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사천왕사지 출토 녹유신장상벽전, 통일신라, 높이 88.5~90.0cm. 사진 제공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최선주)은 기존 신라미술관 2층 황룡사실을 확장한 ‘불교사원실’을 11월 24일 오후 3시에 개실한다.

불교사원실은 사리장엄구, 탑 장식, 불상, 기와 등 신라 왕경과 지방 주요 사찰 유적에서 발견된 여러 유물을 통해 신라 사찰의 역사 전반을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전시 유물은 ‘황룡사 구층목탑 찰주본기’ 등 530여 점에 이른다.

황룡사 구층목탑과 분황사 모전석탑에서 발견된 사리기와 공양품은 왕실의 막대한 정치적, 경제적 지원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다. 황룡사 구층목탑 사리기 외함 표면에 새겨진 ‘찰주본기(刹柱本記)’는 탑에 얽힌 다양한 사실을 전해주는 기록이다. 7세기 탑을 건립한 사실과 9세기 중수한 사실을 자세히 담고 있다.

 

사천왕사지 출토 녹유신장상벽전(綠油神將像甓塼)과 감은사 서탑 사리장엄구를 통해서는 통일 대업을 이룬 신라인의 정치, 종교, 예술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통일신라 후기에 조성된 봉화 서동리, 창녕 술정리, 함양 승안사, 포항 법광사 사리기는 당시 지방 사찰에서 전개된 불교 신앙의 일면과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 유행에 따른 사리장엄구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유물이다. 이밖에 신라의 첫 사찰인 흥륜사와 주요 사찰 터에서 출토된 기와와 전돌 180여 점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품 중에는 개관을 준비하면서 벌인 과학적 조사 결과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경우도 여럿 있다.

황룡사 구층목탑 심초석 아래 부분에서 출토된 백자호 내부에 들어있던 작은 흰색 물질 3점은 조개껍데기로 밝혀졌고, ‘찰주본기’에 언급된 ‘금은고좌(金銀高座)’일 가능성이 제기되기 되기도 했던 황룡사 구층목탑 사리공 발견 연꽃모양 받침은 재질 조사 결과 가운데 부분은 은, 바깥 부분은 금으로 이루어졌음이 확인됐다.

은으로 만든 합에 들어 있었던 황색과 녹색 두 종류의 분황사 직물은 조사결과 구조가 무문릉(無紋綾)이거나 소릉(素綾)인 것으로 밝혀졌다. 능 조직은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사선(능선)이 보이는 직물 구조를 뜻하는데, 주로 고려시대 불복장 직물에서 발견된다. 이로써 이 직물은 창건 당시와 고려시대 것이 혼재돼 있는 분황사 사리장엄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경주박물관은 불교사원실을 신설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조화되도록 연출했다. 전시실 내부에 있던 황룡사지 출토 치미를 입구 계단 홀로 옮겨 불교사원에 본격적으로 진입함을 알렸고, 도입부에 절터에서 수습한 석탑 부재를, 완결부에 신라 사원의 현재를 몽환적으로 포착한 영상을 배치해 시간의 궤적을 보여준다.

전시 도입부에는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절터에 놓여 있던 석탑 부재를 배치해 번성했던 신라 사찰의 모습을 상상하도록 했으며, 사원 내·외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효과를 주었다. 도입부에는 절터에서 수습한 석탑 부재, 완결부에는 신라 사원의 현재를 몽환적으로 포착한 영상을 배치하여 시간의 궤적을 보여준다.

유물 진열장은 시간 순으로 전시된 사리장엄구를 중심으로 양옆에 여러 절터에서 수습된 기와, 전돌과 사천왕사지 녹유신장상벽전을 배치했다.

황룡사 구층목탑 사리기와 공양품은 진열장의 높낮이를 변화시켜 발견 위치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고, 사천왕사 녹유신장상벽전 주변에는 당초문전(唐草文塼)과 지대석 등을 재현해 당시 가람의 건축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또 사천왕사 목탑 터 바닥을 장식했던 물결 형태의 녹유전을 전시실 바닥 일부에 재현해 당시 사찰 모습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문화재 안전과 관람 환경 최척화에도 신경을 썼다. 지진에 대비해 면진 진열장 설치했고, 가시광선 투과율 98~99%에 이르는 저반사 유리를 도입했다.

국립경주박물관 관계자는 “불교사원실은 《삼국유사》에 전하는 ‘절이 별처럼 많고 탑이 기러기처럼 늘어서 있었다.’는 구절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전시실”이라며, “앞으로도 관람객이 더욱 나은 환경에서 신라의 사원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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