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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불교세시풍속/성불도 놀이
놀이로 배우는 깨달음의 방법과 과정
불교의 생활화 즐거움으로 쉽게 접해
사부대중 화합·소통 자연스레 이루어
2010년 02월 10일 (수) 14:27:08 서현욱 기자 mytrea70@yahoo.co.kr
새해를 맞는 풍습은 세속이나 절집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세속에서는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올린다. 절집에서는 ‘통알(通謁)’을 올린다. 세배를 마치면 가족들과 둘러앉아 떡국을 먹고 윷놀이를 한다. 절집에서는 ‘성불도(成佛圖) 놀이’를 한다. 성불도 놀이는 윷놀이와 비슷하다.

   
▲ 직지사 성불도 놀이판. 사진=직지사 성보박물관.
성불도 놀이는 서산대사(청허 휴정)가 만든 놀이라고 전해진다. 육도윤회를 벗어나 부처가 되는 과정을 하나의 놀이로 만들었다. 깨달음의 방법과 과정이 담겨 자연스레 ‘성불론’을 전한다. 서산대사는 레크리에이션의 대가이자 보드게임의 창시자인 셈이다. 보통 서산대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고 나라를 구했다거나 《선가귀감》을 저술한 높은 선지식으로만 우리는 알았다. 하지만 서산대사는 “이 문에 들어오면 알음알이를 버려라(入此門來 莫存知解)”하고 설파한 엄한 모습과는 달리 대중들에게 성불도 놀이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과 깨달음을 알기 쉽게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가르치려 하셨다. 불교의 생활화를 몸소 실천하신 것이다. 그것도 400여 년 전에 말이다.

서산대사, 보드게임의 창시자

   
▲ 성불도 놀이판.
성불도 놀이는 깊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재미난 아이디어로 디자인됐다. 사부대중이 함께 놀 수 있는 즐거움에 자연스럽게 불교의 깊은 세계를 만나고 참선의 중요성을 배운다. 남녀노소 누구나 놀 수 있어 대중의 화합과 소통도 이루니 일석이조이다. 성불도 놀이는 윷놀이와 비슷해 누구나 금방 친숙해 진다.
성불도 놀이는 윷판처럼 놀이판이 있다. 성불도 놀이판은 윷판 보다 더 정교하다. 성불도 놀이는 불교의 우주관과 수행방식을 놀이판에 맞게 구성해, 하단 중앙의 인취(인간)를 시작으로 좌우에 사대륙이 있고 왼쪽부터 욕계 색계 무색계의 28천과 육도 천신의 이름을 차례로 배치해 사방을 두른다. 사방 중간에는 아귀문 단상 참회문을 두고 모서리에는 독사 전다라 관노 무골충 등의 함정을 만들어 놀이의 재미를 더했다.
성불도 놀이 그림 가운데는 인간 윤회를 나타내는 큰 원이 있고, 그 원의 가운데에 축생계, 천상계, 지옥, 인간, 아귀, 수라 같이 육도중생의 윤회를 나타내는 구역이 나뉘어 있다. 50번 째 구역은 인간계이고, 59번 째 구역은 뱀이다. 놀이는 인간계에서 출발하지만 수행을 좀 더 잘하면 더 나은 구역에서 윤회하게 된다. 물론 수행을 못하면 지옥, 축생으로 떨어진다. 원 안쪽에는 사각형으로 된 여러 단계의 수행경지가 배치된다. 보통 염불문, 참선문(원돈문), 경절문으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사각형의 박스 위에는 게임의 최종 목표인 부처님의 경지를 나타내는 세 개의 원이 자리한다. 깨달음(성불)에 이를 때까지 게임은 108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천상계 신보다 인간계에 가능성 더 열어

   
▲ 성곡사 성불도 놀이판.
성불도 놀이에서 재미있는 점은 사각형 안에 들어가면 윤회는 벗어난다. 특히 윤회를 벗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인간이다. 천상계의 신보다 인간에게 깨달음의 가능성을 더 열어놓은 점은 주목된다.
성불도 놀이는 주사위와 같은 육면체의 나무 조각 세 개를 준비한다. 단 각 면에는 나·무·아·미·타·불의 여섯 글자중 하나를 적어 넣는다. 또 두 분의 부처님과 18분의 보살님의 명호가 적힌 20개의 불패(윷놀이의 말)을 준비한다. 각자가 20가지의 불패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 게임한다. 놀이는 참여하는 인원에 따라 10대불보살의 불패를 준비해도 좋다. 불패는 2명에서 20명까지 가능하다.
세 개의 나무아미타불 주사위를 양손에 쥐고 흔들면 놀이에 참가한 대중 모두는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고, 주사위를 던진다. 세 개의 주사위의 조합에 따라 이동한다. 놀이판의 각 칸에는 해당 자리의 이름이 크게 쓰여 있고, 그 밑에는 작은 글씨로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글자에 따라 불패를 이동해야 할 칸의 이름이 적혀 있다.

서산대사의 참선 중시 사상 반영

   
▲ 직지사 성불도 놀이판 한글본.
이동한 칸의 문구에 따라 다시 이동하고, 수행과제를 진행한다. 연꽃 칸에 도착하면 보너스도 받는다. 지장보살을 만나도 보너스를 받는다. 육도윤회를 벗어나면 상위세계로 이동한다. 출발은 ‘인간’에서 하며, ‘참회’를 거치면 곧바로 경전문에 들어간다. 인간계가 1번이 될 수도, 50번이 될 수도 있다. 정하기 나름이다. 참선문에 들어간 사람은 곧바로 성불의 단계에 직진하는 구조도 눈에 띤다. 선지식 서산대사의 ‘참선사랑’이 놀이방법에 그대로 담겼다.
가장 먼저 성불에 이른 사람은 조실 스님이나 부처님의 콧수염과 이마에 백호를 그려주고 축하한다. 우승자는 성불한 소감을 말하는 ‘법문’의 기회도 얻는다. 성불도 놀이는 윷놀이보다는 시간이 더 걸린다. 한 게임에 2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놀이 방법
1. 자신의 불패를 정한다(인원에 따라 10대 불보살이나 18대 보살 등으로 패를 준비한다)
2. 불패를 인취(인간)에 놓는다. 순서에 따라 주사위 3개를 두 손에 쥐고 나무아미타불 명호를 외우며 놀이판 위에 주사위를 던진다. 주사위 윗면의 글자에 따라 불패를 옮긴다. 불패를 옮길 자리는 각 칸의 아래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주사위를 던져 2개가 ‘불’이면 경절문으로, 1개가 ‘불(佛)’이면 참선문(원돈문)으로, ‘불타(佛陀)’가 함께 나오면 염불문으로, ‘타(陀)’가 2개 나오면 입산으로 자리를 옮긴다. 주사위에 나오는 글자와 칸 마다 적혀 있는 이동자리에 따라 불패는 자리가 바뀌면서 옮겨진다. 3개의 ‘타’는 1개의 ‘불’로 간주한다. 2개의 불과 2개의 타는 자신의 불에의 위치에 없으면 1불 1타로 인정한다. 자신의 불패의 위치에 표기되지 않은 글자 수가 나오면 ‘잡’으로 간주하고 제자리에 머문다. 주사위가 놀이판 밖으로 나가면 무효.
3. 주사위를 던질 때는 대중이 합장하고 ‘나무아미타불’의 명호를 큰 소리로 읖는다.
4.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장 먼저 성불한 사람에게 삼배를 올린 후 설법을 듣는다. 가장 먼저 성불한 사람은 가장 늦게 성불한 사람과 편이 되어 함께 진행한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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