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성보박물관(관장 송천)은 10월 9일부터 내년 2월 20일까지 ‘제39회 괘불탱화 특별전’을 관내 1층 괘불전에서 개최한다. 이번 괘불전에서는 보물 제1317호 ‘고성 운흥사 괘불탱’을 소개한다.

‘운흥사 괘불탱’은 영조 6년(1730)에 금어(金魚) 의겸(義謙) 스님을 비롯한 화승 16명이 조성한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이다. 삼베 21매를 이어서 바탕화면을 만들고, 본존인 석가모니불과 문수·보현 두 협시보살을 화면 가득히 그렸다. 화면 상단에는 다보여래와 아미타불, 관음·세지보살을 배치했다. 삼존은 한 발을 앞으로 내딛는 동적인 자세를 취했는데, 이로 인해 예배자에게 강림하는 느낌을 준다. 그림 뒷면에는 범자가 쓰여 있고, 다리니와 부인(符印)도 찍혀 있다. 크기는 세로 10m 53.7cm, 가로 730cm에 이른다.

‘운흥사 괘불탱’은 의겸 스님의 화풍이 뚜렷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 불화는 매우 세밀하게 묘사한 눈썹과 속눈썹, 백호가 특징이다. 가운데 먹선으로 모근을 표현하고, 그 선을 중심으로 안에서 바깥 방향으로 사선을 그어 버들잎 모양의 눈썹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는데, 이것이 의겸 스님 화풍의 특징이다.

‘운흥사 괘불탱’은 부휴계 승려들의 영산작법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17세기 조선불교에서는 수륙재가 성행했는데 영산작법에서 서로 다른 성격의 거불의례(擧佛儀禮)가 설행돼 혼란이 있었다. 부휴계 승려들은 현종 2년(1661) 《오음범음집》과 경종 3년(1723) 《범음산보집》을 편찬해 법화거불(法華擧佛)로만 거불의례를 설행했는데, 이 괘불탱이 부휴계의 이런 노력을 보여준다. 석가모니불과 문수·보현 두 협시보살과 함께 다보여래와 아미타불, 관음·세지보살이 함께 배치된 것으로 그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운흥사는 임진왜란 때 승군 6000여 명이 주둔한 승영사찰이었는데, 영조 6년에 이 괘불탱을 조성해 지금까지 전란으로 목숨을 잃은 승군을 위해 영산재를 지내고 있다.

통도사성보박물관은 세계 유일의 불교회화 전문 박물관이다. 박물관 중앙홀에는 1, 2층을 연결한, 괘불을 걸 수 있는 특별 공간이 마련돼 있다. 통도사성보박물관은 개관 이래 매년 두 차례 괘불탱화 특별전을 개최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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