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30km 오체투지가 8월 3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출발했다. 오체투지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염원하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 불교닷컴

국회가 손 놓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30km 오체투지가 8월 30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시 종로구 동숭길 25)에서 출발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8월 30일부터 9월 10일까지 10일 동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앞에서 국회까지 30km 구간을 오체투지로 이동하며 9월 국회 본회의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한다. 9월 10일 마지막 날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국민 10만 명 청원의 뜻과 차별금지법 제정의 간절함 및 시급함을 알리고 법 제정을 요구할 예정이다.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오체투지는 우리 사회에서 차별 속에서 살고 있는 소수자와 약자를 대변하는 외침이며, 대한민국에서 차별받는 사람이 없게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 소수자, 약자, 가난한 자를 배제하고 차별해 왔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노력해왔지만 정치인들이 사리사욕과 권력욕에 취해 국민의 목소리에 위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14년이 흐르도록 정치인과 국회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이렇게 절실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거부하고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보수 기독교인들이 ‘동성애’만 부각해 홍보하며 차별금지법 때문에 세상이 망할 것처럼 외치지만, 그동안 국제 사회의 지원을 받고 살아 온 우리 사회는 이제 아프카니스탄 난민이 들어오는 세상에서 함께 살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사회적 약자, 이민자, 성소수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 사회는 그동안 장애인들을 시설에 머물게 하고, 노동 현장의 최저임금보호 제도에서도 제외하고 있다. 장애인고용법은 고용만 흉내 내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며 “이런 사회에서 누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느냐, 차별금지법 반대세력조차 이 법 제정으로 수혜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국회로 향한다. 올해 안에 국회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내년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등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에서 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은 “1997년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시작됐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다.”면서 “일부 국회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 제정안조차 법사위에서 떠돌고 있고, 국민 10만 명 동의 청원도 무한정 심사만 끌고 있는데 국회의원이 무엇을 하는지, 왜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렇게 논의조차 하지 않은 법안이 있느냐, 국회의원들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양심과 책무를 버리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지몽 스님은 “국회는 언제까지 귀 막고 입 닫고 눈 가리고 있을 것인가, 그렇게 하는 동안 국민들이 절망과 실의에 빠져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차별금지법은 어느 소수자를 위한 법인 아닌 나와 우리, 국민들이 존중받고 배려 받는 법이다. 오체투지는 158개 시민단체인 차별금지법 제정연대와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국회로 갈 것”이라고 했다.

▲ 이화사거리에 도착한 오체투지단과 4.16연대 등 연대 단체 회원들은 최근 정보라 씨의 지인이 차별에 저항하다 스스로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이를 위한 기도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기도 후 화이팅을 외치는 참가자들. ⓒ 불교닷컴

소승욱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활동가는 “오늘부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해 온몸을 바닥과 맞대는 오체투지 일정을 시작한다. 차별금지법 법안 안에는 병력에 의한 차별금지도 포함돼 있다.”면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에이즈를 공격한다. 에이즈는 의학 발달로 관리를 잘하면 전도력이 0%인 만성적 질환이다. 하지만 질환을 이유로 일하는 일터에서, 공부하는 학교에서 없어져야 한다면서 차별한다. 배제에서 시작해 낙인으로 끝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도 준비됐고 우리 사회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만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차별금지법이 하루빨리 제정돼 우리 모두가 박수칠 날이 왔으면 좋겠다.”면서 “차별금지법 제정하라”고 외쳤다.

정보라 한국비정규교수노조 활동가는 “코로나 사태로 많은 대학에서 강사 선생님들이 대거 해고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교육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생들 중에는 장애인 학생, 여성, 소수자 재외동포 만성질환자도 있다. 이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조계종 사회동위원장 지몽 스님과 위원 종수 스님, 그리고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정보라 씨는 이날 오체투지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까지 3km 구간을 오체투지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염원했다.

지몽 스님 등이 오체투지로 이동할 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휠체어를 타고 뒤를 따르면서 응원과 지지, 연대의 뜻을 보탰다.

