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장애인전법팀 원심회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장애인에 대한 불교계의 인식 개선을 촉구하는 논평을 5월 11일 발표했다.

원심회는 ‘부처님오신날에 장애인의 평등을 말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부처님의 탄생게는 인류에 대한 자비심의 실천 의지를 보여준 것이자 모두가 존귀하고 평등하다는 인권과 평등사상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장애인의 입장에서 평등을 설파한 부처님의 목소리가 흐려지고 있어서 아쉽다.”고 밝혔다.

“(불교계에는) 장애는 개인의 업에 의한 것이므로, 업의 추체인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고 지적한 원심회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장애인들은 부처님의 법음에 다가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심회는 이어 “불교계는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부처님이 설파하신 평등사상을 기초로 장애인 문제를 바라보고, 장애인 포교나 장애인에 대한 관점을 다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도래하는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에서 장애인의 본질적 평등은 불교적 관점에서만 가능하다.”며, “서구 중심의 분별적인 장애인복지 사상을 원융무애의 관점으로 정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원심회 논평 전문.

부처님 오신 날에, 장애인의 평등을 말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이 탄생게(誕生偈)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심을 알리는 것이며 불교의 시작을 확정하는 사자후이다. 더 나아가 인류에 대한 자비심의 실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한편으로, 모두가 존귀하고 평등하다는 인간 존중 등 인권이나 평등사상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전쟁 등 시행착오를 거치다 1948년에 와서야 세계 인권의 지침인 ‘세계인권선언’을 만들었다. 이에 앞서 불교는 부처님의 탄생으로 인류 보편의 인간 존중과 평등사상을 설파하고, 실천해 온 셈이다.

하지만 부처님이 나시고 2600여 년이 지난 지금 아쉬움도 있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평등을 설파한 부처님의 목소리가 흐려지고 있어서이다. 현대를 살고 있는 장애인들이 부처님의 법음에 다가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불교계가 가지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근대를 거치며 장애인의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장애인에게 보살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장애의 문제는 개인의 책임, 질병의 연장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를 지나며 장애 문제를 사회적인 문제로 인지하기 시작했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장애 문제가 공동의 업이 된 것이다. 국제사회(WHO)가 이러한 흐름을 수용하여 2001년 장애 개념을 환경과의 상호작용(ICF)이라고 공식화했다.

그럼에도 불교계의 장애의 시각은 1970년대에 머물러 있다. 장애는 질병의 연장이며, 개인의 문제로 한정하고 있어서이다. 장애는 개인의 업(業)에 의한 것이므로 업의 주체인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관점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정한 기준을 불교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 개념의 변화함에 따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장애범주도 바뀌고 있다. 에이즈 등 특정 질병이나 이민 등으로 언어소통이 어려울 경우도 한시적, 영구 장애에 포함하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장애인 정책을 변화시키는 등 사회변화의 동력이 되고 있다.

장애인 개인을 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으며, 장애인의 선택권과 결정권, 자립을 중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신체나 정신에 나타난 장애를 질병이 아닌 개인의 특성으로 보는 경향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변화한 우리나라의 장애인등급제 폐지정책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불교계가 배워야 할 지점들이다.

이제 불교계도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부처님의 탄생게가 서양의 평등사상, 장애인 인권의 개념보다 더 앞선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서구 중심의 장애인복지가 가지는 문제를 불교적 시각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유물론을 바탕으로 하며, 장애와 비장애를 가르는 분별을 기초로 장애인복지가 확장되어 왔다는 한계들이다.

따라서 2565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으며 부처님이 설파하신 평등사상을 기초로 장애인 문제를 보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불교계의 장애인 포교나 장애인의 관점을 다시 보아야 한다.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더 나아가 서구 중심의 분별적인 장애인복지 사상을 원융무애(圓融無礙)의 관점으로 정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래하는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장애인의 본질적 평등은 불교적 관점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책무가 불교계에 있다는 것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으며 인지했으면 한다.

불기2565년(2021년) 5월 11일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 장애인전법팀 원심회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