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코틀랜드 삼예링(Samye Ling) 사원.

스코틀랜드 서남부의 평화롭고 한적한 마을에 미 공군 사격훈련장을 건설하려는 계획이 불교사원과 주민의 반발에 의해 무산되었다. 스코틀랜드 덤프리셔 갤로웨이군(郡)의 에스크데일뮤어는 인구 265명(위키피디아 자료)의 작은 마을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었다. 마을에는 이들을 위한 소박한 휴양시설과 카페, 숙박시설 등이 있는데 이 구릉 지역 마을의 중심은 티베트의 카규파에 속하는 삼예링(Samye Ling) 사원이다.

그런데 이 조용한 마을에 주민과 아무 논의 없이 미 공군 제352특수전투단을 위한 사격훈련장이 계곡의 양 끝에 각각 하나씩 영구적으로 들어선다는 계획이 알려졌다. 미 공군은 이미 7개월 전부터 사격장 한 곳을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사격장의 땅 소유주가 기존의 사격장을 확장하고 또 다른 곳에 하나를 더 건설하기 위한 계획을 군(郡)위원회에 제출했고 위원회는 코로나19로 경제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사격장 설치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미 공군과 교섭을 진행했다. 건설될 사격장은 삼예링 사원으로부터 약 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예정대로라면 사원과 마을은 장거리 사격훈련을 위한 두 개의 사격장 사이에서 1년 내내 계속되는 소음과 훈련에 고통 받아야 했다. 주민과 아무 상의 없이 진행된 이런 사태에 사원과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삼예링 사원의 주지 예쉐 로살 린포체와 주민들은 인터넷에 탄원서를 올려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 계획을 중지하기 위해 힘을 보태줄 것을 호소했다. 3월 19일까지 이 인터넷 탄원서에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했다.

“삼예링 사원은 지난 50년 이상 이 지역에서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종교를 떠나 이곳은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이들이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 오는 곳이다. 주위에는 야생동물들이 평화롭게 지내고 있다. 만약 사격장이 건설된다면 그 소음과 혹시 모를 사고로 모두가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동물이 죽을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삼예링 사원 주지 예쉐 로살 린포체

“불교사원이 있고 요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곳에 사격장을 설치한다는 건 마치 수도원 옆에 나이트클럽을 짓는 것과 같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 중에는 전쟁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퇴역군인들도 있다.” - 주민 한나 케이스먼트

주민들의 저항과 반발에 직면하자 미 공군 제352특수전투단은 3월 17일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사격장 설치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7개월 동안 사격장을 사용해 왔음에도 지역사회의 우려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간 야기한 문제들에 사과드린다. 현재 모든 훈련 계획들을 중지했으며 앞으로도 이곳에 사격장을 설치하지 않을 계획이다.” - 미 성조지(Stars and Stripes, 미국 군사 전문 일간지)

스코틀랜드에 불교가 처음 들어온 것은 약 150년 전 동남아 식민지와의 접촉을 통해서였다. 2011년의 정부 인구통계에 의하면 약 540만에 달하는 스코틀랜드의 인구 중 약 0.2%가 자신을 불교신자라고 밝혔다.

삼예링 사원은 1967년 유럽에 최초로 건설된 티베트 사원이다. 사원이 운영하는 세계 평화와 건강 센터(Centre for World Peadce and Health)와 함께 설립되었으며 티베트 최초의 불교사원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이후 현재 서유럽권 최대의 불교 수행 공간으로 발전했다. 전통적으로 3년 결제를 지키며 비구니를 위한 수행공간도 있고, 수행자 및 자원봉사자들을 포함한 약 60여 명이 상주하고 있다. 이외에도 영국 전역에 각종 수련 모임과 그룹들이 있고, 벨기에, 스페인, 스위스 등 다른 유럽국가에도 20여 곳의 지회를 두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전 세계에서 해마다 수만 명의 불자와 방문객들이 안거와 참배를 위해 이곳을 찾았는데 이들 중에는 유명한 영국의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 캐나다의 가수이면서 선 수행자인 레오나드 코헨도 있다. 16대, 17대 까르마파도 유럽 순방시 이 사원을 방문했다.

하여 | 영어 번역 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