이화사거리에 도착한 오체투지단과 4·16연대 등 연대 단체 회원들은 최근 정보라 씨의 지인이 차별에 저항하다 스스로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이를 위한 기도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장 장기홍 신부와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장이 오체투지에 나선 지몽 스님 등을 지지하고 연대의 뜻을 전했다. 박승렬 인권위원장, 장기홍 신부, 정보라 씨, 종수 스님, 지몽 스님(왼쪽부터). ⓒ 불교닷컴

오체투지 행렬은 서울 이화사거리에서 한국기독교회관으로 향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장 장기홍 신부는 “지난주 아프카니스탄에서 한국에 협력한 390여 명의 협력자를 무사히 구출해 한국에 안착한 쾌거가 있었다. 한국은 협력한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구출해 동행한다는 의지를 세계에 보였다. 아프카니스탄 사람들이 차별 없이 정책해 살기 바라며 성숙한 민주주의 만들어 가길 염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제정돼 한국이 민주주의 선진국임을 이루어 나가고 모든 사람들이 희망의 꽃을 피워나가길 바란다.”며 “우리 정의평화위원회는 오체투지로 고단한 싸움을 하는 분들을 적극 지지하고 응원한다. 부디 이 대지가 이분들의 땀을 기억하고 하늘이 이분들의 마음을 기억해 올해 안에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제정되길 기도한다.”고 했다.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장은 “땅에서 차별 받는 사람들이 없어지고 모두가 평등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세상이 이뤄지길 소망한다.”며 “모두의 소망을 담아 우리가 함께할 일인데 스님들이 대표해 오체투지 해주셔서 감사하다. 스님들의 염원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모든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존중받는 아름다운 세상을 소망한다. 이번 국회가 차별금지법 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법인지 밝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은 “직접 나와 격려 해주셔서 큰 힘을 얻는다. 예수의 사랑과 부처의 자비가 다를 리 없다고 생각한다. 차별 때문에 고통 받는 많은 국민들이 절망으로 내닫지 않게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힘내겠다.”고 했다.

 

첫날 오체투지는 2015년부터 활동하는 난민 지원단체인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대표 김영하)가 위치한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 빌딩에서 종료됐다.

김영하 MAP 대표는 “2018년 예맨 난민들이 제주 도착해 찬반 논쟁이 일었을 때 난민지원 단체도 함께 힘든 일을 겪었다. 이때 손 내밀어 주고 지지 연대해 준 시민단체와 종단 분들이 많았다. 그때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며 “난민과 이주민들을 위해 많은 시민단체의 응원을 받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난민공동체와 이주민들이 같이 느끼면서 많은 행복을 느꼈다. 많은 차별이 있고 이에 대해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하는 데도 고마웠다. 여전히 난민 일상에서는 혐오와 차별이 존재한다. 많은 난민 이주민 등 소수자를 위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를 통해 차별과 혐오를 공론화할 수 있고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인종 국적 정치적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함께하겠다.”고 했다.

지몽 스님은 첫날 오체투지를 종료하면서 “내일도 모레도 같이 하겠다. 오늘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힘을 받아 오체투지를 하면서 가슴이 뭉클했다.”며 “오면서 지치는 과정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동지들의 힘을 받아 힘을 냈다. 내달 10일까지 힘을 내 차별금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도록 힘을 내자.”고 했다.

정보라 씨는 “오체투지를 하면서 힘들 때마다 내 앞에 가시는 스님들이 가장 중요하고 세상의 전부가 되는 경험을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까지 힘을 내달라.”고 했다.

이들은 열흘 동안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와 김용균 재단 등을 경유해 국회까지 오체투지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부터 9월 10일(토, 일 제외)까지 10일 동안 매일 오전 10시 시작한다.

날짜별로는 8월 3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KNP+)~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구간을, 8월31일은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전태일다리~친구사이 구간을 오체투지한다.

이어 △9월 1일 친구사이~4·9통일평화재단~서울유엔인권사무소(서울출입국외국인청 세종로출장소)~회현역 △9월 2일 회현역~동자동사랑방~권리찾기유니온 △9월 3일 권리찾기유니온~ 여의나루역 △9월 6일 여의나루역~한국한부모연합 △9월 7일 한국한부모연합~김용균재단 △9월 8일 김용균재단~대학거부로 삶을바꾸는투명가방끈 △9월 9일 대학거부로삶을바꾸는투명가방끈~한국여성단체연합 △9월 10일 한국여성단체연합~정의당·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국회 정문까지 오체투지한다.

사회노동위는 “이번 오체투지는 차별금지법의 차별사유인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 지역, 출신 학교,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에 관련해 활동 중인 단체들을 경유하는 형태로 진행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의 간절함과 국민 10만 명 청원의 뜻을 국회에 촉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국민 80% 이상이 찬성하는 차별금지법은 이번 국회에서 장혜영, 이상민, 박주민 국회의원 순서로 발의됐고, 국회 국민동의 10만 명 청원이 있었지만 여전히 국회 법사위 문턱에 멈추어 있으며 국회는 정략적인 궁리들만 하고 있다.”며 “여, 야, 국회는 차별과 혐오가 없어지고, 평등, 평화, 존중 세상으로 향하는 중요한 법인 차별금지법 제정에 즉각 나서 차별과 혐오를 방관한다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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