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가 추진 중인 ‘천진암 성지 광주 순례길’을 두고 지역스님들이 백지화를 촉구했다.

광주불교사암연합회(회장 청호)는 9월 15일 ‘종교 화합 저해하는 가톨릭 성지순례길 추진 중단하라’ 제하의 성명을 발표했다.

스님들은 성명에서 “광주시가 ‘관광마케팅 활성화’라는 미명하에 스님들의 자비정신과 희생이 깃든 곳을 연결해 놓고 이를 특정종교 성지로 축소 왜곡하는 ‘천진암 성지 광주 순례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역사성을 무시하고 종교화합을 저해하는 비상식적인 순례길 사업을 규탄한다.”고 했다. 스님들은 이어 “관계기관의 ‘천진암 성지 광주 순례길’ 사업 백지화 및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천진암은 지금은 폐사된 암자이다. 18세기 중엽 권철신 등이 강학을 한 사찰 가운데 한 곳으로 지금은 한국 천주교회 발상지로 더 알려져 있다. 1962년 천진암 절터가 확인되었고, 1975년부터 천주교 성지로 개발됐다.

1979년부터 1981년 사이 이벽, 정약종, 권철신, 권일신, 이승훈 등 한국천주교회 초기 인물 묘소가 천진암으로 이장됐다.

천진암 일대를 한국의 ‘산티에고길’로 꾸미겠다는 계획은 지난달 26일 경기 광주시와 천주교 수원교구가 ‘천진암 성지 광주 순례길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알려졌다.

이용훈 수원교구장과 신동헌 광주시장이 서명한 협약에 따르면 광주시는 순례길 조성과 유지 관리, 성지 순례 활성화를 위한 행정적 지원을 한다. 수원교구는 광주 지역 천주교 역사를 추가로 발굴키로 했다. 원활한 협력을 위해 두 기관은 실무위원회도 둔다.

‘천진암 성지 광주 순례길’은 경기 광주시가 천주교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 수원교구 측은 “우리 쪽에서 먼저 불교계 반발을 우려했지만 광주시가 불교계와 잘 협의해 종교 편향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해서 추진했다.”고 밝혔다.

경기 광주시는 “천진암이 이번 업무협약으로 천주교 전유물처럼 비춰진 것에 유감을 표한다. 남한산성과 천진암 불교 관련 스토리와 콘텐츠도 함께 발굴·홍보하고, 광주 순례길을 더 철저하게 역사적으로 검증하겠다. 종교계 등 각계 의견을 반영해 왜곡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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