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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에 금동판으로 감싼 화려한 계단 난간 받침돌 있었다”
박홍국 교수, 경주읍성 동쪽 석재 55점 분석…“전례 없는 유물”
“금동판 고정한 못 구멍 뚜렷…원위치 알 수 없으나 복원 기대”
2022년 01월 06일 (목) 10:30:05 연합뉴스 .
   
▲ 경주읍성 석물마당에 있는 신라 계단 난간 받침돌 추정 석재. [오세윤 작가 제공 연합뉴스 사진]

(서울=연합뉴스) ‘황금의 나라’ 신라에는 계단 양옆에 설치한 난간 받침돌까지 금동판으로 감싼 화려한 건축물이 있었을까.

경주읍성 동쪽에 무더기로 놓여 있는 용도 불명의 석재 가운데 통일신라시대에 금동판으로 장식했던 계단 난간 받침돌의 일부로 추정되는 석조유물이 다량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 금동판으로 장식한 흔적이 남은 석탑이나 불상은 있지만, 불교 신앙의 대상이 아닌 계단 난간 받침돌에 금동판을 부착했던 사례는 없었다는 점에서 연구 가치가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고고학을 전공한 박홍국 위덕대 교수는 경주읍성 동문터 인근 ‘석물마당’의 석재들을 분석해 7세기 말에서 8세기 사이에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신라 난간 계단석 파편 55점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석물마당은 1985년 이후 진행된 경주읍성 발굴조사에서 나온 석재를 모아둔 곳이다. 석탑·돌다리 부재를 비롯해 주춧돌 등이 배치돼 있다. 하지만 아직 정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주민은 물론 연구자들도 눈길을 거의 주지 않았다.

   
▲ 박 교수는 계단 난간 받침돌을 활용한 계단이 이와 같은 모습일 것으로 추정했다. [김선덕 서진문화유산보존연구소장 제공 연합뉴스 사진]

박 교수는 신라사학회가 펴내는 학술지 《신라사학보》 제53호에 실은 신라 난간 받침돌 분석 논문에서 석재 하나하나를 촬영한 사진을 수록하고, 유물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그는 석재 55점이 동일한 성격의 계단 난간 받침돌이라는 근거로 크기와 조각 양식을 들었다.

난간 받침돌은 모두 하늘을 향한 면의 폭이 21㎝ 안팎이며, 측면 높이는 33∼33.5㎝이다. 측면에는 어김없이 위쪽과 아래쪽에 볼록하게 솟은 기다란 띠 모양 장식이 있다. 띠 장식의 폭은 위쪽이 대략 7㎝이고, 아래쪽은 9㎝ 내외다.

상하 띠 장식 사이 가운데 부분은 옴폭 들어갔는데, 대개는 끝에 평행사변형 모양의 또 다른 장식이 있다. 높이는 띠 장식이 1.5∼2㎝, 평행사변형 장식은 0.5∼0.6㎝이다. 평행사변형 장식은 미술사 용어로 우주(건물 모퉁이에 세우는 기둥) 혹은 탱주(모퉁이가 아닌 곳에 받치는 기둥)라고 한다.

   
▲ 파란색과 붉은색 원 안에 있는 부분이 우주 혹은 탱주에 해당한다. 붉은색 원 안은 평행사변형이지만, 파란색 원 안은 직사각형이어서 성격이 다른 유물임을 알 수 있다. [박홍국 교수 제공 연합뉴스 사진]

다만 난간 받침돌은 전부 형태가 온전하지 않아서 길이가 제각각이다. 그중 30∼39㎝인 석재가 20점으로 가장 많다. 가장 짧은 유물은 약 22㎝이고, 긴 유물은 81㎝ 정도이다. 전체 길이를 합하면 대략 24m이다. 난간이 계단 양쪽에 있었다면 한쪽 길이는 12m가 되는 셈이다.

