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가 주한미군기지의 확장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다.
지난 4일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으로 150여명이 다치는 유혈사태가 발생한데 이어 지난 주말에도 미군기지 확장 이전 부지로 지정된 평택 대추리 인근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다행히 이번 시위에서는 크게 다친 사람들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위는 계속 예정되어 있고, 이에 대해 정부는 시위 자체를 불허하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평택 대추리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전라도 해남이나 충청도의 홍성의 여느 농촌과 다르지 않다. 한 가지 다름 점이 있기는 하다. 자기의 땅에서 쫓겨난 아픈 경험이 두 차례나 있다. 연합뉴스는 대추리 주민들의 아픈 역사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285만평)인  팽성읍 대추리와 도두리는 일제강점기 및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일본군과 미군에 두 차례 땅을 내준 주민들이 갯벌을 개간해 정착한 마을이다. 평택시사(市史)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인 1942년 일본군은 팽성 송화리, 안정리, 옛 대추리 등 일대의 논밭과 야산에 활주로와 격납고를 건설하며 주민들을 인접마을인 지금의 대추·도두리로 내몰았다. 이렇게 만든 일본군 기지는 30만~40만평에 달했지만 땅을 빼앗기고 쫓겨난 주민들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또 한국전쟁 당시인 1952년 10월에는 미군이 대추·도두리로 밀고 들어와 집과 논, 조상 산소까지 허물고 미군기지(K-6 캠프 험프리스)를 만들었다.”                                     <연합뉴스, 5. 14>

그러니 이번이 세 번째다. 대추리의 농민들은 갯벌을 막고 지게로 흙을 져 나르고 피와 땀과 살을 저며서 만든 농토, 황새울 들녘이라고 부르는 땅을 다시 빼앗기게 된 셈이다.
평택 대추리, 겉으로 보기엔 그냥 평범한 한 농촌마을이 어째서 우리 사회의 뜨거운 역사의 현장이 되었을까.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이 첫째 원인이다. 정부는 2002년 10월 대추리 일대를 미군기지 확장 이전 부지로 지정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보상을 신청하라고 했다. 정부가 결정했고, 국회에서 동의를 얻었으니 법적으로 하자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주민들의 동의라는 가장 중요한 절차와 내용을 소홀히 했다. 6월 말까지 떠나라는 ‘선전포고’와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법대로 하므로 찍소리하지 말아라’라고 말하는 정부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대추리 주민은 물론 시민사회에서 ‘노무현 정권 퇴진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당연한 귀결이다.
두 번째 원인은 주한미군에 대한 견해차이다. 특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즉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군사적 필요성이 생길 경우 주한미군을 사용한다는 미국의 방침이 알려진 이후 주한미군에 대한 견해 차이는 현격하다. 주한미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미국의 긴장관계가 고조되면 한반도도 자동적으로 긴장이 조성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세계지배계획에 한반도의 평화가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11일 대추리에서 열린 ‘평택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4대 종단 공동기도회’에서 발표한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에 주목할 만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동북아 분쟁의 역할에 대한 의문에도 답해야 한다.” “평택 미군기지의 용도·목적 등과 관련한 시민사회의 물음에 분명한 해답을 내놔야 한다.”
종교인들의 요구가 잘못된 정보에 의한 것이라면 다행이다. 그러나 근거가 전혀 없어 보이지 않는다. 평택으로 확장 이전하는 주한미군기지는 북한의 도발을 대비하는 것을 넘어 동북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통제하는 지휘본부 같은 위상을 갖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시민사회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대추리는 대추리에 사는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민들만의 문제라면 그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충분한 보상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대추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뜨거울 수밖에 없다.

 

정성운 | 前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woon1654@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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