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키우는 일은 커다란 보람인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정신없고 고달픈 활동이다. 아이들과 벌이는 전쟁터나 다름이 없는 육아라는 현실에서 명상은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자녀들은 그 존재만으로 부모의 참 본성을 일깨우며 부모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되비춘다. 모든 외면은 겉으로 드러난 내면인 점에서 ‘정신없이’ 자녀를 키우는 와중에도 ‘정신 차려’ 부모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자는 제안은 지혜로운 자녀 양육을 추구하는 부모라면 귀 기울일 만하다.

이 책은 마음챙김 명상의 대부 존 카밧진 박사가 아내 마일라 카밧진과 함께, 자녀를 키우는 모든 부모를 위해 마음챙김 양육(mindful parenting)을 소개한 책이다. 마음챙김 양육이란 마음챙김이라는 깨어있는 마음으로 자녀를 (그리고 부모 자신을) 알아보고 대하는 양육 태도와 지향을 가리킨다.

마음챙김 양육을 구성하는 세 가지 토대는 자주권, 공감, 받아들임이다. 자주권(sovereignty)은 ‘부모 자녀가 자신의 참 본성에 따라 자기 존재와 삶의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는 고유한 권리’를 의미하고, 공감(empathy)은 ‘자녀가 무엇을 보고 느끼는지 자녀의 관점에서 알아보는 것’이다. 또 받아들임(acceptance)은 ‘자녀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는 태도’이다. 지은이는 공감과 받아들임으로 자녀와 관계 맺는 법, 부모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법 등 양육의 순간순간마다 마음챙김을 이어가는 법을 안내한다.

임신, 출산, 영양, 수면 등 육아의 실제만이 아니라 소비문화, 디지털 세계 등 양육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일상의 소소한 양육 일화를 담은 에세이이자 구체적인 명상 방법을 안내하는 명상 지침서로도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고단한 부모 노릇에 대한 감상적인 위로나 막연한 희망 퍼붓기가 아니다. 자녀 양육은 부모의 평생에 걸친 수련과 다르지 않다고 보는 이 책은 부모 되기의 도전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이다. 분주한 양육 활동의 이면에서 고요와 평온의 마음자리에 닿기를 바라는 부모, 부모가 된다는 것의 소명에 깨어있으려는 부모, 무엇보다 내면에서 최선의 자기가 되려는 부모에게 따뜻한 격려와 깊은 영감을 줄 것이다.

조인숙·강형석·이재석 옮김 | 마음친구 | 1만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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