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용록(從容錄》은 조동종 제10대 선사 굉지 정각(宏智 正覺, 1091~1157) 선사가 조사들의 화두 100칙(則)을 선별하여 각각에 게송을 붙인 송고백칙(頌古百則)에, 만송 행수(萬松 行秀, 1166∼124) 선사가 시중(示衆, 공안 소개)·착어(著語, 공안에 대한 짧은 평)·평창(評唱, 공안에 대한 해설)한 선어록(禪語錄)이다. 《벽암록》과 쌍벽을 이루는 중국의 2대 선서로 불린다.

중국 선종사 연구에 천착해온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성본 스님이 《종용록》 해설서 《종용록 강설》(민족사 간, 전 8권) 펴냈다. 가가미시마 겐료(鏡島元隆) 고마자와대학 교수가 주관한 ‘《천동굉지광록(天童宏智廣錄)》 세미나’에 참석해 《종용록》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한지 40여 년 만에 펴낸 역작이다.

《종용록》이 세상에 나온 데는 원나라 개국에 큰 공헌을 세운 칭기즈칸의 책사인 담연거사(湛然居士) 야율초재(耶律楚材, 1190~1244)의 공이 컸다. 만송 행수 스님 문하에서 선수행해 법을 인가받기도 한 야율초재는 굉지 정각 선사의 송고가 절창(絶唱)이라는 것을 알고서 스승 만송 화상에게 7년 동안 9차례나 편지를 보냈다. “평창을 붙여서 선의 정법안(正法眼)을 일깨워 달라.”는 요청이었다. 제자의 청을 거절하지 못한 만송 행수 선사가 노구에 지어 보낸 것이 《종용록》이다.

“그 한마디의 말씀, 반 마디의 글자들이 모두 귀결처를 가리키고 정법의 안목을 제시한 것이다. 고금에서 가장 뛰어날 정도로 높아서 만세의 모범이 될 만하다.”고 한 야율초재의 평가처럼 《종용록》은 조동종의 종지를 꿰어 선불교의 정법안(正法眼)을 열어주는 선어록이다.

책 이름인 ‘종용’은 ‘평안한 자신의 본래 얼굴’이라는 뜻이다. 태연하고 침착한 평상심의 얼굴로 유유자적하게 지혜로운 삶을 사는 사람을 일컫는다. 조사선에서 말하는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나 ‘무심시도(無心是道)’와 같은 의미이다. 만송 행수 선사는 《종용록》을 집필했던 종용암에서 책 이름을 따왔다.

《종용록》은 수많은 중국 고전과 고사(故事)가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성본 스님은 《종용록 강설》에서 《종용록》에 소개된 고사에 얽힌 이야기와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고, 『종용록』에서는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세세히 밝혔다. 이 책을 읽거나 공부하면 선어록 독해 능력이나 선어록을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은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이 책은 선불교의 지혜와 지적 문화유산을 집약한 《종용록》의 가치에 천착해온 성본 스님이 세상에 내놓는 새로운 버전의 《종용록》이라 할 수 있다.

성본 스님은 이 책 서문에서 “《종용록》과 선어록을 공부하는 일 역시 시공(時空)을 초월하여 제불 조사와 수많은 선승들을 친견하고 선기(禪機)의 지혜로 대화하며, 부처나 조사도 초월〔超佛越祖〕하여 걸림 없이 선의 종지(宗旨)를 탐구하는 구도행(求道行)”이라며, “현대의 참선수행자도 제불 조사가 설한 선기의 지혜법문을 참구하면서 법희선열(法喜禪悅)의 법락(法樂)을 함께 할 수 있는 인연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선의 지혜, 불교의 지혜, 중국 고전의 지혜가 집약되어 있는 성본 스님 역주 《종용록 강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선(禪)에 한층 다가서고, 광활한 지혜와 지식의 바다를 종횡으로 누리는 독서삼매를 얻게 될 것이다.

민족사 | 전 8권 36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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