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처럼 유행에 민감한 문화 풍토도 없을 것이라며 냄비처럼 화들짝 달아올랐다가 이내 식어버리는 국민들의 관심사를 꼬집어 “틱낫한에 대한 과도한 관심 역시 그의 세계적인 명성을 후광으로 한 상업주의적 계산이 물밑에 흐르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문화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생산품의 일종이니 유행의 물결을 타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틱낫한이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세계인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에 대해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1926년 베트남에서 태어난 틱낫한은 접현종(接現宗, Inter-Being)1) 이란 새 종파를 설립한 승려이자, 70여권의 책을 낸 다작의 저술가이다. 그는 1960년대 중반, 미국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강연을 하고 다님으로써 1970년대 미국에서 불교 붐의 기반을 닦은 인물로 일컬어지는데, 이는 196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반전·반핵운동, 대항문화, 히피문화의 대두라는 문화적 배경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틱낫한은 1983년 남부 프랑스에 플럼빌리지(Plumvillage)란 명상 수련센터를 세우고 미국과 유럽 각지에서 명상 수련을 이끌고 있다. 자두마을이란 뜻의 이곳은 ‘흙과 바람, 자연과 인간이 조화로운 곳’으로 세계 각국에서 온 많은 이들이 종교 간의 벽을 허물고 각자의 신념에 따라 수행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현대인에게 영적 안식을 주며 종교의 실천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틱낫한이 명상서적 베스트셀러 저술가의 반열에 들게 된 것은 역시 2002년 상반기 말부터로 그 시작은 바로 『화』(명진출판)이다.
틱낫한은 화에 대한 명상은 무엇보다도 ‘나는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는 자각을 생기게 한 후에 그 분노의 본성에 대해서 깊게 바라보는 것이며, 분노는 무지에 의해서 생기며 무지의 강력한 동맹자라고 가르친다. 
『화 :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에서 저자는 마음이 화로 가득하면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 화는 온갖 불행의 근원이라고 설파한다. 누군가 나를 화나게 하면 나는 그와 싸우거나 누군가에게 분풀이하려 하거나 자신이 지금 화가 난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속인다. 틱낫한은 이런 행태를 가리켜 ‘자신의 마음을 올가미 속에 가두는 것’이라 지적한다. 그러면 올가미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구체적인 수행법으로 오늘날 한국에서도 크게 유행하고 있는 위빠사나(Vipassana) 수행법의 응용이라 할 수 있는 알아차림(sati, mindfulness)의 명상을 권한다. 특히 그의 강조점은 일상생활의 명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점이 바쁜 생활을 하는 현대인의 구미에 맞아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듯하다. 틱낫한의 메시지는 트루이즘(truism)에 가깝지만 트루이즘을 글로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그리고 실제적인 상황에서의 수행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설득력을 발휘하여 많은 사람들에 호응을 얻고 있다. 그의 가르침을 귀 기울여 보자.
“어떻게 우리는 명상을 선원에서부터 부엌으로, 그리고 직장으로 가지고 올 수 있을까요? 어떻게 좌선이 비좌선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의사가 당신에게 주사를 놓으면 팔뿐 아니라, 온몸이 그것의 혜택을 받게 됩니다. 당신이 하루에 한 시간씩 좌선을 하면 그 시간은 그 한 시간만이 아니라 24시간이 되어야만 됩니다. 하나의 미소 그리고 한 호흡이 그 순간뿐 아니라 하루 종일 혜택을 주어야 됩니다. 우리는 수행과 비수행 사이에 있는 벽을 제거하는 방법 안에서 수행을 해야만 됩니다. 참여불교(Engaged Buddhism)는 폭탄에 대항하여, 사회부정에 대항하여, 사회적·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불교를 사용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불교를 우리 일상생활 속으로 끌어들여야 됩니다.”2)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계율은 자각 안에서 사는 것입니다. 즉 현재 되어가고 있는 일을 아는 것입니다.”3)
요즘 한국에서 크게 관심을 끌고 있는 위빠사나(Vipassana) 수행법은 크게 마하시(Mahasi) 계열과 고엔카(Goenka)계열이라 할 수 있는데, 틱낫한은 호흡 관찰은 고엔카류에, 걷기선은 마하시계열의 관법수행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미소짓기를 누차 강조하는데 틱낫한 나름의 응용명상이라 할 수 있다. 미소를 띄우는 작은 실천 하나가 지구와 우주의 평화에 참여하는 가장 적극적인 실천법이며 이것이 곧 참여불교라는 것이다. 그는 웬지 수행이라고 하면 특별한 사람들이 특별한 공간에서 그들만이 가지는 특별한 시간 체험이라는 생각을 일거에 불식시키고 있다. 한국에서 틱낫한을 널리 알리게 한 저서 『화』에서 ‘화’를 우는 아이에 비유하면서 이 ‘화’를 어떻게 다루고 처리할 것인가를 자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개인주의와 급속도로 빠른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자신과 다른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상처받고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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