박 교수는 “난간 받침돌은 규격이 거의 동일하며, 윗면은 비교적 정교하게 가공했으나 아랫면은 그렇지 않다”며 “석탑 부재에 있는 우주와 탱주는 직사각형 모양이지만, 난간 받침돌은 평행사변형이어서 기울기가 30∼32도인 계단 양쪽에 설치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행사변형 우주 혹은 탱주를 양쪽 측면에 장식한 점이 중요한데, 석탑 부재였으면 사람 눈에 보이는 한쪽 면에만 우주나 탱주를 새겼을 것”이라며 “석물의 형태나 조각 수준을 봤을 때 통일신라시대 유물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서진 난간 받침돌들이 경주읍성에서 대거 발견된 데 대해 “고려시대 이후 성을 쌓으면서 이전 시대 유적의 석재를 가져와 재활용한 듯하다”며 “경주읍성 성체 곳곳에 남아 있는 석탑 몸돌 등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고”고 덧붙였다.

   
▲ 박홍국 교수는 위에서 왼쪽을 A유형, 오른쪽을 B유형이라고 명명했다. 아래 왼쪽은 C유형, 오른쪽은D유형이다. A유형에는 구멍이 선명하게 보인다. [박홍국 교수 제공 연합뉴스 사진]

그렇다면 난간 받침돌에 금동판을 붙였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박 교수는 네 가지 유형의 받침돌 중 두 가지에 해당하는 27점에서 구멍이 뚜렷하게 확인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구멍은 금동판을 부착한 뒤 고정하기 위해 못을 박은 흔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석조유물에서는 당시 박았던 못이 남아 있었다고 했다.

그가 ‘A유형’으로 분류한 14점은 위아래 띠 장식에 지름 0.8∼1.8㎝인 구멍 5∼7개가 있고, 평행사변형 장식 옆쪽 면에 반원형 홈이 길게 있다.

두 번째 종류인 ‘B유형’ 13점은 아래쪽 일부가 삼각형 모양으로 돌출했으며, 윗면에 지름이 약 0.7㎝인 구멍 1∼4개가 있다.

박 교수는 국립중앙박물관 정원에 있는 갈항사지 삼층석탑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고선사지 삼층석탑에 간격이 일정한 구멍들이 있으며, 이 구멍이 금동 장식을 달았던 자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사서 《삼국유사》 <명랑신인(明郞神印)> 조에 나오는 “용왕이 수주한 금으로 탑상(塔像)을 장식하니 유달리 빛이 나기 때문에 금광사(金光寺)라고 했다”는 기록을 제시했다.

또 경주 선도산 마애불에서 금동판 파편이 붙은 못 구멍이 발견됐고, 경주 월지에서 나무 난간에 부착한 금동 장식판과 연꽃 봉오리 모양 장식이 출토됐다고 짚었다.

   
▲ [박홍국 교수 제공 연합뉴스 사진]

박 교수는 “못 구멍 위치를 봤을 때 아랫면을 제외한 3면을 금동판으로 감싼 것 같다”며 “미관상 윗면 못 구멍을 옆면보다 작게 처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멍에 남아 있는 충전재의 성분을 포항공대 나노융합기술원에 의뢰해 분석했더니 납이 88.7%였다”며 “오늘날 콘크리트 벽면에 무거운 것을 매달 때 구멍을 낸 뒤 못이 잘 박히도록 플라스틱 충전재를 넣는 것처럼 못을 박기 전 비교적 부드러운 납을 삽입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박 교수는 “계단 난간 받침돌이 인위적으로 깨진 뒤 성돌로 사용됐기 때문에 전체 모습을 짐작하기 어렵게 됐다”며 받침돌의 본래 위치와 연결 방식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경주읍성 석물마당에서 석조유물 조사하는 박홍국 교수. [오세윤 작가 제공 연합뉴스 사진]

석재들을 직접 살펴본 박방룡 신라문화유산연구원장은 “석재들이 금동판으로 장식한 신라 난간 받침돌이라는 견해에 동의한다”며 “황룡사급 사찰이나 궁궐의 중요한 전각에 있었던 유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각으로 나뉜 석재를 연구해 접합하면 어느 정도 복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라 건축물과 석조 문화재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e뮤지엄 제공 연합뉴스 사진]

박상현 | 연합뉴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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