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만해대상 평화대상 수상자 다니엘 바렌보임, 실천대상 수상자 보각 스님, 김하종 신부, 문예대상 수상자 오정희 소설가,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올해 만해대상 평화대상 수상자로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이 선정됐다.

만해축전추진위원회(위원장 곽채기)는 7월 21일 “제25회 만해대상 평화대상 수상자로 음악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에 앞장서온 음악가 다니엘 바렌보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실천 대상에는 자제공덕회 이사장 보각 스님과 ‘안나의 집’ 대표 김하종 신부가, 문예대상에는 오정희 소설가와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각각 선정됐다. 수상자에게는 각 부문별 1억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8월 12일 오후 2시 인제 하늘내린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시상식은 만해마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중계된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유대인 음악가다. 1999년 팔레스타인 출신의 미국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 1935~2003)와 함께 음악으로 화합을 실천하기 위해 중동지역의 젊은 음악가를 모아 ‘서동시집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를 창단했다.

바렌보임은 악단 창단을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서로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칼을 빼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경험하도록 기반을 마련해주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수록 무지로 인한 공포와 적대감이 줄어들 것”이라는 확신에서 출범한 이 악단은 첨예한 분쟁지역인 이스라엘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여러 차례 음악회를 여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바렌보임은 수상소감에서 “중동지역과 세계 다른 지역에서 긴장이 높아지는 지금, 대화와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서동시집이 주는 메시지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쟁이 없다고 해도 여전히 사람들은 일상에서 폭력과 갈등, 공포에 직면하고 있다. 만해대상 수상이 다른 음악인과 예술인에게도 많은 영감을 줄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보각 스님은 한국불교 사회복지사업의 선구자이다. 1985년부터 중앙승가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제자를 2500여 명 길러냈다. 삼전종합사회복지관, 상락원, 행복의집 등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한 스님은 2003년부터 자제공덕회 이사장 소임을 맡고 있으며, 2016년에는 인도 쉬라바스티에 보광학교를 개교해 현지 어린이 교육에도 앞장서고 있다.

스님은 수상 소감에서 “과분하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동안 뿌려온 불교사회복지의 씨앗이 이제 열매를 맺고 숲을 이루기 시작한 것에 대한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이겠다.”며, “정년퇴직으로 후학을 길러내는 일은 멈추었지만 제자들이 좀 더 많은 현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의지처가 되도록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하종 신부는 성남 노숙인의 대부다. 김 신부는 매일 성남 ‘안나의 집’에서 노숙인 500~600명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노숙인에게 기본적인 의료 지원을 하는 것은 물론 인문학 강좌도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가출청소년을 대상으로 쉼터도 운영하고 있다.

김 신부는 “육체적으로 힘든 생활을 하면서도 무한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랑의 나눔’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만해 스님의 뜻을 가슴에 새기고 앞으로도 흐트러짐 없이 주어진 일을 해가며 저의 삶을 살아가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오정희 소설가는 한국문학에서 인간 내면 탐구 소설의 귀감이 되는 창작 세계를 일구어온 작가다. 1968년 등단한 오 작가는 서정적이면서 밀도 높은 문체로 한국 사회의 이면(裏面)에 숨은 보통 여성의 일상적 삶을 다루며, 인간 존재의 보편적 근원과 심층을 섬광처럼 조명한 소설을 잇달아 발표했다. “박완서 소설이 세태 묘사의 비법을 제시했다면, 오정희 소설은 내면 묘사의 모범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는 오 작가는 여성작가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한국 여성문학의 대모(代母)로 꼽힌다.

오 작가는 “만해 선사께서 그러하셨듯 준엄한 기상과 도저한 자존과 지극한 유정함으로 자유와 평화와 생명을 지향해 가는 것, 그렇게 우리의 생을 높이 들어 올리는 것, 그것이 문학의 중요한 소임임을 다시금 생각하며 감사하고 숙연한 마음으로 이 상을 받는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은 1985년 스위스 로잔 발레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입상하며 이름을 세상에 알린 세계적인 무용수다. 1997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 무용수가 된 강 단장은 1999년 무용계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했다. 201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공연한 ‘오네긴’을 끝으로 토슈즈를 벗은 강 단장은 현재 임기 3년의 국립발레단장을 3연임 하는 등 행정가로서도 수완을 발휘하며 한국발레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강 단장은 소상소감에서 “문화예술은 사람을 평화롭게 하고 활력소가 되며,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준다고 생각한다.”며,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노력하는 모습으로 평화의 정신을 문화예술로 실천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예술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만해대상은 만해 한용운 스님의 생명, 평화, 겨레사랑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제정한 상이다. 시상 분야는 평화대상, 실천대상, 문예대상 등 3개 분야이다. 그동안 달라이 라마,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함세웅 신부, 조정래 소설가, 언론인 이영희 교수 등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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