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사상과 대행선의 수행론’을 주제로 열린 대행선연구원 ‘제5회 학술대회’ 모습. 사진 제공 현대불교신문.

생활선 수행으로 중생 교화에 힘쓴 묘공당 대행 스님(1927~2012)의 수행론과 불교사상을 비교·고찰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한마음선원 대행선연구원(원장 권탄준)은 6월 19일 오전 10시 한마음선원 안양본원 3층에서 ‘불교사상과 대행선의 수행론’을 주제로 제5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연구원 개원 5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교수 영신 스님이 ‘천태학에서 바라본 대행설법’을, 김호귀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HK교수가 ‘대행선과 묵조선 수행의 심리적 성격 고찰’을, 박보람 충북대학교 교수가 ‘여래장과 여래출현을 통해 본 대행선의 수행관’을, 차상엽 경북대학교 동서사상연구소 전임연구원이 ‘공과 여래장, 그리고 주인공’을 각각 주제발표했다.

영신 스님은 주제발표에서 대행 스님의 설법을 천태학 관점에서 비교·고찰하고, 대행설법 내 교학 사상을 조명했다.

영신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섯 시기로 나눈 천태 오시(五時)의 관점으로 대행 스님의 설법을 분석했다. 영신 스님은 “대행 스님 설법 중 ‘부자가 상봉하는 것’은 <신해품> ‘장자궁자’ 비유에서 떠돌던 궁자가 본국의 장자를 만나는 것으로 제1 화엄시의 취지가 된다.”며 “아들과 아버지 사이에 믿음이 생기게 된 것은 방등시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행 스님 설법은 오시의 화엄, 아함, 유마, 반야, 법화·열반뿐만 아니라 정토 등 불교 교학사상을 두루 수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오시의 교판적 관점이나 경전의 상이성 등을 수용해 교학적 해석이나 불교학의 체계적 이해의 틀을 제시하지 않아서 학파나 종파성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호귀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HK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대행선은 묵조선 수행에 가장 가깝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대행선 수행에서 말하는 주인공과 자성본래불(自性本來佛), 정토는 수행의 성취라는 점에서 묵조선 수행에서 좌선에 해당하는 지관타좌(只管打坐)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대행선 수행 심리는 불이(不二) 구조의 바탕에서 구현되며, 이는 묵조선의 수증관(修證觀)과도 맞닿는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대행선과 묵조선 수행의 근원은 불이의 이치를 파악하는 것인데, 그것은 대사일번(大死一番)으로 거듭나는 길로 나아가는 방법”이라며 “불이 구조를 바탕으로 한 대행선의 심리구조는 묵조선 수행에서 수증불이(修證不二)의 수증관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박보람 충북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대행선의 수행관은 여래장과 여래출현의 이중구조”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대행선 수행에서 확인되는 여래장과 여래출현, 이 두 가지 흐름에 주목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대행선 수행은 한마음〔一心〕을 여래장, 불성 등으로 이해하는 부류와 남종선 유사성에 주목해 도불용수(道不用修)와 무수지수(無修之修)를 언급하는 계열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각각 여래장과 여래출현으로 해석된다.

박 교수는 “대행선의 수행에는 여래장의 수행과 여래출현의 수행이 함께 한다.”고 강조하고, 의상이 주창한 화엄교학과의 유사성에 주목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의상은 <일승법계도>에서 반시(槃詩) 중 굴곡을 삼승에, 원만한 도안을 일승에 비유하며 삼승이 곧 일승인, 삼승과 일승의 주반상성(主伴相成) 구조를 주장했다.

박 교수는 “대행선 수행에서 여래장 수행은 삼승설이고, 여래출현의 수행은 일승설이며, 주반상성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겠는가”라고 자문한 뒤, “주반상성의 관계라면 여래장은 곧 여래출현이 되며, 여래출현은 곧 여래장을 이룬다. 이 경우 깨달음을 위한 수행이 곧 수행 자체를 위한 수행이 되며, 스스로 부처임을 모르는 사람이 곧 부처의 현현이 된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차상엽 경북대학교 동서사상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주제발표에서 불교사상의 흐름에서 이질적이고 다양한 측면을 소개하며, 불교가 단일하고 순수한, 변화하지 않는 사상 체계가 아님을 강조하고, 대행선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대해 주목했다.

차 연구원은 시대에 맞는 언어로 법문하고 ‘생활불교’와 ‘현대불교’를 표방하며, 이에 맞는 참선 수행법을 제시한 대행 스님의 가르침에 주목했다.

차 연구원은 “대행 스님은 ‘주인공’이야말로 ‘영원하고 진정한 벗’이며, 그 주인공이 머무는 자리가 가고 옴으로 한정할 수 없는 자리라고 지적했다.”면서 “이러한 주인공이 바로 한마음이며, 주인공과 한마음을 밝힌다는 것은 그 어떠한 경계에도 집착할 도리라 정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 연구원은 “대행 스님의 주인공과 한마음 법문의 장점은 여느 선사와 달리 까다롭지 않으면서도 쉬운 언어로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가르침을 펼쳤다는 점”이라면서 “이 점이 ‘대중불교’와 ‘생활불교’라는 당시의 시대적 화두와 맞물려서 수많은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개회식에서는 ‘제3회 묘공학술상 시상식’과 ‘제3회 묘공학술장학 증서 수여식’이 진행됐다. 제3회 묘공학술상 최우수상에는 김영래 박사의 ‘주인공 리더십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우수상에는 차상엽 전임연구원의 ‘티베트 삼예논쟁 속 중국 화상 마하연의 선사상 재조명’이 선정됐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700만 원의 상금과 상장이 수여됐다.

김영래 박사는 ‘주인공 리더십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에서 대행 스님의 주인공 사상이 현대사회를 계도할 리더십으로 활용되는 방안을 모색했으며, 차상엽 연구원은 티베트불교의 유명 논쟁인 삼예 논쟁에서 중국 선종의 주장을 대변한 마하연 화상의 선사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긍정적으로 재조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3회 묘공학술 장학생’으로는 선적 스님(동국대학교 교육학과 박사수료)과 이주민(고려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박사수료), 황선미(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박사수료), 이정렬(금강대학교 불교학과 석사과정) 씨가 각각 선정됐다.

이날 학술대회 현장은 유튜브 한마음선원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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