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된 ‘서울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 일괄’. 사진 제공 문화재청.

조선 전기 문신 조광조(趙光祖, 1482~1519)를 기리기 위해 세운 도봉서원을 복원하려고 발굴조사를 하던 중 수습된 금강저와 금강령, 향로, 향합 등 불교의식공양구 10점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는 “고려시대 금속공예 기술의 절정을 보여주는 ‘서울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 일괄’과 세조 비 정의왕후가 발원한 왕실판본 불경 ‘예념미타도량참법(禮念彌陀道場懺法) 권 1~5’, 조선 초기 음식조리서인 ‘수운잡방’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7월 1일 밝혔다.

‘서울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 일괄’은 2012년 도봉서원 중심 건물지로 추정되는 제5호 건물지 기단 아래에서 수습됐다. 당시 서원지에서 불교 의식공양구가 발견돼 화제를 모았으나, 2017년 추가 발굴조사 때 ‘도봉산 영국사(道峯山 寧國寺)’라고 새겨진 혜거국사 홍소(慧炬國師 弘炤, 899~974)의 비석 조각이 발견돼 도봉서원지가 영국사 옛터에 세워졌음이 밝혀졌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의식공양구는 금동금강저(金銅金剛杵) 1점, 금동금강령(金銅金剛鈴) 1점, 청동현향로(靑銅懸香爐) 1점, 청동향합(靑銅香盒) 1점, 청동숟가락 3점, 청동굽다리 그릇 1점, 청동유개호(靑銅有蓋壺) 1점, 청동동이(靑銅缸) 1점 등 총 10점이다.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는 현향로, 향합, 숟가락, 굽다리접시 등에 새겨진 글로 사용처와 사용 방식, 중량, 제작시기, 시주자 등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굽다리접시에 고려 문종(文宗, 1019~1083)이 숙종(肅宗, 1054~1105)에게 제수한 ‘계림공(雞林公)’이란 작위가 새겨져 있어,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가 고려 왕실의 후원으로 제작된 유물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금동금강저와 금동금강령은 주조기술이 정교하고 세부 조형 또한 탁월해 지금까지 알려진 고려시대 금강저와 금강령 중 완성도가 가장 높은 공예품으로 꼽힌다. 금강령의 부속품인 물고기 모양의 탁설(鐸舌)은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사례이고, 금강령 몸체에 새긴 오대명왕(五大明王)과 범천(梵天), 제석천(帝釋天), 사천왕(四天王) 등 11존상 또한 보기 드문 사례다.

문화재청은 “출토지가 분명한 점, 고려 왕실이 후원해 제작한 금속공예품이란 점, 우리나라 밀교(密敎) 의식법구 연구에 귀중한 자료인 점 등 한국공예사와 불교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라고 밝혔다.

‘예념미타도량참법 권 1~5’는 성종 5년(1474) 정희왕후가 발원해 간경도감에서 개판한 왕실판본 경전이다.

‘예념미타도량참법’은 “인수대비, 인혜대비, 공주, 숙의, 상궁 등 왕실 여인과 월산대군, 제안대군 등 왕실 인사, 신미, 학열, 학조 등 당대 고승이 참여한 정황이 명확하고, 판각과 인쇄에 참여한 장인 이름이 모두 나열돼 있어 조선 초기 왕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불경 간행사업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받는다. 특히 화원(畵員) 백종린(白終麟)과 이장손(李長孫)이 그린 삼세불(三世佛) 도상은 것으로, 작가와 조성연대가 확실한 조선 초기 판화라는 점에서 당시 회화사와 인쇄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다.

‘수운잡방’은 경북 안동의 유학자 김유(金綏, 1491∼1555)에서부터 그의 손자 김영(金坽, 1577∼1641)에 이르기까지 3대가 저술한 한문 필사본 음식조리서이다.

‘수운잡방’은 조선 시대 양반들이 제사를 받드는 문화인 ‘봉제사(奉祭祀)’와 손님을 모시는 문화인 ‘접빈객(接賓客)’을 잘 보여주는 자료이자, 우리나라 전통 조리법과 저장법의 기원과 역사, 조선 초·중기 음식 관련 용어 등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학술적 의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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