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선학원을 비롯한 불교계의 상황도 별다르지 않았다.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사찰을 찾는 이들은 급격히 줄었고, 그것에 비례해 사찰경제도 어려워졌다. 마냥 수행에만 전념하기에는 불교 전반이 겪는 변화의 폭과 속도는 넓고 빠르다. 이제 불교 앞에 놓인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필요한 때다.

그런 점에서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지난 5일 열린 ‘임인년 시무식’에서 임인년 새해를 ‘선학원 복지 원년’으로 선포한 것은 뜻깊다.

아다시피 출가자 수는 해가 갈수록 줄고, 연령대는 높아지고 있다.

수행자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마도 노후일 것이다. 살림살이가 넉넉하고 도제가 많은 수행자야 걱정할 일이 없겠으나, 수행과 포교를 위해 한평생을 바쳤으나 노구를 의탁할 곳 없어 힘든 나날을 보내는 수행자가 많은 것도 현실이다.

재단이 노구에도 묵묵히 정진을 멈추지 않는 창건주, 분원장, 도제를 돕기 위해 복지불사를 시작한 것은 선학원의 설립 정신과도 상통하기 때문이다. 이사장 스님이 임인년 시무식에서 선학원 복지 불사의 기원을 1922년 설립된 선우공제회(禪友共濟會)라고 밝힌 것도 그 때문이다.

선우공제회는 일제 강점기 독신 수행승이 선량미(禪糧米)를 마련하지 못해 수행에 전념할 수 없게 되자 그들을 돕기 위해 구성됐다. 서로 도와서 구제하자는 공제(共濟)의 취지를 살린 선우공제회와 한평생 수행과 포교를 위해 헌신한 재단 구성원이 노후에 편히 정진할 수 있도록 돕고자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선학원복지재단, 독신 수행승에게 지원했던 선량미와 선학원 구성원의 노후를 책임질 복지금은 서로 상통한다.

이사장 스님은 선학원 복지기금을 조성해 연내 요양원을 기공하겠다고 밝혔다. 선학원 사부대중이 마음 편히 수행하며 포교하고,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재단의 의무이자 역할이다. 하지만 그 것은 재단의 의지만으로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뜻을 같이 하고, 함께 행원을 실천해 가는 대중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사장 스님은 신년사에서 “임인년은 재단의 도약과 중흥 의지를 다지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첫 발을 내딛는 중요한 한 해”라고 밝혔다. 이사장 스님이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내딛는 첫 발”로 제시한 것이 복지불사이다. 새로운 미래 100년의 초석을 다지는데 선학원 구성원의 관심과 성원, 동참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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