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 대한민국. 해방 6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잠시 민족공존의 가치를 추구하는 시기도 있었지만, 아직 같은 핏줄을 나눈 민족이면서도 이념논쟁과 무력시위, 심지어는 군사도발행위까지 서슴지 않는다.

현 정부는 출범 3년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북한의 태도 변화만 촉구하면서 북한의 옷깃을 더욱 여미게 할뿐 그들과의 동포주의적 대화는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카드 앞에 한국은 주도적 역할은 고사하고 소외 가능성마저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2월 17일 조계종의 ‘108산사 순례단 신계사 순례’ 실무를 위한 방북신청을 통일부가 불허해 그 뒷사정이 의심스럽다. 불교계의 남북 경색 완화 노력에 대한 정부의 이러한 미온적인 태도는 향후 남북불교교류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담보하기 어렵다. 특히 남북 민간교류를 불허한 채 외골수의 관(官) 주도로 남북문제를 대응하는 것은 자칫 군부독재시절과 궤를 같이 해 장기적 남북긴장유지를 초래할 수 있어 더욱 우려된다.

어느 사회나 진보와 보수는 있기 마련이고 그러한 다양성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 개진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다양성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독립된 실체를 인정하지 못하고 획일화된 목소리를 요구하는 것은 역사의 퇴보이자 중도(中道)를 저버리는 변집견(邊執見)이다.

이제 지역간·계층간·이념간 갈등을 새로운 사회통합 민족통합으로 엮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서로 다른 이념간의 논쟁과 화해, 이것이 우리들의 희망이다. 7세기경 우리의 원효 스님께서는 모든 분열과 갈등을 포용하는 화해의 길인 ‘화쟁사상(和諍思想)’을 주창하셨다. 이것은 융이이불일(融二而不一), “두 가지를 융합하나 하나로 획일화 하지 않는다.” 즉 흑백의 논리와 택일적 사고로 세상을 보지 말 것을 주장한다.
부디 이데올로기적 편향을 뛰어넘은 중도적(中道的) 접근방법으로 남북문제를 대하기를 기대해 본다.

법진 스님/불교저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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