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물로 지정된 ‘서울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 일괄’. 사진 제공 문화재청.

서울 영국사지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의식공양구와 간경도감에서 개판한 왕실판본 ‘예념미타도량참법(禮念彌陀道場懺法) 권1∼5’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8월 24일 “고려 시대 금속공예 기술의 절정을 보여주는 ‘서울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 일괄’과 불경 ‘예념미타도량참법 권 1~5’, 2019년 미국과 1946년 일본에서 환수한 국새 4과, 조선 초기 음식조리서인 ‘수운잡방(需雲雜方)’ 등 7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 일괄’은 2012년 도봉서원 건물지 기단 아래에서 수습됐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것은 당시 발굴된 의식공양구 중 금동금강저(金銅金剛杵) 1점, 금동금강령(金銅金剛鈴) 1점, 청동현향로(靑銅懸香爐) 1점, 청동향합(靑銅香盒) 1점, 청동숟가락 3점, 청동굽다리 그릇 1점, 청동유개호(靑銅有蓋壺) 1점, 청동동이(靑銅缸) 1점 등 모두 10점이다.

발굴 당시 서원지에서 불교의식구가 출토돼 의문이었으나 2017년 추가 발굴 조사할 때 혜거국사 홍소(慧炬國師 弘炤, 899∼974) 스님의 비편이 발견돼 영국사 터에 도봉서원이 세워졌으며, 앞서 발굴한 의식공양구가 영국사에서 사용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서울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 일괄’은 의식공양구에 새겨진 명문으로 유물의 사용처와 사용 방식, 중량, 제작시기, 시주자 등에 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점, 출토지가 확실하고 보존 상태가 좋아 기물의 용도나 의례적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점, 보기 드문 11존상(오대명왕, 범천, 제석천, 사천왕) 배치와 물고기 모양 탁설(鐸舌)을 갖춘 금동금강령 등이 우리나라 밀교 의식법구 연구에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역사·예술·학술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념미타도량참법 권1∼5’은 성종 5년(1474) 세조 비 정희왕후가 발원해 간경도감에서 개판한 왕실판본이다. 이 판본은 조선 초기 왕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국가적 불경 간행사업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 화원 백종린(白終麟)과 이장손(李長孫)이 그린 과거·현재·미래 삼세불(三世佛) 도상이 연대와 작가가 확실한 조선 초기 판화라는 점에서 당시 불교사, 인쇄사, 회화사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보물로 지정된 국새는 고종 19년(1882) 제작된 ‘국새 대군주보(國璽 大君主寶)’와 대한제국기(1897~1910)에 제작된 ‘국새 제고지보(制誥之寶)’, ‘국새 칙명지보(勅命之寶)’, ‘국새 대원수보(大元帥寶)’ 등 4과이다. ‘국새 대군주보’는 2019년 12월 재미교포로부터 기증 받아 환수했으며, 다른 국새 3과는 1946년 8월 15일 미군정이 일본 궁내청에서 환수했다.

‘국새 대군주보’는 “갑오개혁을 전후한 국제정세의 변화와 이에 대한 조선의 대응방식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유물”이라는 점에서 대한제국 국새 3과는 “외세로 인해 혼란했던 시기에 국가의 운명과 수난을 함께 겪은 역사상징물이자 희소성이 크다는 점”에서 보물로 지정됐다.

‘수운잡방’은 안동의 유학자 김유(金綏, 1491∼1555)부터 손자 김영(金坽, 1577∼1641)에 이르기까지 3대가 저술한 한문 필사본 음식조리서이다. 음식 조리서가 보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첫 사례이다. ‘수운잡방’은 조선 시대 양반들이 제사를 받드는 문화인 ‘봉제사(奉祭祀)’와 손님을 모시는 문화인 ‘접빈객(接賓客)’을 잘 보여주는 자료이자 우리나라 전통 조리법과 저장법의 기원과 역사, 조선 초·중기 음식 관련 용어 등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학술적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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