새롭게 용기를 내어 대중의 신심을 다잡고 있습니다” 주지 중홍 스님은 이제 기도도량으로서, 포교도량으로서 천주사를 불법(佛法)으로 장엄하겠다는 발원을 세우고 있다. 중홍 스님은 “신도들이 와서 편안하게 안정을 취하면서 몸과 마음의 병을 다스릴 수 있는 도량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중홍 스님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방법 가운데 제일 좋은 방법은 부처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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