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네팔에 위치한 드룩 아미타바 수도원(Druk Amitabha Mountain Nunnery)에서 기합소리와 함께 팔다리를 힘 있게 내뻗는 여승들의 눈길이 매섭다. 고요한 평화가 깃든 얼굴로 다소곳이 합장하는 수행자의 모습을 기대하는 일반인으로선 전혀 상상치 못할 모습이다. 더구나 여승이다. 그럼에도 갈색 승복을 입은 그들에게서는 범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쿵푸 여승들’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그들은 무술이라는 신체 훈련이 정신수행을 돕는다고 말한다. 신체, 내적 태도, 명상, 마하무드라 수행을 강화해 준다는 것이다. 그들은 나아가 지역의 다른 여성에게 무술을 가르치기도 한다. 무술이 그들을 보호하고 역량을 키우는데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지역에서 여성은 남성과 대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다. 여성은 단지 육아, 청소, 요리 등을 노예 수준으로 해내야 하는 존재일 뿐이다. 그들은 지독한 성 편견, 악의, 비난 등에 시달리며 자신은 단지 열등한 계급이라고 의식하고 있다. 심지어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여성 수행자도 이런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어린 소녀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강간, 가정 폭력, 인신매매 등 여성에 대한 가혹한 학대는 일상적이며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렇듯 사회가 지켜주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은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여승들은 다른 여성도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술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승들은 할 수 있는 한 힘껏 많은 소녀를 훈련시켜 그들이 이미 경험한, 그리고 앞으로 경험할 수 있는 수많은 끔찍한 고통으로부터 그들을 구해야 한다는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소녀에게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려는 것이다. 사실 성적 범죄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의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학대의 피해자가 되는 어린 소녀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며 이는 공동체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쿵푸 여승’들의 외적 수행은 무술에 그치지 않는다. 매년 그들은 먼 외지까지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하며 자원 활용 활동을 벌인다. 외부로부터 떨어진 지역의 주민에게 환경에 대한 교육을 하기 위한 이 여정에서 그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물품을 직접 가지고 다니면서 가는 동안 쓰레기를 모으고 버려진 물품을 재활용하거나 자연환경을 돌본다. 2017년에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인도의 라다크까지 4500km를 여행하면서 주민에게 현대 물질문명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강과 땅이 숨 쉬게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여러 사람의 협력으로 이 일을 이룰 수 있는지 교육하기도 했다. 그들은 이 두 곳에서 주간청소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환경을 위한 활동도 수행의 하나라고 믿는 그들은 영국에 기반을 둔 시민단체와 협력하면서 지역사회를 위한 보다 실제적이고 유용한 자원재활용 방법을 개발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자신들의 활동에 보다 많은 사람의 주목을 끌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는데 2010년 라다크에서 33분 만에 5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기네스북 세계기록에 세우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3Rs’ 즉, Reduce(쓰레기 줄이기), Recycle(자원 재활용), Re-use(물건을 한 번 이상 사용하기) 실행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이 성 평등과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교육 및 활동, 인신매매에 대한 이해 고취, 길 잃은 고양이와 부상당한 동물 구하기, 구제 활동 돕기 등 공동체에 대한 봉사와 박애주의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활동의 기반은 어머니 자연에 대한 공경과 존중이다.

어머니 자연에 대한 그들의 의식은 여성으로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식과 궤를 같이한다.

“여성은 이미 강합니다. 한 집안의 우두머리로서 그들은 주위의 모든 것을 돌보면서 가족을 부양합니다. 여성은 모든 일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아이를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노인이나 아픈 사람도 잘 보살핍니다. 선천적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사랑합니다. 우리 여성은 자연으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쿵푸 여승들’은 나이 어린 소녀나 여성을 격려한다. 그들이 자신이 열등한 계급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그래서 남자보다 뒤에 걸어가거나 뒤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반면에 여성은 용기로 가득하고 자신감이 강한 존재임을, 자신의 모든 가능성, 아름다운 본성으로 세상에 공헌할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고 격려한다.

드룩 아미타바 수도원에서 모든 일은 여승에 의해 이루어진다. “우리는 여성인 것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그들은 세상을 향해 당당히 선언한다. 그러나 그들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말이 아니다. 그들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를 몸으로 직접 행함으로써 우리에게 보여준다.

하여 | 영어번역 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